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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r 06. 2019

[엄마와 연애할 때]불완전해도 내 엄마가 최고라는 사실

너의 걱정스러운 새 학기를 응원한다.


어제, 아들이 여섯 살 종일반으로 올라간 뒤 오늘 아침잠에서 깬 뒤 오줌을 지렸다.

아들은, 많이 지린건 아닌데 조금 지렸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안심시켰고 아이를 토닥여줬다.


종일반은 5,6,7 통합반이라 모르는 형 누나들이 있어서 좀 어색했던 것 같다. 약간 눈물 흘렸다고 하는데 씩씩하게 잘 털어냈다.


"엄마, 나 조금 울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 내일도 조금은 울 것 같아."



"괜찮아 아들, 엄마도 예전에 3월에 반 바뀌고 그럴 때 운 것 같아. 너만 그러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곧 괜찮아질 거야."



말로는 작년보다 큰아이처럼 씩씩한 척했는데, 오줌을 지린걸 보니 불안하고 힘든 하루를 보냈나 보다.

내 사랑하는 아들, 오늘 두 번째 등원 길 하원 때 꼭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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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요약 ]



-있는 그대로의 취약한 아이와 있는 그대로의 서툴고 부족한 엄마의 조합.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최대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것, 무리할 대로 해놓고 죄의식을 가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남들은 다 제대로 잘하고 있는데..', '다들 그래', '무조건 이래야만 해' 같은 생각에 휘둘리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지고, 그러다 아이가 행복해지기 전에 엄마가 불행해진다. 엄마가 불행한 것보단 불완전한 게 백배 낫다. 단, 그렇게 불완전한 엄마임에도 이 세상에서 나만큼 내 아이를 챙기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누가 뭐래도 아이에겐 '내 엄마'가 가장 완전한 엄마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기적 같은 아이의 확신을 있는 그대로 행복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나는 억지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치진 못했다. 시도도 안 해보고 거부하는 것은 구슬릴 필요가 있지만 익히 경험하고 나서 안 맞는다 싶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어른이 되면 어차피 싫어도 잘 맞는 척해야 될 때가 허다한데 미리부터 위선을 연습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인간관계에선 애써 노력하지 않는 게 늘 최선이라 생각해왔다. 억지로 노력하는 순간 무리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타인과의 인간관계 이전에 나 자신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기 시작하니까. 그런 인간관계는 우리에게 그 무엇도 줄 수 없다.


-다만 '싫은 건 싫다'할 때의 기본원칙은 있다고 알려주었다.

첫째, 싫다고 해서 상대를 물리적으로 못살게 굴어서는 안 된다.

둘째, 상대도 나를 싫어할 수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어느 우연한 기회에 사이가 좋아질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은 늘 열어놔야 한다. 그리고 그때만큼은 내가 먼저 웃으며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만 한다.


-오히려 많이 비워냈을 때 진심으로 나다울 수 있다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관계는 잘라내 버리고 걸어 나가는 게, 차라리 눈 똑바로 뜨고 고독한 게 견디기가 나았다.


-윤서야 엄마는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냥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조금 버겁더라도 참으렴.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 하루빨리 사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안 가져도 숨통이 트일 것 같구나.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마음에 들면 사귀고, 그게 아니면 혼자서 지내는 것을 선택해도 된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니까.


-기쁨을 주었던 친구가 어느새 슬픔과 고통을 주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 조금만 더 관대해지기로 하자. 아무리 버겁고 힘들어도 남는 건 사람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밝은 것에 끌린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르잔 사트라피의 엄마는 그녀가 그저 응석받이 아이처럼 자라는 걸 원치 않았다. 


"우린 널 너무 사랑하니까 널 보내는 거야.

우린 네가 가까이서 힘들어하는 것보단 멀리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한테 기 뺏기며 사는 거 아니다.


-자유를 감당하려면 때로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 그녀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확고하게 요구했던 것은 자유를 누리는 만큼 최소한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줘'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너는 계속 부단히 노력하는 너여야만 한다는 것. 일견 자유분방한 듯 보이는 그 엄마들은 실은 고지식할 정도로 냉철한 엄마들이었다.


-엄마의 미소는 내게 '넌 너에게 진실했을 뿐이야. 왜 네가 쓴 것을 부끄러워하니? 이것이 너의 한계라고 해도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노력해서 더 잘하면 되잖아.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과 정체성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으면 안 돼. 있는 그대로의 너라도 괜찮아라고 소리 없이 말해주었다.


 아이 인생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아이이고 부모는 어디까지나 초대받지 않은 조연. 난 내 인생 살 테니 넌 네 인생 살아. 응?




서른 중반, 나 자신을 찾으려는 목마름과 갈망으로 6개월간 퇴직금 630만원으로 내면아이를 달래주는 프로젝트인 <엄마의 안식년>을 통해,

저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담았습니다.


뭔가, 나같지 않다고 느껴지며 엄마로서의 삶이 공허하고 답답하다고 생각되시거나

알파걸 같던, 진취적인 우리 아내가 출산 후 달라졌다고 느끼는 남성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서른여섯, 좋은 엄마 되려다 멈춰 서다>가 궁금하시고 리뷰글을 써주실 수 있으시다면

제 이메일로 주소를 보내주시면, 무료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댓글신청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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