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으로 혼 등산을 다녀왔다. 누가 봐도 등산하는 아지매로 보였을 모습으로(등산복을 입고) 버스에 올랐다. 햇살이 좋아서 썬글라스도 끼고 얼굴이 탈까 봐 여름 모자도 미리 썼다. (봄 철에 쓸만한, 등산 모자도 사고 싶어 진다.)
수원에 산지 꽤 오랜 히스토리가 있지만, 나는 수원에서는 거의 잠만 잤기에 이곳을 잘 모른다.
버스를 타고 주변부를 감상하고, 내려야 하는 목적지에서 내렸다. 지난주만 해도 꽃샘추위가 온 것 같은데 4월이 시작되서일까, 드디어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이라는 단어는 설렘을 준다. 나에게도.
이번 겨울은, 유독 길게만 느껴졌다. 너무 추웠고 힘겨웠다. 그런데 버티다 보니 어느덧 봄의 초입에 이르렀다.
남산 둘레길 같은 느낌이었다. 코스가 가파르지 않고 데이트하거나 혼자서 산책하기에도 알맞은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등산을 많이 다녀야겠다. 돈도 별로 안 들고 다이어트도 되고 자연도 볼 수 있으니.
수원화성 팔달산에 찾아온 봄.
집으로 돌아가려고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독립서점에서 마음에 들어서 산 책.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제목부터 끌렸다. 그러고 보면 제목이 반 이상이다. 암, 그렇고 말고.
어쩐지 익숙한 일러스트라고 했더니, 내가 좋아하는 <서평화> 작가님의 일러스트였다. 서평화 작가님이 일러스트를 많이 작업하는 건지, 내 눈에 이 작가님의 그림이 눈에 띄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림책 <넌 아름다워>를 샀을 때 처음 알게 된 서평화 작가님. 그냥, 뭐랄까 마음에 든다. (이름도 참 평화스럽다.)
어쩌면 난 한번 마음에 든 사람은 지속적으로 '호'인지도 모르겠다. 기호가 제법 뚜렷한 편인지 호불호가 있다. 극명까지는 아니지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지는 않다. 좋아하는 건 더 좋아한다, 점점.
이 책은 한수희 작가님이 쓴 글이다. 난 이 작가를 몰랐다 이전까지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됐다. 프롤로그부터 내 스타일임에 분명하다. 난 앞으로 이 작가님이 쓴 글을 읽을 것이다. 취향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끔 어느 두 개 중에서 뭘 고를지 몰라서 고민하는 나 스스로를 바라보며, "이런 결정장애 같으니라고" 라며 한심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결정 장애인 이유는 둘 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라서 그런 거다. 극명까지는 아니라 안 사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거나 사기에는 뭔가 아리까리 한 그런 거랄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행인 것이다.
마흔, 이제 나 자신과 친구가 되는 시기다.
그간 가성비를 추구하며 너무 나를 후려쳤는데, 이제는 좀 살살 다뤄야겠다.
전력 질주하고 탈진해 쓰러지지 않게, 에너지의 몇 퍼센트는 항상 비축해두련다.
좀 더~하고 싶을 때 다음 스텝을 위해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더 이상 20대의 체력 좋은 청춘은 아니다. 동안이라 자부했지만 체력이 후달리는 건 사실이다. 이게 바로 앞자리가 바뀐 40대의 시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