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배려로 똘똘 뭉쳐라

by 제니
타인을 칭찬함으로써 자기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과 같은 위치에 자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by 괴테


회사에 들어온 후 첫 회식 날이에요. 대학교 4학년 때, 취업하면 부장님께 사랑받겠다며 노래방에서 트로트를 간드러지게 연습했는데 드디어 실력 발휘할 날이 왔어요. 아침부터 기대하는 마음으로 회식자리를 갔어요. 투루, 정 부장, 강 차장, 최 대리, 오 주임까지 총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았어요. 오 주임이 음식을 주문하고 투루는 멍 때리고 있어요. 주문을 마친 오 주임이 은근슬쩍 투루를 쳐다보며 사인을 보내요. 투루는 촉촉한 눈망울로 오 주임을 보며 말해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주임님?”

“아… 아니에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오 주임 얼굴에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해요. 옆에 앉은 오 주임은 수저와 젓가락을 테이블에 놓고 컵에 물을 따라요. 목이 마른 투루는 “주임님, 저 먼저 주세요.”라고 우렁차게 이야기해요. 순간 테이블에는 싸한 기운이 감돌고 투루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어요.


회식을 마치고 오 주임이 슬쩍 다가와 이야기를 해요.

“다음부터 회식자리에 가면 투루 씨가 수저 놓고 물 따르세요. 회사에서는 보통 막내가 합니다.”


그래요. 투루는 1남 1녀 중 막내로 가정적인 아빠 밑에서 자랐어요. 25년 간 식탁에 수저를 놓거나 고기를 구워본 적도 없어요. 첫 회식에서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투루는 주말이면 대형서점에 가서 직장생활, 처세술 관련 책을 읽어요. 책 속에서 상사한테 해서는 안될 10가지 이야기,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등을 보며 메모를 해요. 회사 언어로 말하라는 내용에 ‘다,나,까’ 어투를 소리 내 연습해요. 그렇게 주말마다 전투력을 보강하고 실전에 투입된 투루. 하지만 실전은 책과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투루가 멘토로 생각하는 최 대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아요. 노처녀 히스테리 작렬인 강 차장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 모두 최 대리를 좋아해요. 왜일까 궁금증이 몰려오는 투루는 최 대리를 몰래 관찰하기 시작해요.


일도 잘하고 항상 미소가 가득한 최 대리는 별명이 ‘최배려’예요. 매번 말도 안 되는 반성문쓰기를 시키는 강 차장에게 제일 먼저 이메일 회신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정 부장이 사무실에 오면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해요. 처세술의 달인 오 주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해요. 그리고 사내서열 꼴찌인 신입사원 투루에게도 친절한 미소로 따뜻하게 대해줘요.


어느 화창한 봄, 회사 대청소 날이었어요, 간편한 복장으로 모인 홍보팀 식구들은 대청소를 시작해요. 대청소가 처음인 투루는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아요. 처세의 달인 오 주임이 대충 먼지를 닦기 시작해요. 뭐라도 거들 생각에 빗자루를 찾아보는데 잘 보이지 않아요.


“거기 있는 책장 좀 날라요.”

눈치를 보아하니 강 차장이 일 시키려고 잔뜩 벼르고 있어요. 이런 우라질, 책이 보관되어 있는 책장무게가 장난이 아니에요. 오 주임은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웠어요. 집에서 새우 껍데기까지 까서 입에 넣어 줘야 먹을까 말까 했던 투루는 오 주임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해요. 하지만 강 차장이 순간 찌릿한 눈짓을 보내요. 옮기라는 무언의 신호예요. 눈치 없이 신상 청바지를 입고 온 투루는 전날 받은 네일아트가 지워질까 조심스레 움직여요.


“투루 씨, 이거 끼고 같이 옮겨요.”

어느새 다가온 최 대리에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최 대리는 목장갑을 준비해서 내밀어요. 가뜩이나 네일아트 지워질까 신경 쓰였는데 순간 최 대리가 구세주처럼 보여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최 대리가 도와주니 책장도 제법 옮길 만해요. 다 옮기고 손 씻으러 화장실을 갔다 왔더니 강 차장, 최 대리, 오 주임이 벌써 점심을 먹고 있어요. 투루는 자신은 챙겨주지 않고 먼저 먹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해요.


“뭐 먹을지 몰라서 아무거나 챙겨놨어요”

이번에도 최 대리예요.


역시 투루를 챙겨주는 건 최 대리밖에 없어요. 물수건까지 챙겨 놓은 최 대리의 센스에 감동의 도가니탕이 몰려와요. 무뚝뚝한 최 대리는 슈퍼맨이에요. 목이 마른 강 차장에게 언제 사왔는지 생수를 건네고 깔끔한 오 주임을 위해 박스를 하나 구해와 다 먹은 플라스틱 그릇을 분리수거해서 넣어요. 최 대리는 자리에 앉지 않아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야 하니까요.


최 대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TRUE Message]

1. 빠릿빠릿한 신입사원이 되세요. 식사 자리에서는 테이블 세팅을 먼저 하고 메뉴는 2~3가지로 정해서 상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해보세요.

2. 회사에서 통하고 싶다면 ‘배려’를 온 몸에 무장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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