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길을 걸어라.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게 내버려두라.
- by 단테
홍보팀에는 공공의 적이 있어요. 가끔 사무실에 오면 공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입가에 썩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 사람, 바로 정 부장이에요. 사내에서 유명한 정 부장은 20년 가까이 회사에서 일했다는데 투루는 믿을 수가 없어요. 처세술의 달인 오 주임은 업무처리 능력도 좋고 일처리도 빠르고 홍보팀 실세 강 차장은 뛰어난 트랜드 분석과 인사이트 제공, 완벽하게 맡은 일을 해결하기에 인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 부장을 생각하면 물음표만 가득해요.
“정 부장은 어떻게 부장 자리에 올랐을까?” 세계 10대 미스터리보다 더 풀리지 않는 사내 전설. 출근은 하는지 안 하는지도 알 수 없고 6시만 되면 칼퇴근해 사람 만나러 가기 바쁜 정 부장.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회사가 어려운 시기 바람막이 역할을 해서 못 자른다는 소문부터 회장님 친척이라는 소문까지 암암리에 퍼져 있어요.
홍보팀 회의실, 방언 터지듯 말을 쏟아내는 정 부장과 일체 무시하는 강 차장.
시종일관 웃으며 묵묵히 회의록을 기록하는 최 대리.
그리고, 정 부장과 강 차장 사이에 앉아서 힘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오 주임.
정 부장과 강 차장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어찌할 줄 모르는 한 사람, 바로 신입사원 투루예요.
쿵쾅쿵쾅, 투루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져요.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실. 찬 기운과 함께 팽팽한 기 싸움이 또 시작됐어요.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어김없이 돌아오는 회의실에서의 정 부장과 강 차장의 신경전은 그칠 줄을 몰라요. 눈치를 보아하니 강 차장은 오늘도 다리를 꼬고 눈을 내리깔아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내가 늘 하는 얘기 알고 있지? 모두들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무조건 현장에 나가서 취재원을 만나고 기획소스를 발굴하라고.”
팀의 리더 정 부장이 본인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려 오늘도 애써 노력해요.
“부장님은 사무실에 매일 안 오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요. 행정처리랑 온라인 업데이트가 얼마나 많은데 현장을 가나요? 인력이라도 충원해주실 건가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친 강 차장은 바로 정 부장의 말을 끊으며 이야기를 해요.
회의 때마다 둘의 불꽃 튀는 전쟁이 계속돼 신입사원 투루를 혼란스럽게 해요.
아랑곳하지 않는 정 부장은 “투루씨 생각은 어떤가?”라며 애꿎은 투루에게 화살을 돌려요. 생각이라고는 점심메뉴밖에 없던 투루는 당황하기 시작해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에 짜증나 돌아버리겠어요.
팀의 실세 강 차장은 그런 정 부장과 15년을 둘이서 함께 일했어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회사에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어떻게 15년을 같이 일했나 상상하면 답이 안 나와요. 생각해보니 둘 사이엔 ‘오 주임’이 있었어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판과 처세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 주임. 능구렁이 같은 정 부장과 마귀할멈 같은 강 차장 사이에 균형을 이뤄주는, 중간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요.
홍보팀에는 강 차장 라인의 최 대리, 누구의 편도 아닌 오 주임이 있어요. 신입사원 투루는 보기 좋은 먹잇감이에요. 본의 아니게 투루는 사내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됐어요.
“회의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러 갈까”
능글능글하게 생긴 정 부장이 어느새 투루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와요.
“아… 오늘은 마감 때문에 야근할 것 같아요, 부장님.”
다행이 마감기간이라 투루는 공식적인 변명거리를 늘어놔요.
“다음 주는 어때? 일하다 힘든 거 있으면 이메일 보내.”
아직은 널 잊지 않았다는 미소와 함께 정 부장이 멘트를 날려와요.
“네, 알겠습니다.”
겨우 둘러댄 투루는 자리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려고 해요.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요. 노처녀 강 차장이에요.
“투루 씨, 마감준비 다 했어요?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웬일인지 평소와 다르게 친절해진 강 차장이 도와준다고 해요. 이건 더 무서운 소리에요.
“커피 마실래요? 카페모카 사다 줄까요?”
강 차장이 방임으로 키워왔던 투루에게 억지미소를 날리며 갑자기 친한 척을 해요. 정 부장의 싸늘해진 기운이 느껴진 투루는 뒤를 돌아봐요. 정 부장이 강 차장을 노려보고 있어요. 다시금 신경전이 시작되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레이저가 정 부장과 강 차장 눈을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이런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경우를 봤나. 투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책상으로 고개를 떨궈요.
화장실로 피신한 투루는 거울 앞에서 오 주임과 마주쳐요.
“부장님이랑 차장님이랑 분위기 안 좋은데 어떻게 하죠?”
투루는 오 주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해요. 오 주임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끼며 입을 열기 시작해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잖아요? 강 차장 앞에서는 강 차장 말을 들으면 되고 정 부장 앞에서는 정 부장 말을 들으면 돼요. 그리고 둘이 같이 있을 때는 아무 의견도 말하지 않고 그냥 듣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가니까.”
하지만, 궁금한 게 너무 많은 투루는 회의실에서의 상황들이 이해되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서로 싫어하는데 같이 일할 수 있어요?”
“투루 씨가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그냥 있어요. 그래도 시간은 흘러요. 직장 동료들은 서로 좋아하지 않아도 각자의 형편과 생계를 위해서 함께 일을 해야 하기도 해요.”
오 주임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지만, 사내정치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투루는 오 주임의 말을
마음 속으로 새겨들어요.
[TRUE Message]
1. 사내정치에 휘말리지 말고 중립을 유지하세요.
2. 사내정치에 휘말리게 되더라도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