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은 좋다 싶으면 그것이 적의 것이라 해도 거부하기 보다는 모방하는 쪽을 선택했다.
- by 시오노 나나미
무더운 여름, 강 차장 생일이에요. 투루는 강 차장 생일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롤링페이퍼를 만들기 위해 문구점을 가요. 생일축하 카드와 케이크를 산 뒤 사무실로 돌아와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요. 제일 먼저 강 차장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이미 누군가 댓글을 단 걸 발견해요. ‘누구지?’ 하며 댓글 이름을 확인한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해요. 오 주임이에요. 왜 놀랐냐고요? 그녀는 올 봄에 퇴사했거든요.
투루의 직속사수였고 강 차장의 왼팔과 정 부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둘 사이에 힘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 히로인 오 주임은, 더 날개를 펴기 위해 얼마 전에 회사를 떠났어요. 그런 그녀가 퇴사하기 전에 미리 강 차장의 생일에 맞춰 예약 축하메시지를 걸어두다니, 처세인지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놀라워요. 보니까 강 차장도 은근 기분 좋아하는 눈치에요.
사실 투루는 강 차장의 이어폰 투척 사건 이후로 오 주임만 생각하면 약이 오르고 이가 갈려요. 강 차장 못지않게 꼼꼼해서 이메일 보낼 때마다 얼마나 투루를 혼냈다고요. 하지만 강 차장에게 배울 점을 찾아보라고 말했던 최 대리의 이야기가 떠올라, 혹시 오 주임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었는지 생각하며 노트를 꺼내 하나하나 써 내려가요.
생각해보니 오 주임은 경청을 잘해요. 수다스러운 투루의 말도 다 듣고 피드백을 주고, 수시로 묻는 투루의 질문에도 대답을 잘 해요. 자기관리 철저한 오 주임은 알아주는 짠순이에요. 월급의 80% 이상을 저축해서 벌써 1억 넘게 모았다고 해요. 건강관리는 또 얼마나 철저한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김치는 꼭 두 그릇씩 먹어요. 의외로 순정파인 오 주임은 20살 때부터 만난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내고 뒷바라지를 하고 있어요. 고무신 거꾸로 신기는커녕 남자친구를 멋진 사나이로 키우고 있어요.
오 주임을 생각하니, 입사 초기 이메일을 잘못 보내 욕먹은 일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해요.
안녕하세요? ^^ 홍보팀 신입사원 투루입니다. 제가 이메일 보내는 이유는요 다름이 아니고요~
이번에 홍보팀에서 기획취재를 준비하게 되었는데요 ^=^ [생활의 발견] 코너에 ** 대리님을 소개하기로 결정 했답니다. 가능하시죠? 불가능하면 저 진짜 곤란해요. ㅠㅠ
빠른 회신 부탁드립니다. 꼭이요 꼭!!!! 사랑해요 대리님 >.<
-투루 드림
회사에서 이메일을 처음 써보는 투루는 친근한 표현으로 섭외 이메일을 보냈어요. 하지만 이메일 발송 후에 직속 사수 오 주임에게 엄청 깨지고 말았어요. 오 주임은 이메일도 전략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고, 투루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메모에 피드백을 정리해요.
[투루의 직작생활노트]
* 오 주임 피드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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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메일만 잘 보내도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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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에 감정을 내비치는 말을 하지 마라.
- 메일 제목은 내용의 핵심을 담아서 보내라.
- 메일 내용은 오해의 여지 없이 간결하게 쓰라.
-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2~3번 확인하고 발송하라.
- 업무상 이메일을 보낼 때는 이모티콘을 조심해서 쓰라.
- 솔직한 것도 좋지만 전략적인 표현으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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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적인 이메일 표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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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한 내용은 간략하게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예)[문의하신 –사항은]
- 업무 협의시 이메일 회신 때 <상사가 ~하신답니다>라는 표현은 주체적이지 않고 상사에게 부담을 주므로 [문의하신 ~에 대한 사항은 내부 의사소통 결과]라고 표현하는 게 좋다.
- 후배가 <빠른 회신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당황할 수 있기에 [바쁘시더라고 내일 중, 회신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 선배들을 부를 때 성을 빼고 부르는 건 무례해 보일 수 있기에 호칭은 항상 ‘성’까지 붙이는 게 좋다.
- 사과의 표현은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정도로 하는 게 좋다.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등의 지나친 표현은 입바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 구구절절 길게 쓰지 말고 <된다, 안 된다, 잘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습니다> 정도로만 쓰는 것이 좋다.
성격이 불 같아 정 부장에게도 바락바락 대드는 투루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오 주임의 처세술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어요.
[TRUE Message]
1. 적당한 처세술은 사회생활에 도움을 줘요.
2. 이메일 보내기와 같은 사소한 업무에서는 디테일이 승부를 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