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정성껏, 고급요리를 배워보자~~
9월이 된 뒤, 새로 시작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요리 배우기>
하도 오랜 기간동안 앉아서 책 보고 글쓰고, 자료 정리하고 하는 일들을 했기에...
뭔가 색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리프레쉬 하고 싶었다.
그리고, 요리를 배워보고 싶었다. '요리'를 배워보겠다는 마음이 든 건 처음이다.
관심분야가 달라졌다기 보단, 심신이 아프고 나서 '요리의 필요성'과 '먹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달까? (그럼에도 아직까지 생각만큼 잘 되진 않는다~커피를 줄여야지 하면서도 못 줄이는 것 처럼 ㅎㅎㅎ)
뚜벅이 생활 중, 집 앞 버스정류소에서 30분 내외로 걸리는 '간편한 이동성'도 좋았다.
재료값을 포함해도 저렴한 가격의 7주 과정을 강좌 오픈 후 빛의 속도로 신청했다~~~~
정원은 15명 내외였다. 첫 날 도착해보니 한 조당 3~4명으로 앉은 자리 순으로 결정이 되었다.
(뭐든, 첫 날 자리선택이 중요하다!!!!!!!!!!!!)
나랑 같은 조는, 병점에서 오시는 엄마또래 여사님과 박사님이다~~두 분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30년 넘게 살았다고 하며 '박사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분은 약사라고 하신다. 은퇴 후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신기한 건, 몇 주 안 나가도 같은 조 여사님들의 전화번호는 몰라도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녀들은 뭘 하고 있는지는 알게 되었다. 이곳은 또 새로운 세계다. ㅎㅎㅎㅎ애교많은 목소리의 여사님은 아들과 딸이 있고 딸이 서른살에 대기업 케미칼 회사에 재직중이라고 한다. 8년 터울로 낳아서 너무 예쁜 아이라고...ㅎㅎㅎ
긴 테이블에서,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실습을 한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는 이론수업 및 전문가 명장 선생님의 요리 시범이 있고, 그 뒤 1시간 30분 정도는 조별로 실습을 한다.
난, 사실 요리에 대해서는 크게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주방 보조 개념으로 납작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며 뭘 해야 하냐고 여사님들께 여쭈어 본다. 집에서는 설거지를 하기 싫어하지만, 빛의 속도로 설거지를 하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애쓴다.
재밌는 건, 내가 초보라고 생각하고 머리를 비우니 참 편하다는거다. 썰라고 하면 썰고, 뜯으라고 하면 뜯고, 그냥 무념무상으로 머리가 쉴 수 있다. 보통의 나는 늘 머리 속에서 여러가지 계획과 상념들이 24시간 돌아가서 늘 머리가 아픈 편이었는데 요리수업을 들을 때면 그저 단순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니 좋다.
신기한 건, 옆 테이블에 요리 고수로 보이는 분이 있는데 다짜고짜 말을 놓는다.
"말 놔도 되지?"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또 이것저것 자세히 알려주신다. 평소의 나라면, 저런 말투에 기분 나빠하며 여차저차 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요리 분야에서는 나는 쭈구리라 크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네네~"라고 힘을 빼고 대답한다.
그러고보면 '안다고 생각하면'문제다. 뭔가 할 말이 많아지고 기분이 나빠지니 말이다~
때론,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의 마인드가 사는 데 있어서 편한 것 같다. 목에 힘을 빼고 미소를 지으며...
나도 약자로 살고싶다.(난 맘이 여리고 약한 편인데, 똑 부러져보이는 인상 덕분에? 오해를 받거나 불편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나를 더 알게되면, 생각보다(?) 어리버리한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아무튼, 10시~1시까지, 3시간의 요리 시간이 지나면 조원분들과 함께 만든 음식을 먹는다. 그게 또 꿀 맛이다. 나는 우리조에서 막내라, 남은 음식이 있으면 싸주시기도 한다. 그저 감사할 따름~~
새로운 시작, 그리고 새로운 루틴!
하나하나 차근차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