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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Apr 11. 2022

자녀와의 자유여행, 대만이 딱!인 네 가지 이유.

열세 살 딸과의 대만 한 달 여행

자녀와의 해외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만의 타이베이를 리스트에 추가하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면적이 크지 않은 점이 오히려 자유 여행의 장점으로 다가온다.

타이베이의 면적은 서울의 절반 정도이고, 인구는 265만(서울은 960만)이다. “넓어야 볼 게 많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아이와의 여행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동 거리가 너무 길면 아이도 엄마도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 어린아이들은 피로가 쌓이면 병이 나기 쉬운데 해외에서 탈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보통 체험 하나, 관광지 한두 군데, 식사 두 번 하게 되는데 타이베이에서는 웬만하면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고 이동 시간도 짧다. 그래서 아이를 이끄는 엄마의 부담도 적다.


도시 면적이 넓지 않아 여행 중에 숙소를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나와 딸아이는 잠자리에 예민한 편이라 한 숙소에 오래 머무는 것을 선호한다. 숙면을 취해야 더 즐겁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서도 잘 자는 편이며 한 숙소에만 머물기 지루하다면 숙소를 옮겨보는 것도 좋겠다. 이때 주거지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와 번화가에 있는 호텔로 숙소 타입을 달리하여 옮기기를 추천한다.


주거지 구역의 숙소에서는 대만 사람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아침에 산책을 나가면 빠오즈(찐만두) 맛집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는 어르신, 발걸음 총총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스쿠터 물결을 볼 수 있다. 반면, 번화가에서는 대만 젊은이들의 활기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쇼핑을 즐기기에도 편리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주말에 넘치는 인파 속에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녀와의 맘 편한 자유여행으로 대만이 딱인 두 번째 이유는 ‘안전’이다.

아이와 자유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인데, 대만은 이 부분에서는 안심해도 좋다. 오토바이가 많아서 골목을 걸을 때 조금 조심해야 하는 건 있는데,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타이중 펑지아(逢甲 봉갑)대학 근처 야시장, 야시장은 먹으러 가는거다.

더운 남방지역이어서 야시장 등 밤 문화가 발달해 있다. 밤 문화라고 해서 술 마시고 노는 문화가 아니다. 그저 더위를 피해 저녁에 밖에 나와 야식 먹고, 음료 마시고, 이야기하는 거다. 거리에 술집이 없고,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20년 전 대만에 어학연수 가기 전에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다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술 마시고 노는 줄 알았다. 대만 타이중 동해대학 서쪽에 큰 상권이 있는데, 이곳에 술집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만의 대학생들은 술을 마시며 놀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나 싶었다. 그동안 버린 시간과 돈이 아까웠다. 술집에 모여 으쌰으쌰 노는 것 외에 다르게 노는 방법을 몰랐다. 그 이후에 술집에서 시간을 버리지 않겠다 결심했다.


아이와 함께 늦은 시간에 야시장을 돌아다녀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대만, 우리나라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더불어,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은 여행을 더욱 펀안하고 즐겁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자녀와의 대만여행으로 대만이 좋은 세 번째 이유이다. 대만식 샤부샤부인 솬솬궈(涮涮鍋) 가게에 들어섰을 때이다. 주인 혼자 일하는 식당이었는지 주방에서 일하느라 바빠 우리가 들어섰는지 모르고 있어 약 5초간 어디 앉아야 하나 머뭇거렸다. 그러자 식사 중이던 손님들이 딱 봐도 외국인인 우리를 위해 주인을 불러주고 여기 앉으라고 안내를 하는 것이 아닌가. 과하거나 과장된 친절이 아닌 필요한 만큼의 친절이었다.


자전거로 한 달간 대만 환도(還島 대만 일주) 여행을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보통 시골 마을 공원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텐트 문 앞에 샌드위치나 과일 같은 것이 종종 놓여있었다고 했다. 아마 조식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행객의 텐트를 발견하고 입구에 살포시 놓아둔 것이리라. 대만 사람들의 무심한 듯한 친절은 극복할 것이 많은 아이와의 여행에 좋은 추억을 남길 것이다.



자녀와의 맘 편한 자유여행으로 대만이 안성맞춤인 네 번째 이유는 ‘저렴한 음식값’이다.

대만은 한국과 비교하여 음식값이 저렴한 편이다. 물론 일본식 샤부샤부나 한국 바비큐 등의 특별한 음식은 가격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일반 대만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은 비교적 저렴하다.


타이베이 용캉지에(永康街) 조금 외곽에 있는 ‘항주 샤오롱탕빠오’라는 식당을 좋아한다. 2020년 딸아이와 방문했을 때 샤오롱빠오 한 판(8개)이 150위엔(약 6,000원)이었다. 샤오롱빠오 두 판이랑 오이무침 등 이것저것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었더니 670위엔(약 26,800원)이다. 2023년 2월에 방문했더니 샤오롱빠오 가격이 170위엔(약 6,800원)으로 올랐다. 배불리 먹고 450위엔(약18,000원) 결재했다.


아이가 여행에 지쳐 보여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김치찌개를 사 먹인 적이 있다. 김치찌개 하나, 깍두기 반찬 추가, 밥 한 공기 추가하니 240위엔(약 9,600원)이다. 백화점 푸드코트인데다가 한국음식인데 이정도면 저렴하다.

동네 우육면은 150(약 6,000원)위엔 정도이고, 조식 식당에서 딴빙 2개와 또우장 2잔, 빠오즈 하나를 사면 170위엔(약 6,800원)이다. 2020년 딸아이와의 한 달 여행의 식비를 계산했더니 96만 원이었다. 하루 세 끼, 간식, 비싼 한식 돼지갈비까지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96만 원이니 저렴하다 할만하다. 음식값이 비싸지 않으니 식사할 때 환율 계산하면서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타이베이에서는 아이가 먹고 싶다는 거 다 사줄 수 있어서 좋다.


적당한 이동 시간, 안전하고 친절하며 음식값 저렴한 대만, 자녀와의 자유여행지로 딱!이지 않은가? 첫 번째 자유여행을 꿈꾸고 있다고 대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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