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고 임용되었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다. 오랜 바람이었던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 고려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하여 2년 간의 과정을 거쳐 자격증 취득 자격을 갖추었다. 작년에도 몇 군데에 이력서를 넣어봤으나 아직 자격증 취득 전이어서인지 서류도 통과 못했기에 졸업을 앞둔 올해부터는 이력서에 '자격증 취득 예정'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넣었다. 이 덕분인지 두 번째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2년 동안 강의 듣고, 리포트 내고, 시험 보느라 고생했다고 쓰담쓰담 스스로를 칭찬하했다. 안 그래도 대만행 비행기표를 구입할 명분만 찾고 있었는데 딱! 걸렸다. 이성과 냉정이 돌아오기 전에 나에게 주는 상이라는 명분으로 대만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여행도 잘 마쳤는데, 3월이 되자 슬슬 두려움이 새벽안개처럼 엄습해 왔다.
"아, 내가 초등학생 공포증이 있었지!"
몇 년 전 2년간 초등학생에게 중국어를 지도한 적이 있다. 잊고 있었던 그때의 고난과 고통이 생각났다. 나는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스스로 수강신청을 한 성인은 이미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학습 의지까지 장착된 상태여서 수업 첫날부터 눈이 반짝반짝하다. 그러나 중국어가 뭔지도 모르고 엄마 손에 끌려 교실에 앉아 있는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동기부여를 시키려고 해도 불가능하며, 흥미를 끌만한 수업 준비를 해가도 반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업이 이렇게 의도한 대로 잘 되지 않으면 수업이 끝난 후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어제 한국어 수업을 할 학교에 계약서 작성 겸 서류제출을 하러 갔다.
"선생님, 한 반에 10명 정도 될 거예요. 한국어 수업 외에 생활지도도 해 주셔야 합니다."
"생활지도요? 어떤..."
"저희 학교 학생의 70%가 러시아어권 학생이다 보니 한국어를 꼭 배워야 한다는 욕심이 좀 적어요. 그래서 가끔 교실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출결관리 등 생활지도도 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오지 않거나 지각을 하면 담임선생님에게 꼭 확인을 하세요. 옆 교실에 있는 담당 선생님에게 얘기하시면 도와주실 거예요."
선생님의 얘기를 듣다 보니 수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에 아이들이 온 이후부터는 아이들의 안전은 학교의 책임이니 이 부분을 특히 신경 써야 하는 것 같았다. 너무 엄해도, 너무 친절해도 안 되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리'라는 총탄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몰입감 높은 수업을 준비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수업하게 될 교재와 익힘책, 지도서, 지도방법과 관련된 논문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교재를 보고 수업의 방법을 연구하는 것뿐, 나머지는 개학하고 나서야 알게 될 일. 지금부터 벌써 조바심 내지 말자고 마음을 달래...... 려고 했으나 달래 봐도 달래지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수업 시작해 보자.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어떻게 되겠지...
하지만 수업은 잘하고 싶다... 진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