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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Feb 17. 2023

대만과의 이별 여행이 되려나...

열여섯 딸과의 다시 대만 여행

며칠 뒤면 7일간의 대만 여행을 시작한다. 2020년 2월의 대만 한 달 살이 여행 이후 3년 만의 해외여행이다. 아이 개학 전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일 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지난달 대만행 항공권을 예매했다. 


사실 방콕과 대만을 모두 가는 열흘 정도의 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코로나 기간 동안 수입이 상당히 줄어든 탓에 숨어 있던 돈과 영혼까지 긁어모아 떠나는 여행이라 부득이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오랜 고민 끝에 방콕을 강력하게 원한 딸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 체 하며 대만으로 결정했다. 돈은 엄마가 내니 너는 선택권이 없다는 한 마디로 원성을 눌렀다. 결국 또 대만이다.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나는 왜 매번 대만을 선택하나? 20대 젊은 날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대만에 있었기 때문일까? IMF사태라고 불렸던 그 시절, 우리 집 역시 주식으로 인해 곤경에 빠졌고, 1998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나는 아르바이트, 계약직 직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대만 어학연수를 감행했다. 핸드폰이나 여행은 엄두도 못냈다. 동전을 세어가며 살던 중에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아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아가씨를 만났을 때 너무 기뻤다. 대만에서의 모든 기억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때가 되면 그곳으로 돌아가는 철새처럼 주기적으로 대만을 찾지 않으면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20년이 훌쩍 지난 빛바랜 사진 속 타이중 동해대학

여행지를 대만으로  가기로 결정하자 방콕을 강력하게 원했던 아이가 볼멘소리를 한다. 아이의 불만이 아니더라도 나도 내심 이제는 대만 말고 다른 곳도 가봐야겠다 생각이 든다. 아마도 대만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서 인듯하다. 이쯤 되니 이번 여행이 대만과의 이별 여행이 되려나... 싶다. 


드라마에서 본 듯한 장면이 머리에 떠오른다. 남자친구와 헤어짐을 예감하고 그와 떠나는 마지막 여행, 매 순간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 대만이 나에게 남자친구 같은 존재였나. '한동안 대만을 가지 않겠구나...'라는 예감이 들자 여행 준비하는 시간부터 소중하다.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 약속도 잡아놨다. 


이제부터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돈 많이 벌어서 꼭 다시 찾아갈게."라고 말하는 드라마 장면이 또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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