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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Feb 19. 2023

용하다 용해, 대만 돌잡이.

열여섯 딸과의 다시 대만 여행

모레 출발하는 대만 여행을 앞두고 예전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뒤적거리다 사진 한 장을 보고 보고 깜짝 놀랐다. 참으로 용하다는 말과 함께 아이와 그 당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2019년 2월 22일,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타이베이에서 펑리수 쿠킹클래스에 참가했다. 교실에서 강사의 안내에 따라 아이와 함께 조몰락 조몰락 펑리수를 만들었다. 반죽하면서도 솔솔 풍기는 버터향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던 것 같다. 완성된 펑리수 반죽을 오븐에 넣자 진행하는 선생님이 안내를 했다.

“위층에 전시 공간이 있으니 기다리는 동안 관람하세요.”

예약할 때 듣지 못했던 뜻밖의 활동에 호기심이 생겨 부랴부랴 움직였다.

  


대만 전통 민간 풍습을 소개하는 전시관이었다. 사당에서 점을 치고 점괘를 해석하는 방법, 결혼식 풍습, 출산 풍습, 명절 풍습 등 직접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반달 모양의 점구(占具)를 던져도 보고, 결혼식에 사용되는 빨갛고 큰 꽃도 들어보았다.


돌잡이 풍습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강사가 “여러분 모두 이미 돌은 훨씬 지났지만 한 번씩 체험해 보세요.”라고 권하여 딸아이와 나도 돌잡이를 해 보았다. 청진기는 의사를, 주판은 경제력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기에 전통 방식의 돌잡이는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 전시관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물건을 잡는 것이 아니라 돌림판을 돌려 자신의 운명을 점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두둥! 결과는!

나는 ‘먹을 복이 있는 사람’, 아이는 ‘음악가’라는 점괘가 나왔다. 나야 워낙 먹을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나의 이 듬직한 체구는 운명이었어”라며 아이와 깔깔거렸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잠시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좌: '음악가'라는 점괘 / 우: '먹을 복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괘


그 당시 5학년이었던, 3월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는 현재 조금 과장해서 하루 25시간 노래를 부른다. 샤워하려고 욕실에 들어가면 쏴 샤워기 물 트는 소리와 함께 노래를 시작하여 헤어 드라이기 바람 소리가 꺼질 때 노래를 멈춘다. 옆집에 사과박스라도 들고 가야 하나 싶다. 뮤지컬도 좋아하고, 학교에서 밴드부를 만든다 어쩐다 난리다. 훗날 무슨 일을 직업으로 삼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용하다, 대만 돌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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