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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Apr 05. 2022

대만에 가면, 대만의 자장면 단자이미엔을 먹어보자.

열세 살 딸과의 대만 한 달 여행

나는 대만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단자이미엔’을 꼽는다. 대만에서 탄생한 진짜 대만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별표가 타이난. 위에서부터 차례로 대북, 대중, 대남.

대만 여행 20일째 되는 날 타이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타이난은 대만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타이완이 시작된 도시라 할 수 있다. 타이난은 조용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도시이다. 16세기 중국 본토인들의 대만 이주, 네덜란드의 대만 침략, 명말 청초의 정성공(대만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다.), 일본의 침략이 모두 타이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작은 도시 안에 이 모든 유적지가 공존한다. 각 시기를 하루에 느낄 수 있는 신기한 도시이다.


단자이미엔은 타이난에서 탄생했다. 단자이미엔이 탄생한 곳은 ‘뚜샤오위에(度小月, 도소월)라는 식당이다. 식당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보면, 이 식당의 이름의 유래와 단자이미엔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뚜샤오위에(度小月)는 청나라 광서제때인 1895년부터 타이난에서 시작되었다. 1대 선조는 복건성 사람으로 평소 물고기를 잡으며 타이난 안핑 지역과 대륙을 오갔다. 매년 청명절 전후가 되면 날씨가 나빠지는데, 특히 7,8월에는 태풍과 계절성 바람으로 인해 생업을 이어가기가 곤란해진다. 그러면 당시 '샤오위에(小月, 소월)'이라 불리던 대만으로 와 어깨에 국수를 파는 도구를 메고(擔 딴) 장사를 했다. 그러다 아예 대만에 정착하였는데, 당시 홍등(간판 역할을 했을 것이다.)에 "度小月担仔面(타이완에 건너온 메고 다니며 파는 국수라는 뜻)라고 적었으며, 이것이 현재 이름의 유래이다. ">

1대 선조 이후 단자이미엔의 비법을 집안사람들에게만 전수하며 사업을 키워오다가 일본 침략기에 사업이 크게 일어났다고 한다. 일본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본 손님이 많은가 보다. 가게에 들어서면 "이랏샤이마세"라고 인사한다. 이 식당에서 대만으로의 이주 초기 문화와 일본 침략기 문화, 그리고 현재의 문화의 단면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자장면은 임오군란(1882년)과 인천항 개항(1883년) 이후 조선에 오게 된 청나라 군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동하며 노점에서 판매하다가 1905년 ‘공화춘’이 문을 열면서 부두 하역 인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니, 단자이미엔과 자장면의 탄생과 성장 역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 현재 두샤오위에 식당에서 단자이미엔 판매 모습


가게는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 놓고 있다. 식당  홀 내부에 위 사진과 같이 초기 전통 주방 모습을 현대식으로 재현해 만들어 놓고 여기서 단자이미엔을 만들어낸다. 재미있고 독특하고 신선하다. 손님이 앉는 의자는 등받이가 없는데, 이 또한 당시에 왼쪽 사진처럼 낮은 의자에 걸터앉아 먹는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단자이미엔콩신차이(모닝글로리), 대만 야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굴전인 어아지엔, 그리고 아리산 야생 아이위(爱玉)라는 디저트를 주문했다. 爱玉는 대만 원주민들이 주로 먹는 열매라는데 직접 보거나 먹어본 적이 없어서 주문해 보았다. 단자이미엔의 소스는 우리나라의 된장 맛과 유사하다. 딸아이도 처음 먹는 음식인데도 모두 입맛에 맞다고 그릇을 싹싹 비웠다. 된장, 굴 모두 익숙한 재료, 익숙한 맛이어서인 것 같다.  388위엔(한화로 약 16,000원)이다. 푸짐하고 맛있고 저렴해서 더 행복한 식사였다.



나이가 조금 있는 사람들은 자장면을 떠올리면이사 등 기분 좋은 날 엄마가 “오늘은 자장면 먹자!”하면 “와~~”하고 함성을 지를 만큼 기뻐했던 장면과 오버랩 될 것이다. 자장면은 추억이 어린 음식인 것이다.


단자이미엔도 그런가 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식당 유리창에 붙은 대만 교과서에 실린 단자이미엔과 관련된 글이 보인다. 사진을 찍어와 나중에 살펴봤더니 어릴 적 아버지와의 여행 중 먹은 단자이미엔, 그 추억에 관한 내용이다.

<여름방학 때,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타이난에 놀러 갔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는데, 그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단자이미엔이다.

그날, 우리는 함께 단자이미엔 가게에 들어갔는데, 들어서자마자 키가 낮은 붉은 부뚜막이 눈에 들어왔다. 부뚜막의 큰 솥 위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 있는 반들반들한 검은 솥 안에서는 '로우짜오肉燥'(잘게 다져 양념한 고기) 향이 솔솔 풍겨 나오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으로 사장님에게 솥이 왜 이리 검은지 물었다. 사장님은  "로우짜오肉燥의 맛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솥은 일 년 내내 불이 꺼지지 않아서 이렇게 검은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해 질 무렵 조명 아래에서, 우리는 작은 나무 식탁을 찾아 앉았다. 아빠는 "예전 타이난과 안핑 사이가 아직 바다였을 시절,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으면 어부들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지 못했어. 이때 한 어부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도구를 어깨에 메고 다니며 국수를 팔기 시작했지. 이후 점차 장사가 잘 돼서 아예 직업을 바꿔 단자이미엔을 팔기 시작한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잠시 후, 사장님이 단자이미엔을 가져오셨는데, 그릇 안에서 로우짜오肉燥향이 솔솔 풍겨 나오고 있었다. 반질반질한 국수 위에 놓인 초록색 고수와 붉은색 새우. 맛을 보니 맛도 있고 입에도 잘 맞는 것이, 진정 색과 향을 고루 갖춘 음식이었다. 나는 후딱 한 그릇을 먹고 한 그릇 더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아빠가 웃으면서 "그렇게 빨리 먹지 말고, 맛을 음미해봐. 그래야 단자이미엔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라고 말씀하셨다.>


타이난에 가게 된다면, 단자이미엔을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전주에 가면 전주비빔밥을 한 번은 먹는 것처럼. 하지만 단자이미엔을 먹겠다고 일부러 타이난에 갈 수는 없으니, 타이베이에서라도 대만 서민 음식과 역사의 일부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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