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틈
푸른 향이 짙어지면 꼭 그게 첫눈처럼 소복이 쏟아질 것 같다
그 출입금지 빨간 테이프 같아
그 숨기지 않아도 돌아오는 닿을 수 없는 곳
그 너머엔 꼭 있었다
유치한 일들이 자꾸 해보고 싶어
펴지도 못하는 주먹으로 뭘 던지니
대답도 못하고
어물쩍거리다
그냥 쥐고 뛰어들었지
접어 올린 소매가 단정했던 사람
어떤 일의 끝은 뭉툭했던 사람
제봉선을 그어놓은 청바지 밑단 같은 너
쌓여버린 원단도
좋아서 접어둔 건 아니겠지
또 롤업의 계절이 온다
빈틈없이 쌓일 것이다
겨울에는 그녀가 꼭 온다
어제도 자르지 못해 접어 올려두었지
이제는 자국이 생겨 내리면 어색해
꼭 잘못 고른 것처럼 보이면 어떡해
이제는 내 탓이 아니지 그치
푸른 파도들도
모래에 파묻혀 떨었을 모래들도
이제는 쌓아만 두어야지
지워지지 않는 융해의 영광은 얼룩으로 남아
애틋한 북반구의 확정적인 계절이 되었다
떨어져야 할 것들이 좌우로 쌓이게 되면
그들은 뒤룩뒤룩 의지할 곳을 찾으려
극단적으로 사랑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