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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Nov 22. 2024

흰 틈

흰 틈

푸른 향이 짙어지면 꼭 그게 첫눈처럼 소복이 쏟아질 것 같다


그 출입금지 빨간 테이프 같아

그 숨기지 않아도 돌아오는 닿을 수 없는 곳

그 너머엔 꼭 있었다


유치한 일들이 자꾸 해보고 싶어

펴지도 못하는 주먹으로 뭘 던지니

대답도 못하고


어물쩍거리다

그냥 쥐고 뛰어들었지


접어 올린 소매가 단정했던 사람

어떤 일의 끝은 뭉툭했던 사람

제봉선을 그어놓은 청바지 밑단 같은 너

쌓여버린 원단도


좋아서 접어둔 건 아니겠지


또 롤업의 계절이 온다

빈틈없이 쌓일 것이다

겨울에는 그녀가 꼭 온다


어제도 자르지 못해 접어 올려두었지

이제는 자국이 생겨 내리면 어색해

꼭 잘못 고른 것처럼 보이면 어떡해

이제는 내 탓이 아니지 그치


푸른 파도들도

모래에 파묻혀 떨었을 모래들도

이제는 쌓아만 두어야지


지워지지 않는 융해의 영광은 얼룩으로 남아

애틋한 북반구의 확정적인 계절이 되었다


떨어져야 할 것들이 좌우로 쌓이게 되면

그들은 뒤룩뒤룩 의지할 곳을 찾으려

극단적으로 사랑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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