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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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스타벅스를 찾았다
몇 년 전 코로나 시국
재택업무 도입과 백수의 시대가 도래해
히키코모리를 경외한 세상이 왔을 때
마스크와 손세정제 따위로 중무장한 채 은밀히 찾았던 곳이다
혼자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멍하니 시간을 녹였던,
갈 곳 잃은 백수들의 안식처였던 공간
그중에 건물 밖 공용주차장 쪽으로 나오면 흡연이 가능했던,
대용량 페인트통을 재떨이로 사용하도록 마련된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만큼 견고한 공간
잠시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갈의 공간
교복 입은 친구들도 너나 할 것이 찾아와 쉬어가던
담배 하나 달라거나 불 좀 빌려달라거나 불썽사나움이 일어난 적 없는
오히려 우리가 교복 주머니 속 그들의 불을 빌려야 할 정도로
경시가 경외로 경외가 경시로 뒤바뀐 세상의 착한 사마리아법처럼
세계의 아픔이 보호받을 수 있었던 곰곰 되새김의 공간으로
아주 오랜만에 들어오게 되었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과 공용주차장 사이 누구나 환영하던
언제든 네 편이 내 편, 내 편이 네 편이 될 수 있는 깍두기처럼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이와 사이, 사이의 사이, 사이에 사이,
사와 이 사이 삼! 같은, (4 3 2)
어쩌면, 삼과 살이 더해져~ 혹은 삶이므로
새 해가 되어도 여느 때처럼 골목흡연과 스타벅스를 반복하는 것은
해가 바뀌어도 다를 것 없는 그저그런 일상이라는 셈이다
무엇이든 '오랜만'이 될 거라는 달가운 안부를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