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복 많이 챙기시게들~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늙어서 그래.” “”나이 먹어서. “이다. 일상의 모든 인과가 되어버린 것처럼 툭하면 세월 탓을 하고 있다. 사람 사이 관계에서는 지배적이고, 욕구와 욕망은 말할 것도 없다. 삶의 태도가 ‘나이 먹어서, 늙어서.’ 한마디 말에 귀결하고 있다. 귀찮음과 조금 다른 결의 염세다. 당연하게 나이를 먹었고, 10년 전보다 1년 전보다 어제보다 늙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 부정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노년에 접어든 건 아니지만, 세대의 갈등을 충분히 직면하고도 남을 만큼 세월이 들어 찬 것도 처연한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불혹‘을 ‘영포티‘란 말로 대체하고 있지 않는가. ‘불혹’이라 함은 미혹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경험과 식견이 쌓인 삶의 주기로 일컫지만, 100세 시대! 긴 수명으로 볼 때 아직 반도 채우지 못한 미령한 나이란 점에서 불혹이 아니라 여전히 불안하게 여러 유혹에 휩쓸려 나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유행과 문화를 선도할 힘은 절정에 있고, 유행과 문화가 생물학적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는 에코세대이지 않은가. 체면도 중요하고, 자신의 개성이 존중되는 것도 중요하고, 그렇다고 오지랖이 상호적임을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독립성이 짙은 꼰대! 독립성은 헤게모악의 성질을 강하게 띄고 있다. 꼰대력을 발현하기 위해 '늙어서 그래.' '나이 먹어서 그래.'란 말을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
.
헤게모니악(hegemonic)은 헤게모니(hegemony)에서 나온 말로, 보통 다음 뜻으로 쓰인다. 지배적·우위적인 힘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성질, 다른 집단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지배 구조와 관련된 것. 즉 헤게모니악적 꼰대의 말의 행간에는 (나이 먹어서) 잘 모르겠으니, 당신이 이해해야 해. (늙어서) 힘들다. 좀 살펴줘. 같은 방조와 위로로 위장하여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는 척, 지배하려는 가스라이팅의 호흡이 섞여 있다.
하지만 꼰대들 사이에서도 하찮기 짝이 없어 꼰대 취급도 받지 못하는 헤게모니악적 꼰대는 뭐든 너무 연약하다. 오히려 대놓고 조롱과 괄시의 대상일 될 뿐이다. 그것마저도 의도했다는 듯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조롱과 괄시를 유머나 풍자로 되돌려버리는 어마무시한 치밀함이 있다면, 소름이 다 돋을 것 같다. 그럼 헤게모니락적이 아니하 헤게모니가 될 것이다. 다만 그럴만한 치밀한꼰대는 드물다. 자신의 이익에만 반하는 설계라면 꼰대가 아니라 졸렬하기 짝이 없는 소시오패스일 뿐. 어쨌든, 헤게모니악적 꼰대들을 보면, 자존감과 자존심이 균형이 잘 맞춰있다가도 지극히 사소한 이유로 주가처럼 폭락과 상승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개그맨 출신 유튜버들이 여럿 모여서 한 때 생활고나 꿈을 접을 만큼 힘든 시기를 이야기하다가도 금세 그 시기 따위 조롱으로 이어지는 영상을 보면, 긁혀버린 마음만큼 전투력 상승! 더 뜨거운 조롱으로 맞불을 놓는다. 개그맨들의 티키타카를 보며 신나게 웃고 ‘좋댓구알’하는 게 새삼 유튜브란 세계가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현타가 정신을 뒤흔들지만, 그리 아프지 않다.
.
.
그럼에도 ‘나이 먹어서 ‘ ‘늙어서’를 내뱉는 긴 숨은 이미 삶의 종착 부근으로 다 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이상 새롭고 발칙하고 색다른 것이 없다는 단호에 갇혀버린 것 같다고 할까. 창의성이란 경계선이 흐릿해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역발상, 반어법, 역설, 시적 허용, 같은 것들이 다 낡고 늙고 오래된 클리셔로 보여, 오히려 더 상투적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랄까! 그럼 그동안 얼마나 창의적인 것들을 해와서 그런 주장을 하냐고 되묻는다면, 턱 하니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노력은 결과로 이어져야 노력이 될 게 뻔하니까. 그래도 “노력이었다” 하는 결말을 위해 포기란 감정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뭔가 진행 중인 셈이다. 늙어서 나이 먹어서 그 속도가 예전만 못하지만 말이다.
만약 독자들이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어쩌라고? 묻는다면, 그냥 내 대답은 “몰라 묻냐?” 한껏 도전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긁힌 마음을‘ 한껏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다. 어쩌겠는가! 이게 다 나이 먹어서, 늙어서 그런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