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란 시간의 이름 "낭패"

늘 혼자 주절주절!@#$%?

by 지음 허투루
주절주절!@#$%?


낭패다! 휴대전화를 놓쳤다. 액정이 박살 났다. 의식이 날아갈 뻔!

화면은 보인다. 키보드가 뜨면 조각난 금 사이로 자음과 모음과 알파벳과 숫자들이 잘리거나, 파여 있다. 내 일상도 한 줄의 금이 그어졌고, 휴대폰 화면을 클릭하는 내 지문은 날카로운 액정 사금파리에 스윽 베인다.

매 순간 들여다보아야 하는 휴대폰. 따끔거리는 일상. 잘린 글자들의 비명. 베이고, 긁히고, 흠이 난 것들의 앓는 소리가 손끝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낭패'란, 어떤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서 딱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휴대폰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 이미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해내는 것도 상당하지만, 내겐 아침을 깨우고 날을 저물게 하는‘절대적 시간’이나 마찬가지이지요. 모든 일정과 약속과 결심과 소통은 휴대폰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휴대폰 액정이 박살이 나므로 내 일상의 어긋남을 차츰차츰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세상의 소식과 한 발 거리가 생겼습니다. 나는 아침 식사도 하기 전에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매주 올라오는 칼럼을 읽고, 웹툰과 날씨 확인하는 동시에, 늦장 부리는 신진대사를 깨웁니다. 그러는 사이 오늘 해야 할 일을 체크하고 다음에 할 일을 메모하고, 떠오르는 이름을 기록합니다. 그 이름은 책과 영화, 차와 술, 하늘과 바람, 남자와 여자, 일과 놀이, 삶과 죽음을 일컫기도 하지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적는 겁니다. 혼자 구시렁구시렁 지껄여 대는 창피를 무릅쓴 명분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명분이 때론 의미나 무의미 따위로 고민이란 절대적 시간을 내게 안기곤 합니다.


이 모든 게 휴대폰 하나로 좌지우지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문득,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무섭게 느껴집니다. 고작 휴대폰이라는 기계 따위에 생활의 전부를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 불편함을 넘어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휴대폰을 들고 수리점으로 달려갑니다. 얼른 원상 복구하지 않으면, 불안에 휩싸여 계속 맨탈을 갉아먹고 있을 것 같은 강박이 심장박동과 비례하듯 자맥질하고 있습니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똑딱똑딱!


가슴팍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진동과 함께 울리고 있습니다. 휴대폰 뒤판, 저 사과 엠블럼이 나뭇가지 끝에서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가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출렁거립니다. 잠깐이지만, 전화를 받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멍하니, 몸 전체를 울리는 이 신호는 누구의 부름인가? 분명 낭패입니다. 내가 걸어온……. 어긋나서 딱하게 돼 버린, 지금이란 이 시간의 이름은 분명. ‘낭패’입니다.


이미지 출처 담양뉴스http://www.d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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