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모임 1/2

허투루 지은 그냥 뭐 단편 소설

by 지음 허투루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타노스 핑거스냅 이후 어느 도시의 배경 이야기

1부


거리마다 고요가 넘쳤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표본 따위는 상관없이 딱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다. 사라진 사람들을 목격한 사람들은 꿈을 꾸는 듯 했다. 처음엔 무슨 마술쇼가 벌어지나, 아니면 몰래카메라인가 의심했다. 현상을 깨닫고 현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것이 슬픔인지 지독한 외로움인지 분노인지 들끓는 온도는 비슷했다. ‘폭풍전야’란 말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무엇이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차분했다. 아니, 의욕이 없으며 눈에 어떠한 욕망도 서려 있지 않았다. 그저 멸망을 바라는 것처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눈빛이 도시의 대낮 위에서 꺼져가며 어둠으로 들끓고 있었다.




진은 하던 일을 계속했다. 도서관으로 출근했고, 청소와 시설물 관리를 도맡아 했다. 청소와 열람 정보 기재와 여러 문헌을 정리하는 일은 그의 업무가 아니지만, 이 도서관 직원들 중 사라지지 않은 유일한사람이었다. 세 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두 명은 사라지고 나머지 한 명은 나오지 않았다.
사태가 벌어진 이 후 가장 먼저 정신 차린 사람들은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은 다투던 상대 당을 잃었고 유권자를 잃었다. 아직 남은 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정치인들은 가장 먼저 분노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나, 그들의 봉기를 따라주기엔 국민들은 혼란과 허무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으나, 점점 도시가 마비 사태가 일어나자 그들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회 법원이 재난대책본부에 흡수 되었다. 진은 단숨에 도서관 관장이 되었다. 하지만 진에게 관장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라지지 않은 몇몇 정부 인사는 시설물 관리자 정도로 인사 발령을 냈다. 도서관 특성상 딱히 수습할 혼란 같은 건 없었으나, 대부분의 도서관이 폐쇠조치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진의 승진은 파격적이었으나, 축하를 나눌 동료는 없었다. 진은 쓸쓸하거나 외롭진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 자조모임을 만들어 도서관에서 자주 모였다. 사태가 벌어진 후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커뮤니티가 생존자 자조모임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자조모임을 지원하면서, 진은 업무가 증가했고, 월급이 올랐으며, 휴일이 줄어들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싸움은 사라졌지만, 살아남은 자들과 살아가려는 자들의 극명한 삶의 태도는 금세 주변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고요한 도시. 쓰레기가 넘치던 거리는 깨끗해졌다. 차량의 정체는 사라졌다. 대신 주인을 잃은 차들이 분리수거되지 못한 채 먼지처럼 쌓였다. 무슨 일이든 벌어지기 십상인데도, 흔한 약탈사건 하나 벌어지지 않는 건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혼란과 무질서를 야기하기 전에,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당혹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사람이 먼지로 휘날리는 광경은 무척 신기한 일이었다. 환상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살이 베이고 , 몸이 기이하게 꺾이고, 피가 튀고, 낭자한 것과 대조되는, 사람들이 재가 되어 휘날리는 집단 살상 현상은 SF영화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당시에 아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아름다운 잔혹함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진도 마찬가지였다. 진은 동료 두 명이 사라지는 것을 바로 코앞에서 목격했다. 과장님은 도서관 열람실 사무 공간에서 책을 빌리려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입력하는 중이었다. 신상정보를 입력을 마치기 전에 책을 빌리려 대기하던 이용객이 가장 먼저 몸이 재가 되어 흩어졌다. 옆에 앉아있던 동료 사서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도서관에서 소리쳤다는 건 ‘나를 봐주세요.’ 다른 없는 일이다.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들어 동료 사서를 쳐다보았다. 가만히 있었으면 누구 하나 사라지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을 고요하던 열람실이 들썩였다. 내 앞에 앉은 사람. 옆에 앉은 사람 뒤에 앉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재가 되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단말마 소리를 질렀고, 누구 하나 답할 사람 없는데 뭐야? 뭐야? 비명처럼 질문이 쏟아졌다.
그나마 진은 가장 침착했다. 사라지는 사람을 목격한 건 동료가 처음이 아니다. 반납한 책을 제자리를 찾아 진열해 놓는데, 창문 너머 어린이 놀이터에서 엄마와 아이가 사라지는 것을 먼저 보았다. 뭐지? 잘 못 본 건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동료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말하려고 다가가는데, 동료는 진의 입을 떼기도 전에 재가 날리듯 몸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은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서 차량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불붙은 차가 횃불처럼 대낮을 달구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서 전화는 먹통이었다. 불붙은 차나 여기저기 들이받은 차 안에는 사람이 타 있거나, 달려오는 차에 치인 사람은 없어 보였다. 혹여 차에 치여 내동댕이쳐지는 사이에 재가 되어 흩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전화기를 붙잡고 어디론가 전화 중이었고,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방송국도 패닉 상태였다. 아나운서는 물론 기자와 방송기술자들도 사라지고 없는 마당에 방송을 내보낼 여력 같은 건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모든 프로그램은 중지시키고 남은 인력을 모아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채널은 뉴스뿐이었다. 온통 눈앞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소식뿐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길도 없으며,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아, 뉴스는 무서운 현상에 관한 슬픔과 절망 분노만 전달할 뿐이었다. 마트는 문을 닫았고, 병원을 비롯한 공공기관들도 인력에 구멍이 났다. 아무 대처도 하지 못하고 그냥 멈춰버렸다. 약 보름 동안 국가는 마비되었다.
진은 홀로 도서관에 출퇴근했다. 발길이 뚝 끊긴 도서관에 앉아 미납된 도서를 확인하고 대출해 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확히 절반의 사람만 전화를 받았다. 무엇을 기대했는지, 진의 전화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더러는 그딴 책이 지금 중요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머진 응답이 없었다. 진은 완벽하게 도서관을 정리했다. 책도 도서관 물건도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놓았다. 잘했다. 왜 하냐? 말을 붙여줄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으로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어딜 가든 혼란은 똑같았다. 혼란이 같을 수 있다니, 여태 살면서 그리 놀라울 일은 없다고 느꼈는데, 요즘 들어 새삼 놀라는 중이었다. 적어도 진의 공간은 세상과 별개로 평화로웠다. 진의 일상은 안정을 찾을 만한 꺼리도 없이 소소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때론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아무도 도서관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진은 정체된 자신의 삶 한 귀퉁이에 진열대 책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생존자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은 다섯 명뿐이었다. 그들 중 1년 이상 된 사람은 두 명뿐이고, 6개월에서 8개월 정도 하고 나면 다른 모임으로 옮기거나, 아예 때려치우는 사람이 많아서 다른 생존자 모임과 합치는 경우가 많았다. 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인원이 많으면 산으로 가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생길 거라 생각했고, 중요한 건 소외되는 사람보다. 소외 자체를 모르고 넘어가는, 소외 대한 소외가 위험으로 여겨졌다. 진은 생존자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밖에 감정에 동참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은 한 명 이상 소중한 이를 잃었다. 단순히 잃었다고 표현하기엔 정부가 발표한 이 사태의 원인은 자연재해로 해석하기에 여러 걸림돌이 즐비했다. 그런데도 생존자들이 들끓어 오르지 못한 이유는 원인 또한 사라진 사람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미국 측 정부의 발표는 패배의 원인이 우리보다 높은 기술력의 외계인에 침략 전쟁을 온몸으로 막은 최소한의 피해라 강조했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강대국들도 이를 비호하고 나섰다.
진은 소외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다. 진이 잃은 건 도서관 동료들뿐이었다. 근무도 1년을 채우지 못해서 동료들에게서 가족 비슷한 어떤 끈끈한 유대를 형성에 무리가 있으니, 다른 이들에 비해 무언가를 잃은 깊은 상실감 같은 건 없었다. 진은 열다섯에 부모를 잃었다. 진의 부친은 진을 주로 허리띠와 여러 끈으로 사육하다시피 키웠으며, 부친이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로 들어간 시점부터 모친 또한 진의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면 상실에 관한 슬픔과 분노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었을까. 격하게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통해 ‘살아있다’ 존재의 확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부친이 모친을 죽이고 혼자가 된 진으로썬 폭력으로부터 해방과 해방을 하게 해 준 모친의 죽음을 연민했고 애도했다. 그 이상의 감정이 생기기엔 그녀는 엄마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밥상을 차려오는 것 말곤 없었다. 그 밥상 또한 온전히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보다는 부친에 가져다 바치는 조공에 가까웠다.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 금방 이해했다. 약간의 연민 또한 엄마의 역할이나 모자 관계에서 비롯한 것보다는 부친의 폭력을 나눠 가지며 고통이 집약되는 걸 경계해주는 동료로서 연민이었다. 부모가 사라지자 진은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아가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했다.
편의점과 고속도로 휴게소 아르바이트,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진학하고 공무원 시험 등등 동료나 친구보다 경쟁자와 고객으로 두고 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그렇다고 일부러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꾀부리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진을 고용주들은 좋아했으며, 스카우트를 제안하기도 했고, 하나둘 챙겨주려는 사람도 있었다. 진은 구태여 사람들 호의를 경계하거나 정색하지 않았다. 유들유들하진 못해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해나가며 호의를 갚아나갔다. 딱 그 정도 거리. 묵묵하며 묵직한 거리. 진이 사람들과 관계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때론 작은 표명과 때론 침묵으로 안정을 찾았다. ‘혼자’라는 것. 괜찮았다. 부모가 있었을 때보다 훨씬 편리했다. 진의 삶이 흔들릴 이유 따위는 없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지 사 년째가 되었다. 생존자 모임은 세계적으로 시행된 정부 사업이 되었다. 미국에서 극심한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고통을 직시하고 인지하며 사라진 가족들을 기억하고자 체계화했으며, 전 세계로 퍼졌다. 또한 자살 예방하고, 사회를 복구하려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며, 부족한 인력난을 보충한 방법이기도 했다. 심리적 재활에도 노력을 기울였지만, 재활을 담당할 전문가 인력은 부족했다.
진의 삶엔 여러 변화가 찾아왔다. 이 나이쯤 되니 안정감이 생기고 삶의 가치라던가, 사명감이라는 게 뭔지 알 것만 같았다. 단지, 알 뿐이지 그렇다고 그런 것을 위해 치열해지거나 절실해지고 싶은 마음 따윈 없었다. 다만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들어야 한다는 것은 쉽게 흘려 보내버릴 수 없었다. 자리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고, 오래 자리를 지키다보면 촉진하는 것이라던가, 그런 걸 유발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k와 j는 1년이 넘도록 생존자 모임에 꼬박꼬박 출근한 회원이다. k는 노인이다. 17살 어린 아내를 잃은 사람이었고 화가였다. j는 사람이 사라진 사태 직후 출소한 40대 남자였는데, 그는 혼란이 수습되느라 약 석 달 더 교도소에서 살아야 했다. 그는 자식 둘 모두 잃었다. 첫째가 남긴 어린 손녀를 보살피며살고 있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은 자식 부모 모두 동시에 잃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자식을 잃은 사람과 부모를 잃은 사람은 배우자를 잃고 모두를 잃은 사람들이다. 결국 누구나 한 명은 잃었고 그 한 명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정부는 이 사태를 ‘반인구생존사태’라 불렀지만, 생존자모임 사이에서는 ‘사삼사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라고 ‘사사사’를 ‘사’자가 세 번 언급된다고 그마저 줄여서 ‘사삼사건’이 되었다. 제주도 4.3 사건과 같은 이름이었으나, 사람들은 반인구생존사태 이후 제주도 4.3도 광주 518, 최순실 국정 논단도 잊어버렸다. 슬픔을 견디며 분노를 억눌러야 했으며,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아니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 사이에서 혼란을 질병처럼 앓고 있었다.
k는 사태 이후 매일 그림을 그렸다. 전시회를 열어줄 사람도 보러 올 사람도 없는데, 오히려 그림이 더 잘 그려진다고 붓을 놓지 않았다. 생존자 모임이 있을 때면 물감으로 얼룩진 손과 몸을 벗어버리고 말끔하게 나타났다. 다만 물감 속 특유의 기름진 비린 냄새를 지우지 못해 늘 몸에서 물감 냄새가 났다. k는 생존자 모임에서 대부분 자신이 그린 그림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제는 노인복지관을 다녀왔어요. 그곳엔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어요. 제가 지금 사과나무를 그리는데, 사과나무와 사과 꽃이 생각나질 않더군요. 예전엔 한 번도 사과가 열린 적이 없었는데, 작년에 아주 작은 사과가 물방울처럼 맺혔다 사라졌거든요. 내년에 올해보다 크게 열릴 것 같아요. 아내는 사과가 시다며 별로 안 좋아했는데, 아내는 싫어하는 게 딱히 없는 유들유들한 사람인데 유독 사과를 싫어했다는 게 기억에 남네요. 왜 사과를 싫어했을까요?”

진은 모임의 책임자였다. 일정과 회원들을 관리하고 주민센터에 보고하는 것 외, 모임을 진행하면서 회원들의 심리상태 또한 기록하는 심리상담사 역할도 해야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생존자 모임을 이끌어가는 건 k였다. 항상 먼저 발언을 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에 호응해주며, 질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또한 대답도 없는 사람이 태반이다. 경계와 날 선 눈초리로 이 모임에 관한 가치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가 얼마나 무관한 것인지 피력하는 것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k의 말이 끝나자 j가 말을 이었다.
“이따위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살인자요. 사람을 죽이고 12년이나 빵에 있었지. 죽어야 할 놈을 죽였을 뿐이오. 자랑? 단지 부끄럽지 않을 뿐이오. 내가 죽인 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요. 그 세끼가 진짜 살인자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것이요.”
처음 온 사람들은 j의 말에 잠시 관심을 보이지만 이내 다시 경계의 눈을 한다. 살인자라니, 그게 무슨 커밍아웃을 할 만한 일인가. 살인 자체에 대한 혐오는 사삼사건 이후 더욱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누군가는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이 사회는 사회로써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인류는 사랑을 잃게 될 것이며, 또다시 원인도 가치도 없는 전쟁을 하려 할 것이다.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약탈이나 폭력 사태가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치안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폭력적 범죄에 해당하는 모든 범법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했다. 편리하고 신속하게 처벌을 강화했다. 사형 제도를 부활시켰으며, 특별 사면 같은 이벤트 따위는 사라졌다. 당연히 사람을 죽인 사람을 보는 시선에는 서리가 맺혀있었고, 집행유해나, 선고가 기각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으나, 정부의 사법적 절차에 대해 단호함을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 무질서와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차가운 경고였으며, 일상을 되찾지 못한 사람들에겐 최소한의 안전핀 같은 것이었다.
“자기들 세상이라고 된 줄 알겠군.”

누군가 내뱉은 한마디에 사람들은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수감되어 있던 곳에 질이 아주 더러운 세끼가 두 명이나 있었소. 둘 다 먼지가 됐지. 그런 악질들도 반이나 줄은 거요. 그들도 무엇이든 하나는 잃었을까? 잃을 게 없는 놈들이나 지들 세상 같겠지.”
“불행 중 다행. 뭐 그런 겁니까?”

외침의 발원지는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j를 향해 있었다. 관심 없는듯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람들도 귀는 j에게 향해 있었다. j의 시선은 p를 향하고 있었다.
희생자 모임은 대부분 도서관 시설에서 한다. 처음엔 매주마다 사람들이 그룹을 이뤄 반강제적으로 참여했으나, 사삼사건이 4년째를 맞는 지금은 인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직 상담과 치료 혹은 심리적 재활을 해야 할 사람들은 차고 넘치지만, 대부분 이름 거부하고 칩거에 이르는 사람들이 생겼다. p는 칩거 생활을 오래 하다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밖으로 나오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p는 j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질문을 누가 했든 관심도 없었다. 단지 무심하게 앉아 허공에 입김을 내뿜듯 말을 띄웠다. 어디로 날아가든지 상관없다는 듯 p의 눈빛은 회원 중 가장 가라앉아 있었다.
“누가 불행이고 누가 다행이겠소.”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다. 침묵이 이어졌다. j는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p를 빤히 쳐다보았으나,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체념한 듯 시선을 거두었다. 소모적이고 낭비 뿐인 이런 입씨름은 본인부터 신물이 났다. j는 간간이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가야겠소. 손녀가 올 시간이오.”
진과 k가 j에게 인사를 짧게 나누었다. 진은 모임을 마무리하려 했다.
“이미 망해버린 세상에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p가 한마디 말을 남기고 j보다 먼저 불쑥 일어나 나가버렸다. 진은 급히 그를 쫓아 다음 주 목요일 같은 시간에 보자며 뒤돌아 가는 p의 등을 맞추듯 말을 던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다른 사람들도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k는 걱정하지 말라고 다음 주에 보자며 미소로 자리를 떴다. 진도 알고 있다. 오갈 데 없는 그들의 분노를. 상처처럼 벌어져 아물지 못한 분노가 생존자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음 모임에서 오늘 했던 말을 또 반복할 테니 말이다. 우린 그렇게 고여 있었다.



#1부끝/2부작


“허투루 지음”의 허투루 지은 계간(?) 단편 소설

- 매달 한 편 정도 쓰고 싶은데,

- 게을러서 약속 할 수가... ㅜㅜ

- 힘 닿는 데까지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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