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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월 Oct 24. 2016

우리에게 우연처럼 찾아온 강아지?

초보 애견인의 강아지와의 첫 만남과 지금까지

결혼을 하고 4개월만에 나는 뉴스에서나 봤던 '공시족'이 되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생각보다 외로웠고 서러웠다. 든든한 남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감정이 불쑥 불쑥 밀려왔다. 이런 감정은 나 뿐만 아니라 남편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은 독서실에 밤 12시까지 처박혀있는 마누라를 기다리느라 tv만 주구장창 봤다.

공부하느라 바쁜 마누라때문에 하루동안 좋았던일, 짜증났던 일을 나누지 못했다.

신혼이지만 신혼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시간이다...)

어느 순간 외로워하고 있는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시험이 두달 앞으로 닥쳐 왔던 4월, 우리는 머리나 식히자며 동네 공원으로 벚꽃을 보러 나갔다.

이 벚꽃놀이가 지금의 '댕댕이(키우는 강아지 이름)'를 만나게 해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눈에 밟히지도 않았을 강아지들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 특히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게 보였나보다. 나 말고 남편눈에 말이다. 결혼 전 집을 알아보러 다닐때, 한 집을 보러 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개냄새가 엄청 지독하게 났었다. 그때만해도 '절대 개 키우는 일은 없어'라며 둘 다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라면 치를 떨었는데... 어쩌다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된건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쟤가 강아지를 얼마나 싫어했는데~ 강아지를 키운다고?"


그렇다. 우리 남편은 정말 강아지를 싫어했다. 그건 나도 알고, 시댁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벚꽃을 실컷 구경하고 (남편은 강아지를 더 구경했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강아지들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나도 깜짝 놀랐다. 정말로 누구보다도 강아지를 싫어했는데  벚꽃구경 한번 다녀오고 나서 사람이 변할 수가 있나?

 

 


그렇게 우린 3주를 고민했다. 키울것인가 말것인가, 어떤 종을 키울것인가, 어디서 분양을 받을 것인가, 정말 잘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난 자신이 없었다. 일단 키우기로 하고 데려오면 15년은 함께 살아야 할 것이고.. 정말 잘 키울 수 있겠냐는 물음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체 잘 키우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어쨋든 우리는 고민 끝에 강아지를 데려왔다. 남편이 너무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여전히 공시족이었는데 말이다.


'댕댕이 덕분에 난 좀 더 성숙해진것 같고, 우리 부부사이가 좀 더 좋아진 것 같다'


사실이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난 강아지를 '훈련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웠던것 같다.

배변훈련, 기다려, 먹어, 이리와 등... 난 어린 우리 댕댕이에게 훈련만 하고 있었다.  

강아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우리는 책을 샀다. 반려동물 훈련사로 유명한 '강형욱'훈련사의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난 훈련의 대상으로만 댕댕이를 바라보았던 나를 반성했고 진심으로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좀 더 편안해졌고 댕댕이가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면서 남편과 나는 참으로 대화가 많아졌다. 어떤 라디오에서도 집안에 대화가 없으면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했다고 한다.

배변패드는 뭘 살지, 예방접종일이 내일이라던지, 사료를 잘 안먹는다던지, 간식은 이걸 줄지 저걸 줄지, 몇시에 산책을 시킬지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선택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댕댕이 행동 하나하나에도 웃음과 대화가 넘쳐났고 난 결국 귀여운 댕댕이의 매력에 빠져 공시합격에 미끄러지고 말았지만 지금도 댕댕이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첫 산책을 나서고, 예방접종을 마치고, 같이 여행을 다녀오고... 댕댕이와는 참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아직 1살도 되지 않은 댕댕이가 엄마와 아빠의 욕심에 이것저것 당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펫트레일러를 선물받아 라이딩까지 했다.


참, 이런거보면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게 실감이 난다.

(육아의 경험이 하나 없는 내가 이런말을...)



'개는 개답게 키우자는 나의 신념은 어디로 가고... 널 모시고 살고 있는 걸까?'



마당에서 개를 키우던 우리 할머니는 매일 남은 밥을 주곤 하셨다. 그 강아지는 마당에 묶여 집만 지키던 말그대로 '똥개'였다. 그렇게 강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강아지를 꾸며주고 상전 모시듯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댕댕이에게 좋은 사료,  좋은 간식만 주고 매일 산책을 시켜주고 애견카페를 데려가고 옷을 입혀주고 있다. 지금 나의 방식만이 좋다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할머니의 방식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난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온 내가 신기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다. 그런데 더 신기한건 강아지를 싫어하던 우리 엄마도 댕댕이는 너무 예뻐한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A인 사람이 끝까지 A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인가보다. 미운것도 자꾸 보면 정이 들고 예뻐보인다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보다.


지금까지 너무나 건강하게 잘 커주고 있는 댕댕이가 사랑스럽고 예쁘다. 애견카페에 산책을 열심히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성은 거의 제로상태지만 그래도 내가 집에 들어오면 격하게 반겨주는 이 강아지가 예쁘다.


앞으로 어떤 깨달음을 나에게 안겨줄지, 얼마나 더 큰 행복을 안겨줄지 궁금하다.

댕댕이를 데리고 오기로 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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