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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월 Jan 10. 2018

그래, 회사때려쳐 여보!

라고 말할수 있는 아내가 되지 못해 미안해


신년이다. 1월. 남편은 이번달 안에 성과급이 나올거라고 얘기한다. 그렇지, 성과급... 작년엔 너무 적게 나와서 나왔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살던 그 성과급.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남편의 마음가짐이 좀 더 독해졌다고 해야할까.


작년 가을부터 남편은 성과급얘기를 꺼냈다. 올해는 벌써 매출액을 달성했고 이미 그 목표를 넘었다면서 성과급이 꽤 나올거라고 기대했다. 본인이 속한 팀이 매출1위라며 팀원들 모두 성과급을 적잖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과급이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면 회사를 그만둘거라는 팀원들도 몇몇 있다면서 웃었다. 어쨌든 우리는 성과급을 보태 더 큰 집을 사서 이사를 가는 단 꿈을 꾸었다. 둘이 동네에 밥을 먹으러 나갈때면 꼭 부동산 앞에 서성거리며 매매금액을 확인했다. 그리고 성과급이 나오는 1월만을 기다렸다.


연말이 되었고 성과급이 생각보다 적게 나올거라는 소문을 들은 남편은 기대하지말아야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와중에 팀장님이 남편과 같은 직급이지만 한 살 어린 팀원의 진급을 윗분들에게 제안했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은 더욱 회사에 실망했다. 결국 그 분의 진급은 윗선까지 가서 없던일이 되었는데 어찌 되었든 이 일까지 겹쳐 자존심이 상한 남편은 팀장님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성과급까지 조금나오기만 해봐라 하며 이를 갈았다.




'이번에 상여 조금나오면 정말 그만두던가 해야지' 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그래, 그만둬버려!'라는 말을 자신있게 내뱉지 못했다.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지 않았을 경우의 상황이 눈에 그려졌다. 적금은 더이상 넣지 못할것이고 지금보다 더더더많이 아껴서 살아야하는 모습을 그려보니 미간부터 찌푸려졌다. 올해에는 아기를 가지려고 계획했는데 또 한해 미뤄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도 차마 '여보가 그만두면 말이야... 우리 가계경제가...적금이 있잖아... 지금 고정적으로 나가는것만해도..스트레스받는건 알겠는데...'라며 구구절절 얘기하지 못했다. 티내지는 않아도 남편이 나보다 더 많이 걱정하고 심사숙고할테니 말이다. 가끔 그 순간을 후회한다. '그래 그만두고 우리일 열심히 하자' 라고 말이라도 해주었다면 남편이 더 힘을 내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없이 마음편하게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 남편이 일과 사람들, 주말에도 울리는 전화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과감하게 '싫으면 다니지 마' 라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막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킨다. 남편이 안쓰러운 날엔 둘이 좋아하는 맥주와 양념치킨을 시켜 기분을 풀어주는 소소하고 작은 기쁨을 나누는것 밖에 해줄수 있는 것이 없다. 요즘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던 그 여름밤이 자주 생각난다. 우리 부부는 사업자를 내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것은 나에게 대단한 결정이었다. 나는 30년째 한 회사만을 꾸준히 다니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아버지는 사업같은 위험요소가 있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으셨다. 그러던 중 남편의 제안으로 우리는 양가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한채 작은 가게를 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아버지는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셨지만 종종 사업은 잘 되어가고 있냐며 밝은 목소리로 물어보셨다.  남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우리회사에 올인하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낼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곧 다가올 그 날에 대비하여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그날처럼 과감한 결정을 할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우리를 믿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탈퇴했지만 네이버의 한 카페에 가서 신혼부부의 가계부를 봐달라는 글을 자주 본 적이 있다. 대체 부부의 직업들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수입이 높은것인가, 다행히도 부모님의 도움으로 신혼집을 구해 대출이 없다는 글을 보면 부모님의 도움없이 여기까지 온 우리부부가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대체 이 글을 내가 왜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우리보다 나은 사람들의 경제상황, 그리고 징그럽게 붙어있는 그 댓글들을 보고있자면 한쪽 마음에 불만이라는 녀석이 꿈틀거렸다. 그동안 몰랐던 나의 궁색함과 속좁음만 자꾸 발견하던 차에 그 커뮤니티를 과감하게 탈퇴했는데 그 후 정신이 맑아지는 현상을 겪었다. 아마 계속 가입되어 있었다면 이맘때 올라오는 성과급에 관한 글들이 나를 괴롭게 만들지 않았을까.  






가끔 여유도 필요하겠다. 

그까짓거, 얼마가 나오던 괜찮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지금까지 했던것처럼 앞으로 더 잘하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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