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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똥벌레

<책만 보는 바보>

by 도냥이

최근 나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https://brunch.co.kr/@ehdusqmdl/1) 반년 전 내 시간의 대부분은 게임, 유튜브, 웹서핑을 하는데 쓰였다. 하지만 위 계기를 통해 이런 시간들이 온전히 독서와 글쓰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독서를 꾸준히 하게 되면서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귀찮다. 그냥 넘어가자.” 자세로 일관해오던 내가 “저건 아닌 것 같은데?” “저건 왜 저렇게 되지?” 등과 같은 궁금증이 생겼고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 대상에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리 밝혀두자면 내 인간관계는 대단히 수동적이었다. 주도적으로 맺은 관계가 거의 없었다. 중, 고등학교 때 옆자리, 대학교 OT 때 뒷자리, PC방 옆좌석 같은 식이었다. 슬픈 이야기지만 그저 그 순간 옆에 있었던 사람이 그였을 뿐이었다.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책이라는 놈이 들이닥치기 전까진 말이다. 그놈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어떤 사람이야?” “어떨 때 기분이 좋아?” “어떻게 대우받고 싶어?” 등등의 겉으로 볼 땐 부드럽지만 사실은 난폭한 질문들을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나는 하나하나 대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한 그놈은 결국 “그 사람을 만날 때 좋아?” 라며 폭탄을 터트렸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늘 재미있는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즐겁지 않았다. 소재가 너무 뻔하다고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 사건, 게임, 여자 이런 얘기들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고갈되었고 곧 우리는 멍하니 게임 화면을 보고 있었다. 관성에 이끌려 만났지만 집중은 금세 흐트러졌고 만남은 공회전을 반복했다.


이쯤 되자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들었다. 내가 견고하다고 자신했던 관계 망은 이미 낡아 빠진 것이었고 언제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연락은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많은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렇게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꼈다. 책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 왔지만 내 온전한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열망은 점점 더 커졌다. 글로써 마음을 달랜 이덕무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갈급이 나를 싱큐 베이션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책을 보는 내내 이덕무가 부러웠다. 비록 그에겐 서자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지만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백동수, 박지원, 홍대용이라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벗과 스승이 있었다. 세상에 내가 이덕무한테 감정 이입하고 심지어 부러움까지 느끼게 될 줄이야. 이야기의 힘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를 아프게 찌르는 구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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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친구들과 대화가 안된다고 느꼈다. 그러나 과연 나는 진심을 다해 그에게 마음을 기울였을까? 그의 관심사를 물어보기는 했을까? 이런 질문 앞에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를 위한다고 말하고 있을 때 조차도 나는 그 친구에게 비칠 내 모습만 생각했었다. 이덕무의 벗들을 부러워하기 전에 과연 나는 이덕무 같은 친구인지 돌아봐야겠다.


친구는 자신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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