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달성하는 두 가지 방식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일이 있다. 하나는 타고난 기질에 부합하는 일이다. 이런 일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쉽게 되고 비교적 결과도 잘 나온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결과물을 좋게 보고 칭찬한다. 그래서 더 많이 하게 되고 이는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내 경우에는 이런 일이 독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책 보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맹꽁이 서당, 세계동화전집을 많이 봤고 중고등학교 때는 묵향, 궁귀검신, 사신 같은 무협판타지를 즐겨 봤다. 지금은 역사, 철학, 심리 등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양으로 따지면 일 년에 백 권 정도 가량 보고 칠백페이지가 넘어가는 벽돌책도 곧잘 본다.
이런 나를 주변 사람들은 좋게 보고 대단하다고 말할 때가 있지만 난 이런 일이 힘들기는커녕 대단히 즐겁다. 지식이 쌓이니 다른 책을 읽을 때 훨씬 수월하고 글자 아래 숨겨져 있는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도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읽을수록 읽어야만 하는 책은 늘어나고 다음에는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설렌다.
다른 하나는 내 기질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이런 일은 하려고 해도 내키지 않거니와 한다고 해도 노력 대비 효율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주변에서 "노력은 많이 하는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기왕이면 내 기질에 맞는 활동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인간사 오묘한 점은 내 타고난 것과 부합하지 않는 일에 내가 원하는 것들이 있을 때가 꽤나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곤 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다. 마치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일기 쓰기 하는 것과 비슷하다. 첫날을 안 써서 다음 날에는 두 개 써야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이롭게 써야지 한 달이 지난 후에는 이 양이 감당이 안 돼서 손을 놔버리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는 입시라던가 지금은 글을 매일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같은 습관 책들이나 공부법 책, 강연 등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많은 궁리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떤 것을 달성하는 큰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하나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양을 정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해야 할 양이 적어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단점은 이렇게 적은 양을 해서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양을 늘렸다가 실패하기 쉽다. 하지만 복리의 마법으로 인해 꾸준히 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런 방식으로도 금방 성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소 부담스러운 목표를 정해서 그것을 무조건 지키는 방식이다. 그것을 우선순위로 해서 죽었다 깨어나도 그것을 해낸다라는 필사즉생의 마인드로 해내는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빠른 성장에 있지만 단점은 포기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두 가지 방식은 사람 성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본인이 위기 때 강해진다고 생각하면 후자를 택하고 위기 때 하던 것도 못하고 다 던져버리는 스타일이라면 전자를 선택해도 된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둘 다 해보면 된다.
내 경우에는 두 번째 방식으로 목표를 정해서 무조건 지키려고 해 봤다. 이런 방식으로 브런치에 글을 육 개월 정도 꾸준히 썼었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것을 해야 하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쓴다는 압박감이 점점 더 커져서 원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양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는 첫 번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매일매일 한 문단을 쓰는 것을 목표로 매일 쓴다.
이게 내가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다. 이런 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렇게 아예 아주 작은 단위로 잡은 것이다. 이것도 부담스러운 사람은 하루 한 줄 쓰기도 좋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한 문단 쓰는 것을 목표로 정했지만 쓰다 보면 좀 더 쓰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관성이 붙는다. 일단은 심리적 장벽을 낮춰서 어떤 것을 시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한 가지 팁이라면 그럼에도 너무 지칠 때까지 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매일 써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너무 빠르게 치고 나갔다가는 지칠 우려가 있다. 한 문단을 넘어 적당히 썼다 싶으면 오늘 목표를 해냈다는 만족감을 가지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보자. 글쓰기 책에도 이렇게 하루 양을 제한하는 방법을 제시하곤 한다.
이런 방식을 선택해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너 이 정도 해서 어느 세월에 할래?"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럴 때 악마의 꾐에 넘어가면 안 된다. 복리의 마술은 돈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엄청나게 크게 작용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성공을 쌓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한 효능감이 올라가고 좀 더 큰 것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자연스레 찾아온다. 하다가 실패했으면 다시 처음 양으로 내려오면 된다. 그러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비하하지 말자. 이번에 안 됐으면 다음에 다시 하면 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조던 피터슨도 자식의 병으로 인생의 힘든 순간에 다음 주를 생각하기 힘들 땐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그것도 힘들면 한 시간 그것도 힘들면 10분 그리고 5분, 1분만 생각했다고 한다.
아니면 다 때려치우고 내 기질에 맞게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게 결코 잘못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잘 풀리는 사람도 있고 말이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이루지 못할 목표를 세워서 반복해서 실패하다 보면 사람의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학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