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선택을 후회하는 네 가지 이유

<자신 있게 결정하라>

by 도냥이

2019년 7월 20일 날에 5회 빡독 행사가 있었다. 빡독은 ‘빡세게 독서하자’의 줄임말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책을 읽는 행사다. 그야말로 찐하게 책만 보는 날이다. 나는 2회부터 4회까지 세 번을 연거푸 떨어진 터라 이번에야 말로 붙겠지 하며 간절히 합격 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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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야쓰! 네 번의 시도 끝에 결국은 당첨됐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기뻤다. 그렇게 환한 얼굴로 빡독 일정을 캘린더에 적으려는 찰나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뚱한 표정의 그 녀석을 보고 말았다. “한국철도공사 필기시험” 캘린더엔 이미 일정이 적혀있었다. 그것도 꽤나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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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미리 밝히지 못했지만 나는 취준생이다. 그러니 이런 내 처지를 고려할 때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 것이 지극히 마땅했다. 하지만 난 빡독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거기다 이번에 노쇼(신청하고 가지 않는 일)를 하면 다음 빡독부터 참여하지 못할 확률이 거의 백 프로였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두 개나 있는 데 마음은 왜 이리 괴로운 건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엄마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난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더욱더 그랬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머리를 맹렬히 굴렸다. 뇌도 위기상황인걸 안 건지 갑자기 어디선가 들었던 팁이 불쑥 떠올랐다. 그 내용은 즉슨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일의 장점과 단점을 써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빡독과 시험을 보러 갈 때의 장·단점 하나하나 적어봤다.

하지만 장·단점을 쓰고 나니 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 이성과 감성이 엇박자를 탔다. 이성은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며 엄중히 말했지만 가슴은 빡독을 외치고 있었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 가슴은 승리했다. 기어코 난 빡독 행사에 갔다. 하지만 내 마음 한편엔 스스로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음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빡독 행사에 의사결정에 관련된 책을 가져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다음 같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만약 선택 전 이 책을 봤더라면 체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찝찝함도 한결 덜했을 것이다.

KakaoTalk_20190813_221855152.jpg 빡독 때 가져간 책


우리는 살다 보면 맥락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나는 아무것도 선택한 게 없는데?” 하는 사람도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이 책은 이런 면에 볼 때 우리에게 굉장히 유익하다. 우리의 선택이 최고에 가까울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조력자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악당이 네 명 등장한다. 그 악당들은 다음과 같다.


편협한 악당(선택 안을 과도하게 제한)

고집스러운 악당(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음)

감정적인 악당(점차 사라질 단기 감정에 휘둘림)

확신에 찬 악당(자신의 예측을 과도하게 신뢰함)


그리고 악당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용사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를 악당으로부터 구해줄 용사의 이름은 WRAP다. WRAP는 아래와 같다.


W:선택 안은 정말 충분한가?

우리 대부분은 한 가지를 가지고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억해라 이것은 경고신호다. 이런 신호가 울린다면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선택에 드는 시간과 돈으로 다른 것을 할 순 없을까?”, “만약 이 선택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뭐가 이 게하며 코웃음 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 효과에 놀랄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


R:검증의 과정을 거쳤는가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이 것을 있어 보이는 용어로 확증편향이라 한다. 그리고 일단 한 가지에 대해 확증편향이 생기면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들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물론 믿음은 자유지만 그 결과로 치러야 할 것이 엄청나다면 한 번쯤은 그 믿음을 다른 각도로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확증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선 방법으로 기저율을 보는 것이 있다. 기저율이란 통계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다. 쉽게 말하면 나와 같은 조건에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률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기저율을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거나 영화를 고를 때 평점과 그것을 준 사람 수를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바로 기저율이다.


A:충분한 심리적 거리를 확보했는가

사람들은 단기 감정에 아주 취약하다. 특히 사람의 반응에 예민한 나는 더욱더 잘 휘둘린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좋다. 이름하여 10-10-10 방법이다. 내 결정을 10분, 10개월, 10년 후라고 가정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강력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다. “만약 친구가 내가 겪고 있는 동일한 고민을 겪고 있고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뭐라고 답할까?” 이런 방법들로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제멋대로 휘두르려는 단기 감정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P:실패의 비용은 준비했는가

이 시대 위대한 기업가 엘런 머스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엘런 머스크는 창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자기 자신에게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것은 하루 1달러로 한 달을 버티는 것이었다. 그 실험의 목적은 자신이 쫄딱 망했을 때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그는 한 달간 1달러로 먹을 수 있는 냉동 핫도그와 오렌지로만 한 달을 살았다(독한 사람).


이 책에선 이것을 북엔드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북엔드는 책이 쓰러지지 않도록 양옆에서 고정해주는 받침대다. 북엔드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의 선택을 양극단으로 생각해보는 데 있다. 철저하게 실패하는 경우와 철저하게 성공하는 경우 두 가지 다 말이다. 북엔드의 양옆 중 한 곳만 무너져도 책이 쓰러지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이런 방법들을 처음 나왔던 내 사례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한 번 사고 실험을 해보자. 그 당시 내가 생각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첫 번 째는 코레일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빡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정말 다른 대안은 없을까?” 혹은 두 가지를 다 할 순 없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더 좋은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대가 겹쳐 두 가지를 다 하긴 무리다. 첫 번째 악당은 무찔렀다.

그 당시 나는 빡독과 시험 중 전자로 마음이 강하게 쏠려 있었다. 즉, 강한 확증편향 상태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기저율을 조사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악당은 은근슬쩍 넘어갔다.


이제 다음은 세 번째 악당인 단기 감정이다. 일단 10-10-10 방법을 적용해보자. 내가 10분, 10개월, 10년 후에 나는 이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0분 후에는 내가 잘 선택했는지 여전히 헷갈릴 것이다. 10개월 후에는 좋은 선택이라고 회고할 것이다. 10년 후에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10-10-10은 내 선택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내 친구가 같은 고민으로 조언을 구했다면 뭐라고 답했을까? 이에 대해 나는 “그 선택으로 인해 너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야 하고 싶은 걸 해”라고 답했을 것 같다. 그리고 “시험을 본다 해도 100% 되는 건 아니지만 네가 좋아하는 건 100% 되는 거니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무조건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을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째 악당도 클리어다.


이제는 마지막 확신의 찬 악당이다. 먼저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한 최악과 최상의 결과를 상상해보자. 최악의 결과로 빡독에 감으로써 나는 한국철도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괜찮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니었다. 나는 충분히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 최상의 결과로 빡독으로 인해서 책 읽는다는 행위에 확신을 가져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최악의 결과는 충분히 감당할만하고 최상의 결과는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네 번째 악당도 무찔렀다. 다행히 과정은 좀 서툴렀지만 결과적으론 옳은 결정을 한 셈이다. 앞으로 이런 프로세스를 내재화시켜서 거의 반자동으로 할 수 있다면 내 선택의 질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 같다. 여러분도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써먹어 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다루지 않은 방법들도 책에 나오니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은 분은 책을 참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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