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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고도 살 안 찌는 체질이 좋은 걸까

by 도냥이

나는 부모님과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완전한 고양이 집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반 집사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고양이들과 함께 살다 보니 자주 접하게 되는 풍경이 있다. 그건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새근새근 자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고양이는 정말 많이 잠을 잔다. 집 고양이들은 평균 14시간 30분의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무려 하루 중 60%를 자는 데 쓰는 것이다. 고양이 이겐 왜 이렇게 많은 잠이 필요할까?


그 비밀은 고양이의 치명적인 귀여움 뒤에 숨어 있는 한 가지 사실 때문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게 되는 사실은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는 것이다. 육식동물은 몸속에 저장되어 있는 칼로리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을 뜻하는 신진대사율이 높다. 육식동물은 사냥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많은 운동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음 사냥을 위해 잠을 잠으로써 높아진 신진대사율을 낮춘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을 비롯한 육식동물들은 많은 잠을 잔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우리는 신진대사율이 높은 사람들을 티브이나 유튜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저걸 사람이 먹을 수 있나 할 정도의 양을 먹고도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신진대사율이 높은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건강 측면에서는 해롭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사는 법>에서 저자 스티븐 R. 건드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얘기한다. "신진대사율이 높은 것은 칼로리를 더 빨리 태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신진대사가 비효율적이고, 연료를 태우기 위해 필요 이상 훨씬 힘들게 일한다는 증거다."/102p


이래도 혹자는 "오 그래도 저는 마른 게 좋아요"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하는 비효율은 노화를 뜻한다. 즉,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인간은 슈퍼카로 태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차에 쪽에 더 가깝다. 만약 경차를 타고 슈퍼카처럼 속력 내면 엔진이 어떻게 될까? 얼마 안 있어 폐차장에 있는 내 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는 다시 살 수 있지만 우리 몸은 아직까지는 다시 살 수 없다.


신진대사율이 높으면 왜 안 좋은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모든 물질의 대사 과정엔 열이 발생한다. 당연히 신진대사율이 높으면 체내에선 더욱더 많은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열은 포도당 분자와 아미노산을 결합시켜 상급 무효소 당화 최종산물(AGE)이라는 화합물을 만든다. 이것을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tion)이라고 한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겉면이 갈색으로 딱딱하게 바뀌는 것은 이 반응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서 노화의 증거인 검버섯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신진대사율을 줄일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메일라드 반응을 줄일 수 있을까? 메일라드 반응에는 단백질과 당분, 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백질과 당분을 덜 섭취하고 대사를 낮추면 된다.


물론 이런 성분들을 아예 안 먹을 순 없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너무 과하게 먹는다. 심지어 단백질도 우리에게 필요한 양은 자기 체중*0.37g밖에 안 된다. 만약 68kg인 남자라면 하루 필요한 단백질량은 25g에 불과하다. 또한 육고기와 같은 동물 단백질은 우리 몸에 IGF-1 수치를 높여 우리 몸을 쉬지 못하게 혹사시킨다. 이로 인해 이상세포들이 제거되는 자가포식 기능이 발휘될 여지가 없어진다. 그리고 당분은 암세포의 주식이다. 우리는 음식을 적게 먹고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을 가려먹을 필요가 있다. 더욱더 자세한 내용은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참고하시라.


나 또한 최근에 이러한 사실을 안 이후로는 즐겨먹던 삼겹살을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십자화과 채소들(브로콜리, 시금치, 상추 등)과 견과류(호두)를 더욱더 자주 먹고 있다. 물론 단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렇게 한 지 한 달쯤 됐는데 한결 몸이 가볍고 정신도 명료하다.


참고 문헌 :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사는 법>_스티븐 R. 건드리

참고 사진 : Image by congerdesig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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