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책을 읽은 후에 느낀 점을 문답형식으로 적어보았습니다.
Q. 왜 이 책을 독서모임 선정 도서로 선정했나요?
A. 저는 독서모임에 읽고서 좋았던 책들을 주로 소개하는 편인데, 이 책의 경우에는 ‘은유’ 작가님 이름만 보고 골랐어요. 전작이었던 <글쓰기의 최전선>을 대단히 감명 깊게 봤거든요.
이 년동안 글쓰기 관련 책을을 못해도 다섯 권은 넘게 본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책이었어요. 독서모임에 J님이 한 말처럼 여타 글쓰기 책과는 다른 묵직함이 있어요. 아마 이런 부분은 작가님 자신의 삶이 이 책에 잘 녹아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쓰신 책들 중에서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처럼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책들도 있었는데요. 이런 무거운 내용을 다룬 책은 읽을 때 감정소모가 커서 선뜻 손에 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라는 다소 가벼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회원분들과 가볍게 보기 좋을 것 같았어요. 마침 독서모임 회원분들도 다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서 읽으면 공감하거나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것도 같았고요.
Q. 온유 작가님을 아세요?
A. 사실 잘 몰라요. 위에도 소개했던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답니다. 위 책에서는 작가님이 살아온 과정들이 짤막하게 소개되는데요.
책을 읽은 지 일 년이 넘어서 기억은 잘나진 않지만 글밥 먹기 위해 안 해본 글쓰기 일은 없었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사보집도 쓰셨고 인터뷰어로서도 오랜 기간 활동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또한‘감응의 글쓰기’‘메타포라’등 글쓰기 모임을 오랜 기간 운영하셨고요. 거기에 애까지 키우셨습니다. 쓰고 보니 참 많은 것을 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A. 우선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몇 달 만에 흠뻑 빠져 독서했네요. 글쓰기 하면서 막히는 부분에 공감도 하고 작가님만의 해결법을 들으니, 읽는 내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어요.
전에는 ‘오늘 꼭 써야지’ 마음먹고 실상 일주일에 한 시간채 안 쓴 것 같은데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 30분 정도 이상은 블로그나 종이노트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습니다. 저를 계속해서 쓰게 만드는 책이었네요.
그리고 이 책이 작가님이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과 받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 둔 책이라, 글 쓰면서 느꼈던 점들과 더불어 글쓰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많이 얻어갔습니다. 발췌했던 부분들도 거의 이런 해결책 부분이 많더라고요.
다른 회원분들은 어떻게 읽고 계실까 궁금하네요. 저는 글 쓰는데 어려웠던 점을 집중해서 보게 되던데, 다른 분들은 어떤 부분을 위주로 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J님은 좋아하실 것 같고 S님은 제 예상을 항상 빗나가서 잘 모르겠네요.
Q.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29p 여러분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독자를 위해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완성해 보세요. 여기서 '완성'이란 나를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남뿐만 아니라 미래의 내가 봐도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알 수 있도록 표현하려는 바를 촘촘하게 객관화해서 쓰는 겁니다. 그렇게 한 편씩 쓰다 보면 마음이 흡족해지고 자신이 생겨서 또 쓰고 싶어 져요.
제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준 문장이네요. 보통 블로그나 브런치에 한 게시글을 업로드하려면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다섯 시간까지 듭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업로드해도 댓글은커녕 좋아요도 못 받을 때가 많아요.
이럴 때면 ‘나 이거 왜 하고 있지?’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잠깐 쓰는 것을 중단했다가 다시 쓰고 싶어 못 견딜 때까지 쓰지 않았어요. 꾸준한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꼈죠. 반응 없는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이 문장을 보고 내 글에 호응이 없을 때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를 찾게 됐습니다.
75p, 솔직하고 정직하게 글을 쓰자는 말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쓰자.' 정확하지 않으면 나만의 고유함을 지닌 글이 되기 어렵고, 고유성이 없는 글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진부한 글이 되잖아요. 생생한 에너지가 없는 글은 독자의 마음까지 가닿지 못합니다.
저는 어떤 일을 겪으면 그때 느낀 것들을 빠르게 표현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데요. 그런데 막상 노트북을 켜고 타이핑하다 보면 빨리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느낀 상황이나 감정들을 “재밌다”. “짜증 났다”등 불분명한 단어들로 뭉뚱그리고 넘어갈 때가 많아요.
이 문단을 보고 이런 제 모습이 떠올라서 뜨끔했네요. 글 쓰는 자에 성실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 이 문장을 본 후로는 문장을 대강 뭉개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속으로 ‘정확하게 쓰자’라고 마음을 다잡게 됐습니다.
나처럼 성격 급한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쓰고 있지란 생각도 듭니다. 현실에서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글 쓸 땐 수다쟁이가 되어야 된다고 하는 데 쉽지가 않네요.
143p, 퇴고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서 <곁길로 새지 않고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글을 쓰면서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놓치면 곤란합니다. 수시로 자문하며 하나의 주제로 논의를 수렴해 나가야죠. 목동이 양몰이를 하듯이 글의 내용을 하나의 메시지로 모으는 게 좋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요. 심지어 회사 모니터 앞에서 일할 때조차 잡생각 때문에 일처리에 지장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제 특성은 글을 쓸 때도 반영되는데요.
저는 블로그에 가끔 일기를 쓸 때가 있는데 쓰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떠올라 적다 보면 내용이 산으로 갈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이니 이렇게 적어도 상관은 없겠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에세이 같은 글을 쓸 때는 이 문단을 항상 유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독자 입장에서 글을 볼 때 주제가 많은데 정리가 안 되면 “무슨 얘길 하고 싶어 하는 거야?” 하며 답답해하거든요. 김영하 작가도 <알쓸신잡>에서 글을 쓸 때는 무엇을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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