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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Aug 15. 2023

이 사람들은 일 안 하나?

<교대근무에 관하여>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세 명 중 한 명은 교대근무자다. 가끔 평일에 카페나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할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 사람들은 일을 안 하나?"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도 일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자거나 쉴 때 일할 뿐. 그들은 교대근무자다.     


교대근무라는 말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거다. 근데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뭘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교대 근무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주기적으로 근무 시간을 바꾸어 일하는 근무 형태”


이런 설명을 보고 또 다른 질문이 꼬리를 문다. 왜 일반 직장인들처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지 않을까? 왜 주기적으로 근무 시간을 바꿔야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공장을 돌리거나 다양한 서비스들을 24시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공장이나 병원, 경찰서, 소방서 같은 중요한 시설물들은 24시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저녁 6시가 넘었다고 공장설비를 쉬거나 환자를 돌보지 않고 불이 나도 아침 9시 될 때까지 내려둘 순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에서 교대근무의 필연성이 발생한다. 


즉, 교대 근무란 쉬지 않고 끊임없이 회사를 돌리기 위한 제도다. 여기에 더 깊게 들어가면 3조 2교대, 4조 2교대, 5조 3교대 같은 용어들이 튀어나온다. 겁먹을 필요 없다. 별거 아니다. 3조 2교대를 한 번 살펴보자. 세 개의 조를 A, B, C라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오늘 A조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그러면 B조가 다음을 이어받아 저녁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근무한다. 다음날 A조가 다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한다. 다음엔 C조가 이어받아 저녁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근무한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비는 시간이 없게끔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4조 2교대라면, 여기서 D조가 추가되는 것이고 4조 3교대라면 하루에 세 팀이 나눠서 근무하는 것이다. 위에서 구체적 시간을 나열했지만 이런 근무 패턴들은 회사마다 다 다르다. 핵심은 회사를 쉬지 않도록 24시간 유지한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조와 교대 수가 커질수록 근로자에게 더 편한 편이다. 아무래도 똑같은 일양을 더 많은 인원이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2조 2교대나 3조 2교대 같은 사측 중심적인 근무패턴에서 4조 2교대나 3교대 같은 사람 친화적인 방향으로 많이 넘어가는 추세다. 


개인적으로 3조 2교대에서 근무하다가 4조 2교대로 이동했는데, 한 달에 총 같은 시간을 일함에도 체감상 후자가 몸과 마음이 훨씬 편했다. 그러니 본인이 교대근무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왕이면 많은 조와 교대 수를 가진 쪽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교대 근무라는 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진화과정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몸에 좋을 순 없다. 실제로 교대 근무는 국제암연구기관에 따르면, 2급 발암 위험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런 교대 체계에서 삼 년 동안 지내다 보니 느끼는 장단점들이 있다. 이런 점을 공유하면 다른 사람이 교대 근무를 접하거나 선택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아 적어 본다.


교대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보통 교대 근무를 하게 되면 야간에도 일하게 된다. 그런데 밤새서 일하면 다음날 쉬게 해주는 휴가가 발생한다. 이런 것들을 다 따지면 나만해도 한 달에 반은 쉰다. 거기다 평일날 쉬는 날이 많기 때문에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를 보기에도 용이하다.     


내 경우 헬스를 하는데 오후 2~3시쯤 가면 눈치 보지 않고 쾌적하게 운동 기구를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누릴 수 없는 사치다.


거기다가 오래 쉴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야간에 연차 하나 쓰면 3~5일을 쉰다. 3일 이상을 쉬니, 짧게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좋다. 평일 비수기에 갈 수 있어 여행도 저렴하게 갈 수 있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연달아 연차를 쓰는 건 상사 눈치도 보이고 쉴 때 쌓이는 일도 감당이 안 된다. 


그러나 교대 근무는 내가 못하면 누군가가 한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이러한 점은 쉴 때 편하게 쉴 수 있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한다.

     

급여도 일반근무자들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새벽까지 깨있는 야간근무를 하기 때문에 각종 추가 수당이 붙는다. 우리 회사만 해도 교대 근무와 일반 근무자 사이에 급여가 적게는 30만 원에서는 많게는 50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반면 단점도 있다. 가장 치명적인 점은 밤낮이 바뀐다는 것이다. 교대 특성상 새벽까지 일을 하는 날이 필시 발생한다. 이렇게 일을 하고 나면 수면시간이 뒤로 미뤄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날 아침 9시에 출근해야 하는 주간근무를 해야 하는데도 새벽 2~3시까지 잠이 안 오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렇게 서너 시간만 자고 출근해서 멍하니 일하다 보면 이런 생활에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내 경우 야간 근무를 할 때는 저녁 6시에 출근해 아침 9시까지 근무한다. 새벽에 세 시간 정도 자는 시간이 있다. 이렇게 거의 밤샘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일어나면 머리도 아프고 무기력하다. 


이렇게 수면시간이 불규칙하다 보니 각종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다시 말하지만 교대근무는 2급 발암물질 요소다. 우리 회사에서도 오래 교대근무를 해오신 분들을 보면 불면증을 겪는 분들이 많다. 젊은 나이에 갑상선 암이 걸린 분도 종종 보인다. 특히나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호르몬이 교란되다 보니 더욱더 이런 부작용이 심한 것 같다. 나만해도 교대근무를 시작하고나서부터 요로결석이 6개월에 한 번씩은 발병하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우울해지기도 쉽다. 괜히 정신과에 가면 제시간에 자고 제시간에 일어나는지 물어보는 게 아니다. 밤에 근무를 해서 햇볕을 잘 씌지 못하니 비타민D가 부족할 확률이 높다. 비타민D 결핍은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독해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 책을 3~4년간 꾸준히 읽어보고 있는데 교대근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책이 잘 안 읽힌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지식이 쌓이는 속도도 더디다.    


요컨대, 정리해 보자면 단기적으로 목돈을 벌거나 물리적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걸 원하는 사람은  교대근무를 고려해 봄직하다. 하지만 일정한 루틴이 중요하고 항상 맑은 정신상태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교대근무를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Yury Kim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58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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