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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Jan 27. 2016

라디오/사이다/우주/스키장

신청해주시는 소재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드립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왕성했다. 뭔가를 발명하고 싶은 생각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호기심을 멈출 수는 없었다. 우리 집은 시골이었고 부모님도 농사일을 하셔서 그다지 풍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공부를 하라거나 농사를 하라는 강요도 하지 않으셨다. 누구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자유롭다고 할 수 있던 것 같다. 그래도 부모님을 도와서 농사일을 도와드리기는 했다. 너무 어려서 힘을 쓰는 일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힘이 되어드리려고 노력했다.


어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내가 사이다를 좋아해서 새참을 가져다 드릴 때면 어른들 핑계를 대며 사이다를 사들고 가서 그나마도 홀짝홀짝 거리며 내가 다 마셔버리곤 했었다. 어느 날은 어르신들 일하시는 곳에 항상 친구처럼 틀어져 있던 라디오가 점점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매일 라디오라도 들으면서 맞장구도 치고 즐거워하셨었는데 그런 라디오가 점점 말을 듣지 않아서 내가 다  조마조마해졌다.


두드려보기도 하고 내 힘으로 살려보고 싶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맨날 전기코드 꽂는 것들만 만지다 보니 건전지를  갈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괜히 분해했다가 완전히 망가질까 봐 급한 마음에 기운차리라고 내가 좋아하고 아끼던 사이다를 있는 대로 들이부어버렸다. 순간이지만 기운을 차렸는지 퍽 소리를 내더니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서 내가 라디오라도 된 것처럼 쉴 새 없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그러다가 결국 더위를 먹고 쓰러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바쁜 시간이 다 지나 겨울이 되어 농사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무작정 동네를 돌아다녔고 동네에서는 가끔 작은 논두렁에서 썰매를 타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당시 나는 가끔 tv에서 나오는 스키를 타보고 싶었다. 뒷산에서 나무 조각 몇 개를 주워다가 스키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스키도 5 발자국을 넘게 두발로 타고 내려갈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빠가 그 모습을 보시곤 안쓰러웠는지 얼마 후  나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불러내셨다. 한동안 아빠와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며 도착한 곳은 동네 공터였다.


그곳에서 아빠는 나에게 알 수 없는 손가락만 한 작은  나무판 두개를 주셨다. 그 선물을 받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공터를 둘러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분명 공터였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때의 내 키보다도 큰 경사로부터 다양한 코스가 있는 미니 스키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tv에서 보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실감 나게 만들어져 있었다. 내가 직접 탈 수는 없었지만 내 손에 쥐어준 작은 스키를 미끄러트리고 놀기는 충분했다.


그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스키장이었다. 특히 그 겨울은 행복했고 그 추억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내 머릿속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을 것 같다. 그 후 학교에 들어갔고 자유롭던 생활에서 벗어나서 경쟁을 시작한 나는 경쟁의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 방황은 대학에 가서도 이어졌다. 그러다가 방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본 인공위성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도 저런 것쯤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기술로 못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공터를 스키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라디오로 인공위성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여러 가지 장비 중에 라디오를 선택한 것은 아마도 어릴 때 내가 망가지지도 않은 채 사이다로 죽여버린 라디오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무작정 시작하게 된 인공위성 만들기는 친구들도 알고 부모님도 알게 됐다. 부모님은 나의 그런 무모한 도전에도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물론 긍정적은 말을 하는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라디오로 시작을 하기는 했지만 라디오 부품만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오고부터 기능을 상실하는 기계들은 안 그래도 많았지만 이제는 종류까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스로 지치고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쯤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누군가가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내가 최초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 그래도 관심도 없고 불가능하다고 믿던 친구들이 실망을 표현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제 그만두라는 친구까지 다양한 말들을 구역질처럼 토해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의 반응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은 나라고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결코 실망할 이유가 되지 못했고 희망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 사실을 기뻐하며 부모님에게도 알리며 진심으로 좋아했다. 내가 오랫동안 혼자 끙끙 앓고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곳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심지어 그 사람은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고 나는 불완전하지만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나의 자료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기사에난 그 사람의 연락처를 수소문 끝에 알아냈고 망설임 없이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이렇게 나의 우주로의 도약이 조금 빨리 다가오게 되었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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