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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Jan 27. 2016

등나무 꽃/석탄/눈물/세발자전거

신청해주시는 소재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드립니다.

우리 집은 나의 기억에도 없는 오래전부터 아버지께서는 연탄공장에 다니셨다. 직접 운영하시는 것도 아니고 대가족이라 아무리 아버지께서 밤낮없이 일하셔도 가난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어릴 때 학교에서 부모님 직장을 견학하라는 숙제가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연탄공장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연탄의 재료인 석탄을 보게 됐다. 난 그것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 한 덩어리를 가지고 왔다.


학교에 가서 그 석탄 덩어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꺼냈다. 친구들은 자기들 옷에 묻으니 떨어지라느니 자기들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는데 그런 일이나 한다며 놀리기 바빴다. 많은 친구들이 연탄으로 겨울을 나면서도 정작 만들어 주는 아버지를 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분하고 억울해서 서럽게 울어버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친구들이 아닌 나를 나무라셨다. 고작 그런 일로 울면  안 된다며 앞으로 훨씬 힘든 일들이 많은데 그렇게 쉽게 무너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 장남이니까 악바리가 되어 가족들을 잘 보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난 그날부터 마음을 다잡고 악바리가 되기로 했다. 절대로 울지도 않고 강하게 모든 걸 이겨내려고 마음먹었다. 그날부터 나의 성격은 나도 모르게 아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사회로 나갈 때쯤에는 눈만 마주쳐도 달려들듯한 독기를 품게 됐다.


사회로 진출하고 나서부터는 혼자 살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럭저럭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버지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나를 보며 동생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했던 일을 반복하기도 했다. 결국 얼마 후 병원에서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치매라니.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건강하고 강하던 아버지께서 치매라니. 그 후로 점점 기억력은 떨어졌고 최근에 봤을 때는 인사도 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시는 것이 의사소통의 전부였다. 나를 점점 잃어간다는 사실이 힘들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루는 아버지를 찾아갔는데 반가워하 지며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시더니 어디서 났는지 세발자전거를 선물해주셨다. 


내가 가지고 싶어 하던 것이라며. 어디서 구하는지 볼 때마다 자전거는 늘어났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인생 전부가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처럼 끝까지 악바리처럼 이겨내려고 애썼다. 아버지께서 어느 날부터 자전거에 타고는 나도 다른 자전거에 타라며 어디론가 가자고 하셨다. 나는 제발 걱정스럽게 나가지 말고 집에 계시라고 강요했다. 


그런 날은 반복됐고, 그날이 다가왔다. 치매에 합병증까지 겹치는 바람에 결국 유명을 달리하셨다. 나는 울 수 없었다. 장례식도 치러야 했고 내가 무너지면 우리 집이 모두 무너지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상처가 아물 때쯤 아버지 산소를 가다가 문득 나와 함께 어디를 그렇게 가려고 하셨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어림짐작으로 아버지께서 가시려던 방향으로 갔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 없이 언덕을 넘었다. 


주인 없는 땅으로 알고 있던 언덕 너머에는 자줏빛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 오래전에 일부로 심어 놓은듯한 셀 수 없이 많은 등나무 꽃이 보였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강직한 아버지께서. 아버지 하면 흑백사진이 떠오를 만큼 차가운 분께서. 왜 이런 걸 나에게 보여주려 하셨는지 알 수 없었다. 


살아계실 때 자전거를 타고 왔다면 즐거워하셨을 것이라며 혼자 생각에 빠졌다. 그 순간 눈앞은 홍수가 난 듯이 시야가 흐려지며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꺼이꺼이 소리 내며 대성통곡을 해버렸다. 남들 앞에서 강인해야 했지만 이곳에선 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껏 울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집으로 돌아갔을 때 붉어진 나의 눈을 보며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나는 아무 말없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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