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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Jan 28. 2016

눈물 색.

단어로 만드는 이야기들. 

사람은 슬프거나 기쁘거나하는 다양한 순간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하지만 눈물을 보는 것 만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감정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연구를 하던 어떤 팀이 예전부터 눈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얼마 전 그 결과물이 나왔다.


그 결과물은 눈물이 나는 이유에 따라 눈물의 색이 변하는 특수한 물질이었다. 뇌 의학과 연동된 그 결과물은 슬픔을 느낄 때, 기쁨을 느낄 때 감정과  관계없는 물리적인 자극으로 눈물이 흐를 때 등 구체적인 몇 가지의 경우로 구분해서 색을 발하도록 만들었다.


색이 변한다고 해도 두드러지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색을 머금는 정도로 변화했다. 그 물질은 눈밑에 바르는 형식과 먹는 형식으로도 판매가 시작됐다.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런 약품을 도대체 누가 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은 반응이 미미했지만 방송을 타고 본격적으로 광고를 시작하면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여자친구가 시도 때도 없이 흘리는 눈물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던 남자가 몰래 먹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직원의 눈물 때문에 피해를 입은 업체나 학생들의 눈물에 피해를 입은 교사들의 구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딱히 진실을 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도 마치 코디를 하듯이 일부로 약을 먹고 눈을 자극해서 은은한 빛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유행이라기보다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다. 얼마 후 호기심에라도 약을 먹거나 바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색을 머금고 있었다. 물질을 판매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과 전혀 달라졌다. 예전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다가가 위로를 하거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지금은 어떤 종류의 눈물인지 구분하는 것에 혈안이 됐다.


아무리 흐느끼며 울어도 눈물을 채집해서 색을 구분하기 좋은 곳으로 가서 언뜻 보면 구분하기도 어려운 그 색을 구분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감정은 배제된 체 눈물 색부터 판단을 하고 그때부터 위로를 하기도 하고 거짓 눈물일 때는 분노하기도 했다. 문제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도 자신의 눈물을 손가락에 찍어서 색을 체크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색을 보고 난 후에야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눈물의 색은 자신의 감정보다 강한 신뢰의 산물이었다. 처음에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데 자신의 눈물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에게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고 타당하고 당연한 행동으로 자리 잡아갔다. 사람들의 인식에 강하게 자리 잡을  때쯤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험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 더 진하고 아름다운 눈물을 위해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볍게는 소화불량부터 극단적인 경우에는 실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게다가 눈물의 색은 연령, 성별, 알레르기 등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전혀 다른 색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찾아냈다. 인체실험 대상들은 수월하고 빠른 실험을 위해 비슷한 특징의 실험군을 모집했었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방송을 통해 전파했지만 이미 도를 넘어서는 신뢰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려웠다. 눈물을 통해 현재 자신의 감정과 전혀 다른 결과까지도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의 부작용을 설명해봤자 소용없었다. 결국 얼마 후 약의 생산은 중단됐다. 그것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이미 풀려있는 물량이 모두 소진되기도 전에 여러 제약회사에서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 흰자를 뒤덮고 있는 눈물을 착색해서 눈의 색 자체를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약품에서부터 좀 더 화려한 색의 눈물을 만들 수 있는 약품이 나왔다. 언뜻 봐도 부작용이 상당해 보이는 그런 약품들은 제약회사의 수익을 위해 설명서에 교묘하게 부작용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처음 눈물 색을 연구하던 연구원들은 자신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빠르고 크게 변화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어떤 연구원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약품의 원액을 들이켜서 피보다도 진한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실명에 이르고 말았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는커녕 더 강하게 자리 잡는 약품을 보며 연구원들은 모두 흩어졌다.


흩어진 연구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수를 했지만  처벌할 규정이 없어 가벼운 벌금으로  마무리됐고, 생각을 바꾼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다시 사람들이 티 없이 맑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표라는 그들은 지금도 쉼 없이 치료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누군가의 감정을 답안지를 보듯 알아채고 싶어 하는 욕심과 눈물조차 화려하고 싶어 하는 허영심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인지하고도 무시한 채 상비약처럼 약품을 사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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