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단어들로 만든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숨겨진 권력이 있었다. 그 세력은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고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 인간들은 대부분 거부감 없이 새로운 생명도 받아들이곤 했다. 이미 같이 생활했지만 뱀파이어라는 이름이 들어오기 전에 그들을 우연히 목격한 사람들은 낮도깨비 같은 이름으로 불리곤 했었다.
전국적으로 소수의 뱀파이어가 성장을 해서 세력을 키우고 나서는 직접 나라를 움켜쥐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었고 조금씩 나라를 장악해 나갔다. 사람들을 어느 정도 통솔할 정도의 자리에 오르게 되자 사람들의 피를 노골적으로 원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자신들이 마시기 위한 피가 아닌 사람들 몸에 흐르는 채로의 피. 인간의 노동력과 기술은 물론 감정까지도 얻고자 했다.
그들은 인간이 더 빠른 시간에 더 완벽하게 성장해서 자신들의 힘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어중간한 시간보다 명확한 기준이 되어 줄 것이 필요했다. 개인이 소지하기 어려운 물시계나 해시계보다 대중적인 시계를 원했다. 시계를 외국으로부터 들여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개념으로 하루를 12개로 나눴었다.
서양식 시계도 12까지의 숫자가 있었지만 하루에 두 바퀴나 도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다는 거짓말과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원래 사용하던 시간 개념을 사용하기 위해 시계의 숫자를 가리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두 시간 간격으로 적어서 사용하는 일도 많았다.
모든 시계가 정확하게 같은 시각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은 시계에 강하게 얽매이지도 않고 두 시간이라는 시간 사이를 여유롭게 움직이곤 했다. 물론 시계가 없을 때보다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계획 속에 밀어 넣기에는 충분했다. 시계가 보급되고부터 많은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그들은 욕심이 생겼다.
시계를 정밀하게 만들면서도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시간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시계의 기술도 늘리고 거리에 커다란 시계도 설치했다. 사람들은 왜 하루를 굳이 24개의 시간으로 가늘게 쪼개서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데 그것을 또 60개로 그것을 또다시 60개로 나누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뱀파이어들은 사람들의 반발이 조금씩 생길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만한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구나 납득하는 것이 목표지만 꼭 그럴 필요도 없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힘이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전파하면 그 지식은 진리가 되어 퍼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루가 24시간이어야 되는 이유. 정밀한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득을 서술한 책을 만들었다. 그 책을 보면 정밀한 시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대신 여유의 필요성을 철저하게 잊어버리게 된다.
여유의 개념이 서술되어있지 않은 책을 보고 시계가 누군가에게는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전파를 시작했다. 예상대로 지식은 진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진리에 동화되게 할 계획도 있었다.
최초에는 거리에 있던 대형 시계에서 2시간마다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려 퍼지게 했다. 사람들의 귀에 완벽히 익숙해질 때쯤 소리의 간격을 1시간으로 줄인다. 매일 들리는 소리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소리가 들리자 당연히 2시간이 지났을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소리에 익숙해질 때쯤 30분 간격으로 10분 간격으로 줄여갔다.
항상 울리는 소리라 집중해서 소리를 듣지는 않지만 간격이 줄어들면서 보이지 않는 채찍이 되어 사람들을 압박했다. 이유 모를 조급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몸이 무리를 하더라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우리나라는 눈에 띄는 발전을 시작했고 쉴 틈 없이 노력한 끝에 해외에서도 인정할 만한 업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정작 뱀파이어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낙오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버거워했고 체력적으로도 서서히 나약해져 갔다. 인간과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지독한 전염병에 걸렸다. 그 병은 사람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그들끼리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들이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인간들이 메꾸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들의 욕심을 배운 인간들이 그 자리를 꿰어 차게 되자 예전보다도 더 혹독한 시대가 열리게 됐다.
지금도 그 혹독한 시계가 돌아간다. 똑. 딱.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