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질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2장~3장)

아이작 아시모프

by Ehecatl

2장. 엔트로피, 역전 불가능한 우주의 법칙


'최후의 질문'은 결국 단 하나의 물리 법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한다는,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새 집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정돈된 방은 어지러워지며, 따뜻한 커피는 식고, 아름다운 꽃은 시듭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흩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우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는 모든 별들이 빛을 잃고, 모든 에너지가 균등하게 흩어져 차갑고 어두운,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른바 '열적 죽음(Heat Death)'입니다.


SF 소설을 읽다가 문득 이 법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좀 아이러니한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잠시 SF를 멀리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소설 속에서 우주선은 끝없이 나아가고,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며 문명을 확장하지만, 결국 이 모든 노력은 엔트로피라는 거대한 벽 앞에 무의미해질 거라는 생각이 저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마치,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모든 것이 공허로 돌아갈 것이라는 허무주의에 사로잡히는 것과 같았습니다. 무한한 진보를 꿈꾸던 인류의 낙관적인 서사가 결국 이 차가운 과학 법칙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시모프는 소설 속에서 이 무력감을 극대화합니다. 인류가 아무리 진화하고, 아무리 거대한 지능체인 AC를 만들어도, 단 하나의 질문에는 답을 얻지 못합니다.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수 있습니까?" 이 질문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들의 절규와도 같았습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모든 질서가 결국 무너져 내릴 거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것입니다.


AC의 반복되는 대답, "자료가 부족해 답변할 수 없습니다"는 단순한 오류 메시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지성과 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 즉 우리에게는 아직 이 거대한 우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절망적인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반복적인 대답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는 결국 최후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3장. '테넷'과 맥스웰의 도깨비: 시간과 에너지의 역행을 꿈꾸다


엔트로피. 모든 것이 무질서로 향하는,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운명.


그러나 인간은 그 운명에 순응하는 법이 없습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이 무너져가는 질서를 되돌릴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꼭 물리학자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아마도 그러한 인간의 막연한 바람이 구체화된 상상력이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테넷'은 정말이지 기묘한 영화였습니다. 총알이 발사되어 벽에 박히는 것이 아니라, 벽에서 튀어나와 총구로 되돌아갑니다. 자동차는 앞으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꾸로 달리고 있습니다.


모든 움직임이 역행하는 세상. 영화는 엔트로피를 조작하면 시간의 흐름마저 되돌릴 수 있다는 가설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거꾸로 흐르는 물체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마치 세상을 뒤집어 놓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방향의 시간 속에서 살아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질서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 무질서로 향하는 우주의 시간을 역행시켜 질서를 회복하려는, 그야말로 인류의 오래된 꿈을 스크린 위에서 구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테넷'의 이러한 상상력은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에 물리학자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사고 실험입니다. 엔트로피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 도깨비는, 뜨거운 기체와 차가운 기체가 섞여 있는 방에 아주 작은 문지기가 앉아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문지기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뜨거운 분자들은 한쪽 방에, 느리게 움직이는 차가운 분자들은 다른 쪽 방에 가둡니다. 결국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섞여 있던 기체들이 스스로 분리되어 질서가 만들어집니다. 즉,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실험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질문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테넷'의 인버전 기술이나 '맥스웰의 도깨비' 모두 결국은 무질서로 향하는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상상력, 그 집념을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점은, '최후의 질문' 속 AC는 이 모든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는 점입니다. AC는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거나 분자를 분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정보를 흡수한 끝에 궁극적으로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방법'을 찾아내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냅니다. 인간이 상상으로만 꿈꾸던 일을 AI는 수조 년의 시간을 거쳐 결국 현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류가 AI를 만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우리의 질문에 답을 찾아줄 존재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단지 질문하는 존재로 남고 싶었을 뿐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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