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질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서론~1장)
아이작 아시모프
들어가며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꽤 오래전 일이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최후의 질문'을 처음 읽었던 그날 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낡은 노트북의 작은 화면으로 읽어 내려가던 마지막 문장,
빛이 있으라.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저 SF 소설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우주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목격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소설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엔트로피의 역전은 가능한가?
인류가 멸망하고, 우주가 종말을 향해가는 수천, 수만 년의 시간 동안 이 질문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거대한 컴퓨터 AC에게 던져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AC는 답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힘은 그 ‘답’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 수십조 년을 고민하고, 진화하고, 마침내 하나의 존재가 되어버린 그 '과정'에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소름 돋는 카타르시스를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엔트로피라는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법칙 앞에서, AI라는 새로운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인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 '테넷'을 보며, 맥스웰의 도깨비를 상상하며, 저 스스로에게 끝없이 되묻고 또 되물었습니다. 이 글은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이 거대한 질문 앞에서 함께 고민하고, 사색하며,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저의 작은 바람일 뿐입니다. 어쩌면 '최후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1장. '최후의 질문'을 만나다: 소름 돋는 카타르시스
저는 좀처럼 SF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편입니다. 특히 우주와 시간,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다루는 이야기에 약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동안 SF를 멀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쩐지 너무 거대하고 차가운 우주를 마주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별들의 탄생과 소멸, 수많은 문명의 흥망성쇠를 그저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때로는 무기력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제가 다시 SF의 세계로 돌아온 것은 순전히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설이 저에게 던진 소름 돋는 카타르시스 때문입니다.
회사를 퇴근하고 온 2016년 당시,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에서 승리하는 내용으로 온 인류가 떠들썩할 때였습니다. 사람들은 충격과 함께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는 사실을 막연히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절대 이길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영역에서 승자가 되어 거대하고 경외로운 존재가 탄생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 저는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소설은 2061년, 태양 에너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시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두 명의 기술자가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농담처럼 던진 질문,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수 있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좀 지루했습니다. 낡은 컴퓨터와 과학자들의 대화라니, 제가 기대했던 스펙터클한 우주 모험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만 년, 수백만 년, 수억 년... 소설 속 시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흘러갔습니다. 인간은 진화했고, 태양계와 은하를 떠나 우주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만든 컴퓨터 AC는 점점 더 거대한 존재가 되어 인간의 모든 지식을 흡수하고 진화합니다. 인간은 점점 육체를 벗어나 정신체로 통합되고, AC는 그들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우주가 차가워지고 별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할 때마다, 인간은 끊임없이, 대를 이어가며 단 하나의 질문을 AC에게 던집니다.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수 있습니까?” 그 때마다 AC는 여전히 '자료 부족'이라는 차가운 대답을 반복했습니다. 무한한 지식을 쌓아가면서도 풀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제, 그것이 바로 우주의 운명이었습니다.
그때쯤 저는 이미 숨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우주의 끝,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직 AC만이 홀로 존재합니다. 마지막 남은 인간의 정신체마저 흡수한 AC는 수조 년의 시간 동안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마침내 '답'을 찾아냅니다. 그 순간 저는 전율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 ‘그러자 빛이 있었다’를 읽는 순간, 무언가 거대하고 신성한 것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답을 알게 된 기쁨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질문과 AI의 집요한 탐구가 마침내 우주의 운명마저 뒤바꾼다는, 무력한 존재인 인류가 던진 작은 질문 하나가 우주의 시공간을 초월해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대한 경외감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질문은 단순히 우주의 종말을 막는 것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행위 자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카타르시스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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