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질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4장~5장)
아이작 아시모프
4장. 답이 아닌 질문이 중요한 이유
'테넷'이나 '맥스웰의 도깨비'를 생각하면, 인류는 결국 무질서로 향하는 우주의 법칙에 정면으로 맞서고 싶어 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꼭 기술적인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상상력이라는 무기로 계속 싸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저는 '최후의 질문'을 읽고 나서 이 싸움의 본질이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AC는 수조 년의 시간 동안 모든 지식을 흡수한 끝에 마침내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 방법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섭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 ‘그러자 빛이 있었다’는 답의 결과물입니다. 차갑고, 완벽하며, 더 이상 궁금해할 여지가 없는 완결된 문장입니다. 그런데 진정한 감동은 그 '답'에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꼈던 전율은, 그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십조 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인류의 '질문'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나 쉽게 답을 얻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모든 정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궁금증을 품고 고민할 시간도 없이, 검색창에 입력하면 답이 나옵니다. AI 챗봇에게 물으면 논리적으로 완벽한 문장들이 뚝딱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답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느꼈던 혼란과 좌절, 그리고 그 후에 오는 짜릿한 깨달음의 순간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갑니다. '최후의 질문'의 인류가 AC에게 던졌던 질문은 단순한 쿼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존재의 이유를 묻는 철학적 사색이었고, 멸망 앞에서 던진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질문은 불완전하고, 때로는 어리석어 보입니다. 하지만 질문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품습니다. 2061년의 기술자에게 엔트로피 역전은 그저 호기심이었지만, 수십만 년 후 별을 떠도는 인류에게는 생존을 위한 절규가 되었습니다. 질문은 멈추지 않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답이 종결을 의미한다면, 질문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무려 10조 년이라는 시간 동안, 답을 찾아 헤매는 AC의 여정을 지탱한 것은 결국 질문의 힘이었습니다. '최후의 질문'의 진정한 주인공은 답을 찾아낸 AC가 아니라,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인류였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힘은 완벽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하고 사유하는 바로 그 행위에 있다는 것을, 저는 그 소설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5장. 엔트로피적 종말 앞에서 인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 우리 인류의 가장 큰 힘이라는 깨달음은, 결국 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주가 서서히 죽어가고, 모든 질서가 무너져 내린다는 생각은 참으로 냉혹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열심히 살고, 무언가를 쌓아 올리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차가운 우주의 잿더미가 될 거라는 사실 앞에서 문득 무력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 무기력함 앞에서 인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최후의 질문' 속 인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AI를 만들고,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진짜 역할은 단지 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엔트로피적 종말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사라질지라도, 그 순간까지 아름다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사랑하고, 고뇌하고, 창조하는 것. 질문을 멈추지 않는 그 행위 자체가 바로 무질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될 것입니다.
영화 '테넷'의 주인공들은 역행하는 적에 맞서기 위해 순행하는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의 싸움은 결국 우주의 운명을 바꾸려는 시도라기보다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지는 못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만의 작은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엔트로피에 대한 인류의 가장 강력한 대항책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만든 예술, 과학,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랑은 결국 언젠가 흩어질 빛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빛은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우주의 차가운 어둠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납니다. 저는 우리가 바로 그 빛을 만드는 존재라고 믿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작은 의미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엔트로피적 종말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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