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경험, 태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을 세 가지로 꼽자면 이 단어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자격은 객관적인 능력을 보증해주는 수단이고, 경험은 실제 상황에 대한 대처력을 높여주는 자산이며, 태도는 그 모든 것을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뿌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깨닫는다. 이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태도’라는 것.
나는 일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뛰어난 자격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정제된 언어로 클라이언트를 상담하고, 복잡한 제도나 서류 절차도 능숙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신뢰받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자격이나 경력보다도,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에서 빛이 났다.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앉는 자세 하나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태도에서 배웠다. 진짜 실력은 이력서에 쓰여 있지 않고, 관계의 순간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자격은 분명 중요하다. 법적으로 정해진 영역 안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 나 역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몇 달 동안 책상에 앉아 교재를 외우고, 낯선 용어들을 반복해 익혔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복잡한 상황들은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았다. 학대받은 아이가 말없이 바닥을 응시할 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진료비 걱정으로 병원 가기를 망설일 때, 가족의 죽음을 말없이 견디는 클라이언트를 만났을 때, 나는 자격보다 경험을 먼저 떠올렸고, 경험보다 태도를 먼저 다듬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한 중년의 남성이 실직 후 생활보호 신청을 하기 위해 복지센터에 방문했는데, 담당 공무원과의 대화가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거친 말투와 불편한 표정으로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냐”고 말했다. 그 말에는 분노와 수치,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설득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고, 잠시 침묵 후 “많이 힘드셨겠네요”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공무원들은 무서운 말투로 몰아세우는데 그런말을 하는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그 순간 나는 실감했다. 태도는 마음을 여는 열쇠라는 걸. 서류 처리나 지원 연결은 그다음의 일이었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경험은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지식은 반복을 통해 쌓이는 것이지만, 태도는 지금 이 순간도 선택할 수 있는 자세다. 듣는 자세, 대답하는 방식, 클라이언트의 말을 믿는 태도. 그 모든 것들이 실력보다 먼저 상대에게 닿는다.
나는 현장에서 실수를 자주 한다. 일본어 표현이 어색하거나, 행정절차에 착오가 생기거나, 경험이 부족한 분야에 부딪힐 때는 지금도 긴장된다. 하지만 그런 실수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완벽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대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태도는 내가 외국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준 가장 큰 무기이자, 나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해준 힘이다. 한계를 극복하는 데 가장 먼저 작동하는 건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결국, 스스로를 ‘전문가답게’ 행동하게 만든다.
사회복지사는 누구보다 섬세하게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만큼 감정 소모도 크고, 업무 강도도 높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 태도가 클라이언트에게는 위로가 되고, 동료에게는 신뢰가 되며, 스스로에게는 자부심이 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감히 권하고 싶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면,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보라고. 당신이 누군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자신에게는 어떤 눈빛을 보내고 있는지, 매일의 태도가 당신의 전문성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자격은 자리에 따라 요구되는 조건이고, 경험은 시간에 따라 쌓이는 흔적이지만, 태도는 언제나 당신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태도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