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자격증을 ‘활용’하는 사람이 되는 법

by Eunhye Grace Lee

자격증을 따는 데는 몇 년이 걸렸지만, 그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그 후로도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자격을 갖춘다는 것과 자격을 ‘살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격증은 하나의 조건이다.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하고, 국가로부터 그 전문성을 공인받았다는 증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출입을 허락받은’ 자격이지, 그 문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그 사람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길로 나아갈지를 스스로 설계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그 자격이 곧바로 나의 전문성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격증을 손에 쥔 순간, 현실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투명해졌다.
“어떤 기관에서 일할 것인가?”
“어떤 분야에 적합한가?”
“나는 이 자격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질문들 앞에서 나는 멈춰 섰다. 왜냐하면 자격증은 직업의 ‘문’을 열어줄 수는 있어도, 삶의 방향까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공공기관으로, 어떤 이는 병원이나 복지시설로, 또 어떤 이는 연구와 강의로 커리어를 이어간다. 이들은 모두 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될까? 나는 그것이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단지 ‘조건’으로만 여긴다면, 그 사람은 그 조건에 갇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니 복지시설에서만 일해야 한다”, “관련 기관이 아니면 내 자격은 쓸모없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을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관심과 강점, 삶의 방향에 따라 자격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한다. 어떤 이는 글을 쓰고, 어떤 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어떤 이는 국제협력 분야나 지역사회 조직, 정책 연구로 확장해간다.


자격증을 쥐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자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커리어의 색깔이 달라진다. 나는 자격증을 단지 복지기관 입사의 조건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자격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또 사회복지사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겪은 경험을 글로 남기고, 강연으로 연결하며, 내가 체득한 사회복지를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도를 시작했다. 그러자 자격은 더 이상 ‘제한’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열쇠’로 바뀌었다.


자격증을 활용하는 사람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과 자격을 연결시킬 줄 아는 사람들이다. 즉, ‘이 자격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는 이 자격을 통해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가’를 꾸준히 묻고,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묻는다.
“나는 지금 이 자격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그 사용 방식은 나답고, 진실한가?”
이 질문이 나를 다시 쓰게 만들고, 다시 배우게 만들며, 내 자격을 점점 더 ‘살아 있는 자격’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종종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쓸 데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 나는 오히려 묻고 싶다. 자격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그 자격을 내 삶의 방식과 연결해보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가?


자격은 액자 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다. 그건 늘 손에 들고, 땀 묻히고, 닳게 써야 하는 도구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내가 그 자격을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자격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것’. 그게 바로 활용이다.


나는 지금도 이 자격을 통해 내 삶을 조금씩 실험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넘는 다문화 복지, 경계인으로서의 공감 능력, 현장성과 글쓰기의 접목, 그리고 강연과 교육을 통한 사회적 환원. 그 모든 시도는, ‘내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자격을 삶과 연결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떤 자격을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이미 자격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보자.
이 자격이 내 삶과 만나는 접점은 어디일까?

이 자격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일을 나는 어떤 방식으로 해내고 싶은가?


자격증은 ‘자격’만 말해주지 않는다. 당신이 그 자격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그 자격이 말하는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당신만의 방식으로 자격을 ‘활용’하라.

그 순간부터 자격은 종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가능성의 증명이 된다.

화, 목, 토 연재
이전 10화2-3. 자격보다 경험, 경험보다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