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의미

일은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by Eunhye Grace Lee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지겹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일하러 나가고, 사람을 만나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익숙해져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끝도 없는 반복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흔히 직업이 곧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입니다”라는 자기소개 속에는 늘 직업명이 따라옵니다. 그러나 직업이 정말 나의 삶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그 직함 하나로 다 정의할 수 있을까요?


빅터 프랭클은 말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저는 이 말을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누군가의 무너진 삶 옆에 잠시 머무는 일, 보이지 않는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일. 그것은 화려하지 않았고, 때로는 무력감으로 가득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마다 제 마음 한 곳이 반응했습니다. 말없이 지어 보이는 미소, 짧은 한숨, 손끝의 작은 떨림 같은 사소한 것들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조금씩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이 ‘의미가 있는 일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 일을 통해 의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삶의 의미는 정답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순간 속에서 조용히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의미는 거창한 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군가 곁에 앉아줄 때, 말없이 함께 있어줄 때, 삶은 조용히 반짝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일이 의미 있는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도대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감각조차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위로는 ‘함께 있음’ 그 자체라는 것을. 의미란 결과가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성취보다 누군가의 시간에 함께 머물렀던 경험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진정한 의미는 내가 세상에 남긴 거대한 흔적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던 순간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반복되는 하루가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금 이 일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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