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누군가를 위한 복지인가, 함께하는 복지인가

정책과 실천의 간극

by Eunhye Grace Lee

복지정책이라는 말은 늘 그럴듯하다. 특히 '다문화 공생'이나 '포용적 사회'와 같은 구호는 그 자체만으로는 반박하기 어려운 도덕적 힘을 갖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그러한 구호는 때때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상징한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다문화 공생 사회' 실현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상담창구, 다언어 지원센터, 다문화 교육사업 등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대개 ‘외국인을 위한 복지’로 구성되어 있었지, 외국인과 ‘함께하는 복지’로 설계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 차이는 작지만 결정적이다. ‘외국인을 위한 복지’는 어디까지나 일방향적 시혜의 구조다. 즉, 외국인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전제되고, 주체는 여전히 내국인 중심의 사회시스템이다. 반면, ‘외국인과 함께하는 복지’는 외국인을 복지의 대상이자 동시에 주체로 인정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나는 이러한 정책적 시선의 차이를 지역 커뮤니티 현장에서 자주 실감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자녀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언어 지도나 생활 적응 교육 중심으로만 구성될 경우, 그 가정이 가진 문화적 특성이나 정체성은 배제되기 쉽다. '도와주는 복지'는 항상 ‘표준’을 기준으로 삼으며, 그 표준이 바로 다수자의 가치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책은 언제나 단순화되어야 하고, 행정은 일관된 기준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관성과 단순화 과정에서 사람의 개별성과 문화의 다양성이 누락된다는 것이다.


나는 외국인 가정의 한 아버지를 기억한다. 그는 자녀가 일본 학교에서 일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일본에서 사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라고 조용히 물었다. 그 질문에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자신이 이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회의가 담겨 있었다.


정책은 수혜자를 돕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그 수혜자의 자존감을 어떻게 대우하는가가 복지의 본질을 결정짓는다. '외국인을 위한 복지'는 제공자 중심의 설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 설계 속에는 종종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혹은 “이 이상은 무리다”라는 암묵적 한계가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결국 외국인을 수용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반면, ‘함께하는 복지’는 외국인을 단지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책임지는 존재’로 인정하는 복지다. 그 안에서는 문화적 다양성도 자원이고, 이질성도 관계 형성의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다문화 공생을 이상적으로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장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내국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 사이의 상호 이해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는 이 지점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제도의 한계 속에서 늘 ‘대신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을 만드는 실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외국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복지 설계', '외국인 커뮤니티의 조직화 지원', '다문화 중개자(코디네이터)의 양성과 배치', '다언어 정보 제공을 넘어서는 문화적 번역과 해석', 그리고 무엇보다 제도 이전의 태도, 즉 사회복지사의 기본 윤리와 시선의 전환이다.


나는 일본 사회에서 오랫동안 외국인으로 살아오며,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절감한다. 가장 큰 장벽은 행정의 절차도, 언어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당신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 벽은, 제도나 시설이 아닌 ‘사람’의 태도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배웠다. 어떤 복지사는 말없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고, 어떤 이웃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려하지 않았다.

이 두 경험은 복지정책이 아닌 복지문화를 결정짓는 요소였다.


외국인을 위한 복지에서 외국인과 함께하는 복지로 나아가는 길은, 제도적 혁신이 아니라 인간적 존중의 연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는 그 연습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실행하는 사람이다. 외국인을 위한 복지,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제도는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한 구조인가, 아니면 그들을 분리해 관리하기 위한 구조인가?”

그 물음에 정직하게 답하는 사회만이, 진정한 ‘공생’을 말할 자격이 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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