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에 대한 제언
디지털 기반의 산업들은 이제 기술과 문화가 융합되면서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토대로 ‘제4차 산업혁명(4IR;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더욱 스마트해진 생산과 소비로 인해 유통의 흐름도 변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이 상품을 대량 생산하고 마케팅을 통해서 구매를 유도하면 고객들이 다가와서 물건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을 선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기업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자신들의 제품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해야만 한다. 즉, 지능화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구축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시적기(適時適期)에 생산하여 제공해야만 한다. 진정으로 '고객이 왕'인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고객(Customer)이 중심이 되어서 기업(Business)에게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C2B 모델이 크게 관심받고 있다. C2B는 수집된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제작하여 판매하는 모델이다. 기업이 획일화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판매했던 B2C와는 달리, C2B는 소비자가 깊숙한 참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B2C와 큰 차이가 있다. 자라(ZARA), 유니클로(UNIQLO), 망고(MANGO), 갭(GAP) 등과 같은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은 C2B 모델로 성공한 사례들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빠르게 감지하고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면서 '리드 타임(lead time)'을 크게 단축시켰다. 이로써 소비자들의 꾸준한 수요 변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었으며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의류 분야 이외에도 뷰티, 가전, 제조업 등의 다양한 산업들이 C2B 모델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 리드 타임이란 고객이 제품을 주문한 시간부터 납품할 때까지의 경과된 소요시간이다.
중국의 콘텐츠 생태계는 이미 C2B로 향하고 있으며 많은 성공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쑤닝(蘇寧)은 중국 최대의 가전양판점 회사로 C2B 모델의 선주주자이다. 쑤닝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과 고객의 단순 변심에 대비한 안정장치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사전에 고객 실수요를 확인하며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중국판 하이마트'로 불리는 쑤닝이 지난 2월말에 중국 상하이에 체험형 매장을 열고 헬로키티가 그려진 소형 세탁기를 전시했다. 얼마나 판매될지 염려했지만, 이 제품은 사전에 수요를 정확히 확인하고 생산한 것으로 주문량이 폭주하여 후속 생산까지 했다고 한다. 현재 쑤닝은 C2B 생산을 통해 거둔 매출이 전체의 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계속 증가추세라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 설립된 지 5년 만에 110억 달러(약 12조6천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잇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진르토우티아오(今日头条)'가 있다. 이름이 의미하듯이 오늘('진르')의 주요기사('토우티아오')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기존 검색 기반의 뉴스 사업자들과는 달리 '진르토우티아오'는 KOL(Key Opinion Leader)의 콘텐츠를 최상단에 배치시켰다. 뿐만 아니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으로 텍스트, 사진, 비디오 등을 분석해서 개인에 맞는 뉴스를 전달한다. '고객' 중심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인 솔스(SOLS)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 기반의 기업이다. 솔스는 서로 다른 신체적 조건이나 생활 방식 등을 고려하여 신발의 밑창과 깔창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해준다.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발을 찍어서 보내기만 하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고객에게 최적화된 신발 밑창을 제작해 준다. 그 외에도 고객 주문을 받아 일주일 이내에 차량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주는 로컬모터스(Local Motors)도 있다. 3D 프린터로 차를 만들어 내면서 자동차 생산의 혁신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이다. 그 외에도 독일의 부엌가구 업체인 노빌리아(nobilia), 한국의 중고차 거래업체인 헤이딜러(Hey Dealer) 등 다양한 기업들이 C2B 모델을 지향하며 고객의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와 융합의 가속화는 산업 전반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각 영역 간 경계는 무너지고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의 수명은 짧아지고, 개인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면서 스마트슈머(Smartsumer)나 컨슈니아(Consuneer) 등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환경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기민한 대응을 위해서 사업자는 신속한 생산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수용(Lean On) 형태를 취하면서 개인화와 개성화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에 의하면 ‘2018년까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30% 이상의 판매 성과를 거둘 것이다’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유통 패러다임(Paradigm)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고객이 기업 활동의 중심이 되는 구조가 조성되어야 한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수용하고, 새로운 서비스 개선을 통해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용자나 생산자를 위한 플랫폼 재편이 필요하며, '고객' 중심의 C2B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서의 생존을 준비해야 한다.
※ 스마트슈머란 스마트(smart)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다양한 채널과 기능 등을 활용해서 실용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며, 컨슈니어는 소비자(consumer)와 기술자(engineer)의 합성어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지고 제품의 성분과 기술력 등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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