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에 대한 제언
제23회를 맞이한 <2017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국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독립서점들로 구성한 '서점의 시대', 독자들의 사연을 토대로 책을 추천해주는 '독서클리닉'이나 '필사서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가득했다. 이전의 도서전은 대형출판사와 공급자 중심으로 저렴하게 책을 파는 이벤트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개성이 강한 독립출판사와 수요자 중심으로 변신하면서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기찬 체험이 많았다. 또한, 5월말에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한 개방형의 복합 문화공간인 ‘별마당 도서관’과도 인접하여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별마당 도서관’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일본의 ‘다케오 시립도서관(武雄市図書館)’과 ‘서울 시청도서관’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만든 개방형 도서관이다.
독서율의 감소와 출판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최근 오프라인 서점들은 신설 매장을 늘리고 있다. 또한, 매장 공간에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책 파는 공간이 아닌 누구든지 자유롭게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주문하고 신속하게 수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을 찾고 있다. 그 속에서 책의 냄새나 자신에게 맞는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행복감을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의 대중화, 옴니채널의 확장으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O2O는 ICT 기반 기술로 온라인 고객을 유치하고 오프라인으로 소비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도서를 주문하고 인접한 매장에 방문하여 주문한 도서를 찾아가는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O2O는 2010년 트라이얼페이(TrialPay)의 알렉스 람펠(Alex Rampell) 대표가 처음으로 언급한 개념으로 최근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참고하고 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규모를 추산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17 ICT 10대 주목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은 2020년에 약 1,08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O2O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모든 산업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숙박, 음식, 이사, 부동산, 금융 등 전방위 산업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결 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가 클수록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O2O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음은 주요 국가별 O2O 서비스 현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한국]
- 택시/차량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 <쏘카>, <파크히어>, <집카>, <카닥>
- 음식/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배민라이더스>
- 부동산 중개 서비스 <직방>, <다방>, <방구>, <방콜>
- 숙박 서비스 <야놀자>, <여기어때>, <코자자>
- 그 외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 <올라펫> 등
[중국]
- 택시/차량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 <콰이디다처(快的打车)>, <이따이시(e袋洗)>
- 음식/배달 서비스 <커우베이>, <다종디엔핑(大众点评)>, <와이마이(美团外卖)>, <어러머(餓了麼)>
- 소셜커머스 <메이퇀뎬핑(美团点评)>, <커우베이(口碑)>, <바이두누어미(百度糯米)>
- 청소 서비스 <아이빵(阿姨帮)>, <우빠위에싸오(58月嫂)>
- 그 외 여행 서비스 <취날(去哪儿网)>, 마사지 서비스 <쿵푸베어(功夫熊)> 등
[일본]
- 음식/배달 서비스 <라인예약>, <샤쇼쿠루(シャショクル)>, <오키벤(おきべん)>
- 쿠폰, 상품정보 공유 서비스 <라인앳(LINE@)>
- 인근 매장 추천 서비스 <샷플랫폼>
- 그 외 택시 호출 서비스 <재팬택시> 등
[미국]
- 택시/차량 서비스 <우버(Uber)>, <리프트(Lyft)>, <겟(Gett)>, <럭스(Luxe)>
- 음식/배달 서비스 <그럽허브(GrubHub)>, <우버잇츠(UberEats)>
-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
- 헬스케어 서비스 <작닥(ZocDoc)>, <페이저(Pager)>
- 그 외 세탁대행 서비스 <워시오(Washio)>, 차량 광고 서비스 <애드버카(AdverCar)> 등
최근 오프라인 공간의 의미와 가치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O2O 서비스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하게 연결해 주는 중개적 의미만 있었다. O2O 서비스가 확장되고는 있지만, 온라인에서 고객을 만나는 것에 대한 한계와 수익 구조의 문제점 등으로 인하여 최근에는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O4O 서비스는 온라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오프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이다. 즉 O2O는 단순하게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을 의미하지만, O4O는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경험과 기술과 편의성을 제시한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혁신을 주도하는 O4O 서비스의 원조는 2016년 12월에 선보인 아마존의 계산대 없는 무인 점포 ‘아마존 고(Amazon Go)’ 이다. 그 이후부터 오프라인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O4O 서비스들이 확장되기 시작하고 있다.
(※ 무인점포와 관련한 내용은 <국내외 무인점포 현황과 이해>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는 현상들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단순한 매장 확대가 아닌 O4O 서비스를 위해서는 매장에서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갖추어야만 한다. 미국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박스의 시초인 ‘버치박스(Birhbox)’ 사례를 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버치박스는 정액제 회원들에게 매달 핑크색 박스에 샘플 뷰티 용품들을 담아서 배송해주는 서비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로 2010년 9월에 오픈한 회사이다. 연간 110달러의 정액제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2년에는 ‘Birchbox Man’을 선보이며 남성용 화장품도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2014년 7월에는 뉴욕 맨하튼 소호 거리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하며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통한 전략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O2O 서비스 중 ‘다방’이 처음으로 O4O로 진출했다. 부동산 초보자들을 위한 상담, 동행 서비스, 자문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방 케어센터’를 열고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 외에도 유기농 식자재 O2O 서비스인 ‘헬로네이처’, 배달 손세차 O2O 서비스인 ‘와이퍼’, 아우라와 알리미를 합병하여 아이의 건강/학교생활/학교정보 등 통합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토즈(AtoZ)’ 등이 O4O로의 확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성장해 나가고는 있지만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독자들을 확보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체험시키기 위해 오프라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독서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요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서 무수한 파편화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선별하고 비판하며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세화 작가의 <생각의 좌표>에 보면 한 스페인 작가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 나온다. “우리는 모두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사람들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미래의 독자들에게 더 큰 흥미와 재미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매장이 될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진화해 나가야 한다. 공간의 가치가 새로운 출판의 희망이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7년 7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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