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크공 랜덤 55 시집 7

누룽지

by 태리우스

버텨야 한다. 조금 더 버텨야 한다.

옐로우와 브라운의 절묘한 컬러가 나올 때까지.


내 몸의 수분이 모두 날아갈 때까지.

내 몸에 체지방이 모두 빠질 때까지.


나도 탱글탱글 촉촉했던 때가 있었어요.

나도 다른 애들처럼 잘 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 나는 너무 뒤에 있었어. 너무

밑에 있었어요.


그래도 기다렸어요. 내 순서가 올 때까지.

평평하고 하얀 물체가 나를 들어 올려

둥근 공간으로 옮겨 줄 때까지.


하지만 나를 여기 남겨두었어요.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남은 건 누룽지해먹어야겠다.”


나는 남은 거예요.

밥알이 되면 끝날 줄 알았어요.

그게 내 운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 운명은 달랐나 봐요.


내 운명의 종점은 누룽지역이었어요.


밥알이 되기 위해 그 뜨거운 물을 견뎌냈는데. 이제는 더 뜨거운 공간을 버텨야 한다니.

누룽지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누룽지 되려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절대로 누룽지 무시하지 마세요.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주세요.


“누룽지 되느라 정말 고생했어.”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어."

"우리 멋진 누룽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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