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과격한 사랑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실수를 나도 한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라고.

나는 특히 사람을 많이 가린다고 들었다. 싫어하는 사람은 대놓고 싫어한다. 그래서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고 어딜 가나 적들이 있었다.

지나고 보면 후회가 된다. 조금만 더 사랑할걸. 조금만 더 이해할걸. 조금만 내 성질 죽이고 받아줄걸.

돌이켜보면 인생은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로 나눠지는 것 같다. 사랑하지 않았던 때는 훗날 반드시 후회가 되는 것 같다.

사랑이 뭘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는 것, 마음에 안 들어도 작은 선물을 하며 친해지기 위해 애쓰는 것, 상대방이 아플 때 좋을 때 공감해주는 것.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비난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과 멀리 떨어지게 됐다. 역시 후회가 된다. 더 사랑하지 못했던 걸. 각자의 인생길을 걷다 교차로에서 잠시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우리일 뿐인데. 짧은 만남 후에는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데 말이다.

글쓰기 모임을 하는 분들 중에 해외에서 오랜 근무경력이 있으시고 올해 은퇴하신 자유로운 중년의 남자분이 계시다. 그분의 말씀 중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기록하고 정리하고 싶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대한 기록.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기 전에 타인이라는 존재와의 관계가 선행돼야 각각의 존재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관계만이 존재한다는 심리학자의 말처럼 관계는 나의 존재를 지탱하는 뿌리이다.

어떤 날보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에 사랑이 가득 차는 날이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잔인한 날이 가깝다. 가시 면류관을 쓰고 온몸에 채찍을 맞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위해 우리에게 온 한 사나이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니까.

어쩌면 사랑은 달콤하고 스위트한 속삭임이 아니라

너를 위해 내가 죽겠다는  과격한 의지이자 행동인 것 같다. 더 고상해지고 부드러워지는 세상이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