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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13. 2023

빨대

불편캐치캐치능력

 여성들은 루주를 바른 입술을 컵에 대고 음료를 마시면 잔에는 루주가 입술에는 음료가 묻는다. 음료와 함께 루주맛을 느낄 수도 있고 루주를 다시 칠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빨대를 애용한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화장을 많이 하니까 특히 남자 연예인들은 빨대를 많이 이용할 것 같다. 숟가락, 젓가락처럼 빨대는 우리 입술과 자주 접촉하는 도구다. 그런데 왜 빨대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서 재활용하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빨대는 주로 차가운 음료를 먹을 때 쓰이는데 우리가 차갑고 시원한 음료를 먹기 시작한 것이 얼마 안돼서일까? 생각해 보면 카페가 폭발적으로 많이 생기기 전에는 빨대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빨대 중에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은 버블티 빨대다. 버블티에 꽂아주는 퉁퉁한 파이프 같은 빨대로 버블들을 빨아드리면 거대한 파이프를 타고 탱글탱글 물컹물컹한 버블들이 한 줄로 서서 차례대로 입 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나는 달달한 밀크티와 동글동글 쫄깃쫄깃한 버블을 아주 좋아한다. 처음에는 빨대가 너무 커서 놀랐지만 역시 FORM FOLLOW FUNCTION의 디자인 법칙은 여기에도 적용되었다. 버블을 먹기에 가장 적합한 지름의 빨대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새로운 크기의 빨대를 만들기 위해 기계설비가 추가되고 금형이 제작되고 공장이 돌아가는 걸 보면 맛있는 음식이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구나 생각된다. 


그와는 반대로 쪼그마한 친구도 있다. 요구르트에 꽂아서 쪽쪽 빨아먹는 미니 빨대다. 요구르트 빨대의 지름은 2~3mm라고 한다. 요즘에는 요구르트도 거대한 것들이 나와서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미니빨대로 쪽쪽 마시는 새콤달콤 요구르트는 오렌지를 한 입 깨문 것처럼 우릴 상큼하게 해 준다.    


그리고 빨대 중에는 특이한 녀석이 있다. 박쥐처럼 빨대와 스틱의 중간지대에 있는 커피스틱이란 납작한 빨대 다. 커피스틱의 정식 명칭은 sip stick이라고 한다. 욕으로 들릴 수도 있어서 발음을 잘해야 한다. 커피를 홀짝홀짝 천천히 마실 때 쓰라는 용도의 빨대라고 한다. 십스틱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다. 단면을 보면 8자를 눕혀놓은 모양인데 표면적을 넓게 해서 열발산량을 늘려 뜨거운 음료의 온도를 낮춰줘서 화상을 방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십스틱을 빨대로 사용해서 음료를 마시면 양이 너무 적게 올라와서 맛을 잘 못 느낀다. 나는 카페에 가서 음료를 벌컥벌컥 먹는 스타일이라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빠지면 섭섭한 구부러지는 빨대는 너무 유명해서 설명은 하지 않지만 그 디자인적 마인드는 정말 훌륭하다. 좋은 디자인은 세상을 향한 관심과 관찰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이 무엇에서 불편함을 느낄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분석해서 정확한 needs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 주면 좋은 디자인이 된다. 세상은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블루오션은 있다. 나와 타인의 불편함에 캐치할 수 있는 불편캐치캐치능력을 키워야 한다. 불편캐치캐치능력을 발휘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변기 커버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커서 불편하다. 강범규 프리젠트 대표는 그 불편함을 캐치해서 5천만 원을 투자해 어른과 어린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변기 커버를 개발해서 130억을 벌었다고 한다. 불편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참아왔던 일들을 속 시원하게 뻥 뚫어 주는 디자인으로 초대박을 친 것이다. 불편한 상황은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누구는 신경질을 부리며 쌍욕을 하고 누구는 기회로 생각해서 세상을 편리하게 하고 커다란 성공을 이룬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 삶에 불편한 것들을 찾아보는 불편캐치캐치능력을 키워보자! 


최근에 봤던 특이한 빨대는 빨대 안에 아주 작은 초코알맹이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그 빨대로 흰 우유를 마시면 초코우유가 되는 마술 같은 빨대였다. 테스트를 해봤는데 입 안에서 느껴지는 초코맛이 생각보다  진하지 않아 실망했다. 그래서 빨대를 잘라 초코알맹이들을 통째로 먹었더니 그제야 초코맛이 났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보완이 필요한 제품 같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빨대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빨대가 플라스틱 폐기물과 해양쓰레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만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5천 톤 이상이라고 한다. 지구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는 아찔한 현실이다. 어떻게든 플라스틱 이용을 줄여야 한다. 비록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빨대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작은 빨대부터 줄여서 환경을 보전하려는 사회적 공감대와 노력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THINK BIG SMALL START MOVE FAST 


그래서 최근에 친환경 빨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예전에 전분으로 만든 이쑤시개를 라면처럼 끓여서 먹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녹색의 작은 이쑤시개는 말랑말랑 녹색의 통통한 국수로 변했다. 젓가락을 들어 전분 이쑤시개 라면을 먹는데 맛이 나쁘지 않다고 기억한다. 만약에 먹을 게 하나도 없고 며칠을 굶었다면 전분 이쑤시개 라면도 세상에 둘도 없는 꿀맛일 것이다. 미래에는 식량전쟁이 펼쳐질 거라고 하는데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빨대가 비상식량이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개인용 빨대도 좋지만 단단한 재질의 빨대를 사용하다 넘어지면서 사망한 사건이 영국에서 있었다고 하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빨대가 지구를 터전으로 삼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불편함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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