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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14. 2023

보석

사랑이 있는 사탕 반지

두 나라가 있었다. 두 나라의 지하자원은 오로지 철뿐이었다. 그래서 두 나라는 철을 이용한 산업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었다. 한 나라는 채굴되는 철을 이용해 아름다운 보석들을 만들었다. 온 나라가 고급스러운 보석들로 가득 차서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보석을 걸친 사람들의 표정, 말투, 행동들은 고상하고 품위가 있었다. 반면 다른 나라는 생산하는 철을 이용해 무시 무시한 무기들을 만들었다. 어딜 가나 날카롭고 위험해 보이는 전쟁 무기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하는 것처럼 늘 긴장하고 있었다. 두 나라가 똑같이 생산되는 철을 이용해 전혀 다른 생산품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어느 나라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아름답게 나라를 꾸미는 첫 번째 나라일까? 아니면 나라를 위기의식으로 심각하게 만드는 두 번째 나라일까? 나는 당연히 첫 번째 나라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좋은가?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게 된다. 그런 아름다운 보석들로 가득 찬 나라라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두 나라에 적군이 쳐들어왔다. 잔인하고 포악한 적군은 무수한 병사들을 이끌고 순식간에 두 나라를 포위하고 공격했다. 안타깝지만 첫 번째 나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참혹한 공격 앞에 빛나는 보석들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결국 많은 백성들이 희생당하고 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반대로 두 번째 나라는 그동안 만들어 놓은 무기들을 갖고 결사항전의 각오로 싸웠다. 끊임없이 위험을 대비하고 전쟁을 준비했던 두 번째 나라를 쓰러뜨리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적군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두 번째 나라는 자신들의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언제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보석은 쓸모없는 것이고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일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비본질적인 것에 빠지게 되면 소금이 맛을 잃은 것처럼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본질은 무엇인가? 영화 타이타닉에서 타이타닉호가 빙하에 부딪혀 침몰하는 타이타닉의 갑판 위에서 4명의 음악가들은 찬송가를 연주했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소명을 끝까지 붙잡는 그들의 소명의식, 죽음 앞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연주를 하는 음악가의 본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는 또 다른 무언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잭과 로즈는 얼음같이 차가운 바다에 빠져서 서로를 애타게 찾다가 만나게 되고 잭은 로즈에게 나무 뗏목을 양보하며 바다 밑으로 잠긴다. 상대방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밖에 없다. 사랑의 본질은 로맨틱한 핑크빛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다. 상대방을 위해 내가 죽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위해 죽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할 때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로즈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곳을 찾아 45.52 캐럿의 푸른 다이아몬드 ‘대양의 심장’을 바다에 던진다. 


여기서 잠깐 대양의 심장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다이아몬드는 크게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컬러 다이아몬드로 나누는데 비율은 10000:1로 컬러 다이아몬드가 희귀하다고 한다. 희귀한 컬러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다이아몬드가 천연 블루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는 광물학적으로 4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에 색을 결정하는 질소, 붕소의 존재여부에 따라 1a, 1b, 2a, 2b 타입으로 나뉜다. 질소는 노란색, 붕소는 푸른색, 회색을 띠게 하는 원소이다. 대부분 다이아몬드는 질소가 존재하는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화이트, 옐로, 브라운, 오렌지 색을 띠는 1a 타입니다. 1a 타입에는 전체 다이아몬드에서 98%를 차지한다. 그리고  1b 타입은 0.1%, 2a는 1~2%, 2b는 0.1%이다. 그중에 극도로 희귀한 것이 질소대신 붕소 원자가 들어있어 푸른빛을 띠는 2b타입이다. 가장 희귀한 2b타입 중에서도 45.52 캐럿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크 블루' 다이아몬드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그 보석의 이름은 소유주였던 헨리 필립 호프의 이름을 딴 호프 다이아몬드이며 이것을 모델로 한 것이 바로 타이타닉에 나오는 '대양의 심장'이라는 푸른색의 다이아몬드이다. 현재 추정가격은 2,000억 원이라고 한다. -참고 [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 모요사


로즈는 어쩌면 사랑하는 잭을 생각하며 바다에 뛰어들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살아남으라는 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로즈는 끝까지 살아내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것을 잭에게 선물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2,000억 원을 바다에 던질 수 있을까? 2,000억 원을 버릴 수 있을 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행동을 보면 안다는 말처럼 사랑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이 없는 보석은 허울뿐인 껍데기일 뿐이다. 하지만 사탕 반지라도 사랑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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