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우스 Jun 14. 2023

신난다! 현수막 자르는 공무원!

프롤로그 2

 제가 운전하는 버스에도 어느 날 특이한 승객이 탔습니다. 그도 강씨 성을 갖고 있는 또라이였습니다. 강 선생은 하루 종일 새빨간 버스벨을 미친 듯이 눌러댔습니다. 공룡처럼 커져버린 강 선생의 위협에 탈탈 털려버린 저는 버스운행을 멈췄습니다. 직장을 휴직하고 강 선생의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하고 대학병원에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강 선생은 변신의 귀재입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해서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돌파리 안과 의사로 위장한 강 선생은 피해자를 협박합니다. 


 강 선생 : "우리 몸 중에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만약에 말이야. 안경과 렌즈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아서 세균이 눈을 공격하기라도 하면 너는 시력을 잃을 거야. 너무 끔찍하지?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 1 : "너무 무서워요. 이제부터 안경과 렌즈를 완벽하게 소독할게요."


 강 선생 : "그래! 그래야 해! 안 그러면 넌 맹인이 될 거야! 그럼 안되잖아!"


 피해자 1 : "네. 맞아요. 정말 끔찍해요. 최선을 다할게요."


 강 선생 : "뭐 해!? 어서 소독하지 않고!? 세균에 감염되고 싶어?? 바보 멍청이!!!!! 그러다 맹인 돼서 병신 되고 싶냐고!!!!!"


 피해자 1 : "아.... 네.... 죄송해요...."  


 이 피해자는 강 선생의 협박과 위협에 완전히 걸려들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경과 렌즈의 소독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더 깨끗하게 더 완벽하게 더 빈틈없이 더 철저하게! 더! 더! 더!라고 소리치는 강 선생의 꼭두각시가 돼버렸습니다.



 사례 2

 판사 사칭 사기꾼으로 둔갑한 강 선생의 피해자를 가스라이팅하는 사건입니다.  


 강 선생 : "너는 크리스천 공무원이야! 법과 규정을 완벽하게 준수하지 않으면 넌 저주를 받을 거야! 거짓말을 했다가는 허리와 이빨이 부러지고 온몸은 병들어서 괴물이 될 거란 말이야!"


 피해자 2 : "안돼요.... 그러면 안돼요....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완벽하게 할게요!"


 강 선생 : "내 말이 맞지! 하나님은 거짓말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셔! 그리고!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완벽하게!!"


 피해자 2 : "네. 맞아요. 철저하게 지킬게요. 제발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으면 돼요!"


 강 선생 : "그래! 네 놈이 만약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고 법과 규정을 완벽하게 지킨다면 괜찮을 거야! 다만 0.1%라도 어긴다면 넌 끝장이야! 네 놈부터 시작해서 가족 모두 저주를 받을 거라고! 한심한 바보 멍청아!"


 피해자 2 : "네 완벽하게 거짓말하지 않고 일할게요!"  


 이 피해자는 강 선생이 심어놓은 저주와 벌에 대한 공포심에 휩싸여 미칠 지경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구출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유증이 심하여 직장을 휴직하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무슨 말이 맞는지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땅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반드시 소독해야 하는 사람, 특정 질병의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 자신도 모르게 실수로 똥을 싸지 않았을지 걱정하는 사람들 모두 강 선생에게 세뇌를 당한 사람들입니다. 




 모두 저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동병상련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감이 됩니다. 강박증 환자인 제가 보기에도 희한한 고민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의 강박증도 쓸데없는 것일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입니다. 첫 책 ADHD 공무원 결벽과 강박의 인생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탄을 썼습니다. 2탄이라고 하기에는 중첩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ADHD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저의 주특기인 강박과 결벽,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와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았던 인지행동치료와 심리검사, 유지치료에서 받았던 치료와 자료들을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캐릭터도 넣었고 저의 철학적 생각들이 첨부되었습니다. 


 2022년 6월에 질병휴직을 하고 1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하루 휴가 내기도 힘든데 저는 1년의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5시 30분에 있는 새벽예배를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출근하는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도서관을 회사라고 생각하고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한없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도 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질병휴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새 뻔뻔해진 저는 월급날을 기다립니다.


 이모티콘 디자인, 소설, 에세이, 웹툰, 인스타툰, 영어공부,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목표는 미뤄왔던 소설 3편을 정리해서 출간하고 에세이지 집 1권을 더 출간하는 것입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후회가 됩니다. 지금도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사회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은 계속 몸을 풀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언제든지 바로 경기에 투입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감독님이 언제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라고 할지 모르니까요.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책이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의문입니다. 한 남자의 강박증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강박증이 없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박증이 아니더라도 세상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하고도 집요한 문제들로 괴롭다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모르죠.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까요.  


 프랑스 드골 공항에서 18년을 노숙한 동유럽 작은 나라의 누군가처럼 저도 그렇게 지내고 싶습니다. 아무도 저를 모르고 말도 걸어주지 않는 우주에서 유영하듯 말이죠. 하지만 저는 바다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돌고래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란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듯이 제가 있어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이 있겠죠. 

 이래도 저래도 삶은 후회로 가득 찰 수밖에 없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으니까요. 내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걸 압니다. 후회 없는 선택이 아니라 모든 후회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만들어가는 게 멋진 인생이니까요. 




우리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봐요!

Let's do our best for our choice to be the great choice! 

작가의 이전글 신난다! 현수막 자르는 공무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