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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Oct 01. 2023

크리에이터 공무원 스몰토크 4

한가한 한가위 서울

일 년에 두 번 시끌시끌 벅적벅적한 서울이 조용해진다. 추석과 설날 연휴, 서울도 휴가를 보내는 듯 조용하다. 특히 도심과 멀리 떨어진 우리 동네 군자역 주변은 아-주 한산하다. 먼저 거리가 너-무 조용하다.  


‘군자역이 이렇게 조용했었나?’


5호선, 7호선 더블역세권 군자역이 말도 안 되게 조용해진다. 즐비한 상점에서 볼륨을 맥시멈으로 올리고 발사하는 음악소리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았다. 동네가 조용해진 두 번째 이유는 끊임없이 오고 가는 거대한 철덩어리 자동차들의 통행이 극적인 감소라고 생각한다. 가게도 문을 닫고 차들도 안 다니니 흡사 회장님들의 빌리지, 부자동네 성북동이나 한남동과 비슷한 인구밀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인구밀도와 반비례하게 구겨진 마음이 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좋았던 건 한산한 거리를 걷는데 내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딱딱하고 탄성 좋은 신발 밑창의 인공고무와 돌로 된 탕탕한 길바닥이 부딪히며 내는 리드미컬 하고 미세한 즈려밟는 소리가 정겹기까지 했다.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드릴 정도로 조용해지니 그제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얼마나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인지 새삼 알게 됐다. 지인의 지인이 서울에 살고 있는 어떤 중국인인데 그녀가 말하길  서울은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좋단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인 중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확실히 서울은 한적한 도시가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서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쾌적하고 편안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느꼈던 상쾌함을 나도 오늘 느꼈다.

 


뜨거운 여름태양빛과 차가운 겨울공기를 블랜드한 가을바람,  그림 같은 하늘 아래 텅텅 빈 8차선 대로,  드문 드문 보이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이야기 소리로 채워진 한가한 한가위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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