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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Oct 27. 2023

의원면직 둘째 날 감자탕 먹고 급체,기절,심폐소생

의원면직 둘째 날 감자탕 먹고 급체 & 기절 & 심폐소생술 & 기사회생

면직 둘째 날이 되었다. 오후에 심리상담 예약이 잡혀있어서 여의도에 갔다가 가족들과 감자탕을 먹으러 갔다. 우리나라에서 감자탕은 조마루가 제일 유명하다. 우리 집도 면목동에 있는 조마루 감자탕을 다녔는데 최근 군자역 근처에 감자탕집이 생겨서 맛집탐방을 하러 가기로 했다. 가족 4명이 감자탕 소, 뼈구이 소를 시켰다. 뼈구이는 아주 매콤 달콤했다. 다만, 숯불바비큐처럼 겉 부분이 많이 탔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이니까 이 정도 탄 건 먹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땀을 흘리며 허겁지겁 열심히 먹었다. 솔직히 아주 맛집은 아니었다. 역시 조마루가 최고다라고 엄마와 함께 결론을 내리고 걸어서 집으로 갔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타고 달고 매운 음식을 먹어서 내 위에게 미안한 맘을 들었기 때문이다. 요거트같은 완충제로 위벽을 보호하고 싶었다. 군자역 홈플러스에 가서 커다란 그릭요거트를 사고 집으로 가는데 배가 부른 걸 장난 삼아 배 아픈 시늉을 했다. 가족이 별 반응이 없었지만 나는 장난치는 게 재밌어서 한 번 더 했다.


"아~배야~아~배야~~~!"


그 순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복통이 돌멩이가 물제비를 치듯 단계별로 밀려왔다. 마치 감자탕 소, 중, 대처럼 소짜 복통, 중짜 복통, 대짜 복통이 징검다리로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똥을 쌀 것 같이 배가 꽉 막히면서 머리가 핑 돌았다. 순식간이었다.


"배야~배야~으으으으으....."


나는 배를 움켜쥐고 길거리에 주저앉아 의식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깜깜한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힘겹게 힘껏 의식을 붙잡은 기분이었다. 마치 전날 밤 만취해서 다음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1도 없는 것처럼 정신과 기운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낯선 사람들이 보였다. 나를 보고 있는데 마치 극장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그들을 보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 신기한 건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보면서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소리가 들리지는 않고 나는 가위눌린 것처럼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오랫동안 숨을 참았다가 겨우 숨을 쉬는 것처럼 숨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소리가 미세하게 웅성웅성 들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까 엄마가 보이고 엄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극도로 불안한 얼굴로 땅에 주저앉아 내 오른손을 힘껏 주무르고 있었다.


"태우야! 왜 그래!? 태우야! 괜찮아!!??"   


엄마는 내가 눈을 뜨고 의식이 돌아오자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했다.


"아휴,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왼쪽을 돌아보니 아빠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나를 붙잡고 있었다.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여전히 어지러웠다. 안경을 낀 어떤 아가씨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네.... 괜찮은 거 같아요...."


"119 불렀으니까 곧 올 거예요. 괜찮으신 거죠?"


"네, 괜찮은 거 같아요."


그제야 상황파악이 됐다. 내가 배가 아파 길거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면서 곧바로 기절을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깨어난 것이다. 나는 연말연시 만취한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앉아있고 엄마는 내 오른손을 계속 주무르고 119를 기다렸다. 119가 늦게 오자 엄마는 119가 왜 이렇게 늦냐며 타박했다. 곧 119가 도착했고 119 대원이 나를 구급차에 태워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혈압과 바이탈 체크를 했다.



"머리를 다치거나 심하게 어지럽지는 않으신가요? 현재 혈압과 다른 수치들은 모두 정상입니다. 그래도 뇌출혈일 지도 모르니까 증상이 심하면 곧바로 병원에 가셔야 해요."


"네.... 지금 화장실 가고 싶어요...."


나는 바로 응가를 할 것 같아 곧바로 구급차에 나와서 집을 향해 달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볼케이노가 돼서 배설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양치질을 하면서 칫솔을 목구멍에 밀어 넣어 오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응가와 붉은 핑크빛의 뼈구이 오바이트가 쏟아져 나왔다. 치아의 저작운동으로 분쇄된 매콤 달콤 뼈구이와 위산이 뒤섞인 뼈구이 오바이트가 내 식도를 자극해서 따가웠다. 그제야 어느 정도 안정이 찾아왔다.



원인은 급체였던 것이다. 급체가 그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다. 씻고 거실로 가서 당시 상황을 들었다. 평소에도 내가 워낙 장난을 많이 치니까 이번에도 엄마는 내가 배 아프다고 하면서 길거리에 쓰러지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단다. 엄마가 태우야 장난치지 마라고 하면서 쓰러져 있는 내 눈을 벌려보니 초점이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얼굴은 백지처럼 아무 표정도 없었고 숨도 쉬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엄마는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에게 배웠던 응급처치로 검지와 엄지사이를 있는 부위를 힘껏 주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조카가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한다. 기절 중이었지만 심폐소생술을 통해 의식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온 가족이 처음 경험해 본 기절, 응급처치, 심폐소생술이었다. 사람 목숨이 한순간인 것 같다. 나는 내가 기절한지도 몰랐고 깨어나니까 기절했었고 어떻게 살아났는지 과정도 모른다. 까만 흑암 속에 들어갔다가 눈을 뜨고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얘기를 들으면서 엄마는 내 등을 계속 두들겼고 민간요법으로 엄지 두 손가락을 바늘로 따니 검홍색 피가 맺혔다. 확실히 산소포화도가 낮은 피 같았다. 혼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다. 엄마 말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술 취한 사람인 줄 알고 관심도 없이 지나갔다고 한다.


퇴직 마지막날 오후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었다. 나는 심폐소생술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경험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심폐소생술을 배워둬서 위급한 상황에서 죽을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꼭 심폐소생술 기술을 배워놓길 바란다. 그리고 밥은 허겁지겁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진짜 죽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평소에 너무 장난을 많이 치면 안 된다. 양치기 소년처럼 큰코다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살아날 수 있게 해 주시고 살게 해 주셔서 감사와 찬양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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