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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Nov 09. 2023

낙엽

전직공무원 크리에이터 스몰토크 15

철이 녹이 슬어 붉어지듯이 내게도 엽록체가 있어서 기계처럼 밤낮 작동하다 수명이 다하면 녹이 슬어 붉게 변한다.


생산라인처럼 연결된 나뭇가지는 나에게 낙엽이라는 낙인을 찍어주고 연결 통로를 폐쇄한다. 결국 쓸모없게 된 나는 처음으로 퇴근이란 걸 하고 동시에 퇴직을 했다.


짧은 비행을 하고 땅을 밟아본다.


‘나는 이제 쓸모없는 쓰레긴 건가?‘

주위에는 온통 밟히고 뭉개지고 쓰러져 버려진 옛 동료들이 보인다. 옆에 서있는 나무기둥은 거대하게만 보인다. 어디 선가 발걸음소리가 들린다.



‘벌써? 준비도 안되었는데?’


어쩔 수 없이 밟혀서 죽을 운명이라지만 질끈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 안녕, 세상아.’


세상에.


따뜻한 향기와 부드러운 손이 나를 집어든다. 예쁘다며 사진도 찍어준다. 제일 좋아하는 책에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에 나를 꽂아둔다. 나는 아늑한 책장이란 집이 생겼고 책이란 침대가 생겼다. 오늘도 편안하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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