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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Nov 25. 2023

남자목욕탕

전직공무원 크리에이터 스몰토크 16

오늘 아주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내가 갔던 곳은 7호선 중곡역과 가까운 광진구에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실로암 사우나였다. 여러 컨셉의 탕들이 있었는데 탕 안 물속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등과 발바닥을 마사지해 주는 안마탕, 저온탕은 탕중앙에서 샘물이 터진 듯 부글부글 물들이 솟아올랐고 중간 온도로는 쑥탕이 있었는데 쑥이 피를 맑게 하고 심신을 튼튼하게 해 준다고 했다. 최고 온도를 자랑하는 고온탕은 소금탕이었는데 과거 조상들이 몸이 아플 때 바닷가에 가서 뜨거운 모래로 찜질을 했다는 이야기와 소금이 살균, 소독작용을 해서 근육통, 신경통에 좋다는 정보를 붙여놓았다. 나는 샤워를 하고 곧바로 소금탕에 다리를 넣었는데 순간 온몸에 뜨거운 찌릿함이 느껴졌다. 뜨거웠다. 탕에 앉지 못하고 잠시 서서 왔다 갔다 하다가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사우나에 들어갔다. 후덥지근하고 텁텁한 열기로 가득한 사우나에 들어가니 숨쉬기는 힘들어도 추운 초겨울 움추러든 몸에 열기가 전해져서 기분이 좋았다. 사우나실은 3명이 정원이었고 내가 들어가니 정원이 찬 상황이었다. 3명의 남자는 서로 무언의 포지셔닝을 하고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3명 정원 안내판을 보지도 않고 들어와서 나는 곧바로 나갔다.


함께 간 초등학교 3학년 조카는 춥지도 않은지 냉탕에 들어가서 수영장에 온 것처럼 놀았다. 나도 조카와 함께 수영시합,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나왔다해서 신나게 놀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수영장을 가자고 했는데 조카는 목욕탕에 좋다고 했다. 나는 수영장이 더 좋은데 말이다.


조금 놀랐던 건 목욕탕에 때를 밀어주시는 선생님들이 점심식사를 때밀이 테이블에서 한다는 사실이었다. 때를 밀어주는 공간에 4개의 때밀이 테이블이 있었고 때를 밀어주는 선생님은 두 명이었다. 한 명씩 때밀이 테이블 좌측 2개, 우측 2개씩 담당했는데, A님은 맨 왼쪽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셨고 B님 은 맨 오른쪽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셨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시는 분은 반바지도 아니고 수영복도 아닌 팬티를 입고 일을 하신다. 일과시간중에 팬티만 입고 일하는 직업은 아마도 때를 밀어주시는 선생님들 밖에 없을 것이다. 왜 반바지를 안 입으시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요금표에는 때밀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세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는데 처음 보는 단어였다. 아마도 세수와 비슷한 뜻의 세신 같다.  


목욕탕 내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분명 목욕을 마치고 나가면 몸을 말리고 텔레비전을 보며 상쾌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도 왜 목욕탕 안에서 점심밥을 드시는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손님들이 쉬는 곳에서 식사를 하면 냄새가 나니까 그럴까? 그건 목욕탕 내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 생각에는 선생님들에게 제일 편하고 익숙한 장소가 때밀이 테이블이기 때문 같다. 우리도 사무실에서나 집에서 자기 책상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면서 먹을 걸 먹을 때 편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분들에게 때밀이 테이블은 사무실 책상에서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 본다.


목욕탕의 탕들을 보며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탕에 들어갈 때도 저온, 중간 온도, 고온탕에 순서대로 들어가야 하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 몸이 튼튼해진다고 하는데 건강한 자극은 몸을 강하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목욕비는 성인 만원, 어린이 팔천 원이었다. 목욕을 하고 오니까 엄마가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해주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목욕탕을 가던지 수영장을 가던지 해야겠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고 엄마 뱃속 물속에서 세포분열이 시작했고 태아로 자랐으니 인간은 물과 가깝게 지내는 게 좋은 거 같다. 그래서 반신욕을 하면 건강에 좋은 건가? 다음에는 아침 일찍 물이 제일 깨끗할 때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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