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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Dec 22. 2023

배신자  

1부 왕의 씨앗은 모조리 죽여라!

I라는 나라를 다스리는 A왕은 말 그대로 로열패밀리였다. 선왕도 왕이었고 그의 어머니도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이웃나라의 왕의 딸이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 나라에 문제가 많았다. 나라가 정의롭게 다스려져야 하는데 왕이 자기 멋대로 엉망진창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가정교육 특히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기 엄빠를 꼭 빼닮은 못된 A왕의 엄마는 자기 아들도 외할아버지를 따라서 악하게 통치하는 왕으로 만들었다.


결국 외할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죽었고 삼촌이 왕이 되었다. 삼촌은 A왕에게 함께 힘을 합쳐서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자고 했고 생각 없이 참전했다가 가까스로 본국으로 돌아왔지만 피해는 막심했다. 삼촌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서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다. 쓸데없는 싸움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라는 걸 몰랐을까?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고 전쟁을 하는 사람과 친하면 자기도 전쟁 같은 인생을 살게 되는지 몰랐을까? 그런 사람들과 가까지 지내면 언제 무슨 위험한 일을 당할지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악한 엄마의 마마보이는 뼛속부터 어리석었다. 엄마의 형제, 자기의 삼촌이 아프다고 하니까 엄마의 눈치를 보고 칭찬을 받고 싶었다. 용하다는 치료제와 선물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문병을 갔는데! 하필이면 그때 쿠데타가 일어난 거다!


쿠데타를 일으킨 Y 장군은 백두산 호랑이 같은 사람이었다. 말을 타는 모습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겁쟁이인지 용사인지 말이다. Y 장군은 멀리서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미친 듯이 말을 모는 대포 같은 인물이었다.  Y장군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삼촌도 죽이고 삼촌에게 문병 온 조카도 가차 없이 죽여버린다. 그뿐만 아니라 삼촌과 친한 인물들은 모조리 싹 다 죽여버렸다. Y 장군은 곧바로 왕이 돼버렸다.


갑자기 I 나라에 A왕이 죽었다는 비보가 전해졌고 나라가 흔들리기 전에 먼저 급하게라도 후계자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A왕의 형제들이 있었는데! 맙소사! A왕의 엄마가 다른 형제들은 물론이고 왕족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스스로 왕이 되려고 한 것이다! 막장드라마도 이런 막장드라마가 없다. 왕후가 왕족의 씨를 박멸하다니! 가까스로 A왕의 딸이 자기 동생인 갓난아기 J왕자를 몰래 왕궁 비밀공간에 숨겨놓아서 단 하나의 불씨만 죽음을 피하게 되었었다.


J왕자는 무려 왕궁 비밀공간에서 숨어 6년을 살았다. 6년! 갓난아기가 7살까지 어떻게 숨어서 살았을까!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자기 누나와 누나의 남편, 매형이 왕궁에서 철저하게 숨기면서 아이를 키운 것이다. 특히 매형이 I 나라의 종교지도자였는데 그가 목숨을 걸고 왕자를 지켰다. 6년의 시간 동안 왕족의 씨를 진멸한 여왕은 무시무시한 폭군이 되어 나라를 도탄과 혼돈에 빠뜨렸다.


더 이상 나라가 무너지는 걸 볼 수 없었던 왕자의 매형은 왕자가 7살이 되던 해에 모든 걸 되돌릴 결심을 했다. 극악무도한 여왕을 폐위시키고 마지막 남아있는 왕족의 불꽃 J왕자를 왕위에 등극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몸집이 커지는 왕자를 이제 더 이상 몰래 숨길 수 도 없었다. 왕위쟁탈의 도모는 견고해지고 거사를 실행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D-day!


왕에게 기름을 붓는 왕위계승식이 이뤄지는 성전을 군대로 호위하고 드디어 어두움 속에 꼭꼭 숨겨졌던 아무도 모르는 J왕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처음 보는 찬란한 태양빛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겨우 눈을 뜨자 넓고 높고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았다. 산들바람이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순간 어린아이였지만 J왕은 위대한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셀 수 없는 군중이 자기를 보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7살의 어린 왕은 왕이었다. 왕은 스스로 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다. 반드시 기름 부 음을 받고 선택된 자만 진정한 왕이 될 수 있다. J왕자는 진정한 왕의 후손이었기에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매형은 7살의 어린 왕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몸을 굽혀 절을 한다. 모든 백성들도 함께 왕을 경배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악한 여왕은 상황을 몰랐다. 아마도 온갖 향락에 취해 비정상적인 상태로 왕실에서 나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침실에 널브러진 채 환호소리에 시끄러워 날카로운 신경질을 부리며 호위병들을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겨우 침실에서 일어나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여니 태양광선에 소름이 돋는다. 어렵싸리 눈을 뜨고 온갖 인상을 쓰며 창문밖을 본다. 입에는 쌍욕이 흘러나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순간적으로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듯 전류가 밀려온다. 와.... 왕이다. 왕이 나타났다!이미테이션은 진품 앞에서 다리가 풀리고 만다. 멀리서도 봐도 알 수 있다. 왕! 진짜왕! 왕의 위엄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느껴진다.


어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체구가 작다. 작아도 너무 작다. 맹수의 눈으로 먹잇감을 보듯이 쏘아본다. 그 새끼구나라고 생각한다. 왕족을 모두 죽였을 때 딱 한 마리를 못 죽였는데, 그 쥐새끼 같은 게 살아있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냈다. 저 정도 쥐새끼라면 자기가 밟아 죽여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왕복을 차려입고 쌍욕을 하면서 왕궁문을 열어 재치고 대관식이 이뤄지는 성전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열이 뻗치는지 자기 옷을 박박 찢으면서 반역이라고 악바리를 지른다.


매형은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군대 지휘관에게 눈빛을 보낸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들을 시켜 죽이라고 한다. 함께 환호하던 군인들은 순식간에 살인 로봇처럼 변해 여왕을 향해 돌진하고 머리채를 잡고 성전에 끌어낸다. 죽여버리겠다고 괴성을 지르는 여왕을 흙바닥에 내팽개치자 군인들의 눈빛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칼을 찌른다.


그 짧은 순간, 그 찰나의 순간, 갑자기 시간이 슬로비디오로 흘러간다. 자기가 죽였던 왕자들과 왕족들, 수많은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피들이 늪이 되어 자신을 움켜잡고 죽음으로 끌어당긴다. 그들과 똑같이 바닥에 엎드려 울고불고 목숨을 구걸한다. 군인들은 모가지를 내리깔고 애원하는 여왕의 목을 가차 없이 벤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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