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내 이름은 야옹이 6화

학교폭력 전성시대 : 유도 훈련의 시작

by 태리우스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 세 사람은 그제야 다시 환하게 웃었다. 웅이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오늘부터 시작하자!”

“아빠 11신데요?”

“웅아,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사람이 누군지 아니?”
“아니요…”

“'내일부터 할게요'라고 말하는 사람이란다.”

“아…. 네…. 아빠…”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자.”

“우선 웅이는 기초체력이 없으니까 기초체력부터 쌓아야 할 것 같다. 트랙 100바퀴 돌아!”

“네…? 백 바퀴요?"

"여기 남자밖에 없으니까 옷 다 벗고 팬티만 입고 달린다! 실시!"

"실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힘찬 대답이란 걸 해보았다. 트랙이 작기는 했지만 100바퀴를 도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새벽 2시가 되었다. 나 때문에 웅이도 그때까지 훈련을 했다. 웅이의 훈련량은 어마어마했다. 한 마리의 투견을 사육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웅이가 자기를 건들면 눈이 돌아가는 야수가 되는구나 싶었다. 2시가 됐을 때 교장선생님이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씻고 자고 가라고 했다. 엄마한테는 교장선생님이 아까 전화를 했다고 했다. 웅이가 트랙을 도는 사이에 교장선생님은 웅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웅이 어머님이시죠?”

“웅이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입니다.”

“아 교장선생님이요? 아 안녕하세요?? 이 밤에 무슨 일로. 혹시 웅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아직 웅이가 안 들어와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웅이가 오늘 제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요?”

“아 교장선생님 댁에서요…”

“제가 잘 재워서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아…. 네…. 웅이 괜찮은 거죠?”

“물론입니다….. 지금 조금 바빠서요….”

“바빠요…? 무슨 일로….?”

“제가 조만간 만나서 설명드리지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참 대단한 자녀분을 두셨습니다. 어머님”

“아…. 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웅이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두 웅이는 함께 씻으러 갔다. 웅이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에게 말했다.


“아버지 첫날부터 백 바퀴는 심하셨어요.”

“허허. 근성테스트였지. 체격은 작아도 근성이 보통이 아니군. 아까 몸을 만져보니 근육도 없고 뼈대도 가는데 골격조직이 아주 조밀하고 치밀해. ”

“정말 전설의 문어발 인간을 만나볼 줄은 몰랐어요.”

“나도 그래….”


한편 걱정스러운 눈빛의 아버지였다.


“왜 그런가? 기쁘지 않은가? 아범”

“아니요...”

“말해봐”

“둘이 키가 비슷하더라고요. 근육차이는 있지만… 언젠가 둘이 붙을 날이 올 것 만 같아요.…”

“그렇겠지…. 나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네.”

“전설의 문어발 유도왕에게 웅이가 느낄 절망감이 어떨지 걱정이네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을….”

“웅이도 그 벽을 넘기 위해 죽기 살기로 해야겠지….”


웅이 아버지는 말을 잊지 못했다.


뜨거운 물로 장난을 치면서 샤워를 하며 두 웅이는 땀난 몸을 씻었다. 샤워실에서 나와 몸을 닦고 잠옷을 입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몸은 너무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았다. 유튜브로 웅이가 유도영상을 보여줬다. 여러 가지 기술을 설명했지만 나는 금세 스르륵 눈이 감겨 곯아떨어졌고 웅이도 곧 잠이 들었다. 불도 끄지 않은 방에 웅이 아버지가 조용히 문을 열고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전설의 문어발 인간이 우리 집에 와있다니. 우리 웅이와 함께.'


웅이아버지는 기쁨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조차 없었다. 어제 트랙 100바퀴를 돈 나는 누군가에게 밤새도록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뼈 마디가 아팠다. 학교는커녕 걸어서 이 방을 나갈 수 도 없을 것 같았다. 웅이는 언제 일어났는지 안보였다. 그때 웅이가 땀에 흠뻑 젖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어났구나! 문어발 유도왕!"

"아.... 일어났는데.... 몸을 못 움직이겠어.... 갑자기 운동을 너무 많이 했나 봐...."

"몸을 못 움직여? 잠깐만!"


웅이가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힘껏 뛰어 올라왔다. 침대가 출렁거리자 온몸으로 통증이 밀려들어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아~~~~!"


웅이가 깜짝 놀라 나를 침대에서 번쩍 들어 곧바로 방 한가운데 일으켜 세웠다. 나는 마네킹처럼 방안에 우두커니 서서 불안한 호흡으로 떨고 있었다.


"마.... 만지지 마.... 웅아... 내가 알아서 해볼게...."

"그래....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놨으니까. 몸 좀 담그면 괜찮아질 거야..."

"고... 고마워...."


나는 구식 로봇 인형처럼 조금씩 팔다리를 움직여보았다. 가끔 목에 담이 와서 아픈 적이 있었는데 마치 온몸에 담이 온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졸지에 감전된 로봇처럼 뚜벅뚜벅 샤워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천천히 담그자 뻣뻣한 몸이 사르르 녹았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하..... 이래서 운동을 하는 건가?'


그리곤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갑자기 '쿵쿵'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나는 순간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문 밖에서는 웅이가 샤워실 문을 두두리며 소리쳤다.


"웅아! 괜찮아! 웅아! 뭐 해?"


나는 번쩍 정신이 들어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웅아! 괜찮아? 기절한 거였어? 내가 얼마나 불렀는데. 우리 빨리 학교 가야 해!"

"며.. 몇 신데?"

"8시 51분!"

"뭐!!!!!"


나는 비명을 지르고 수건으로 몸도 안 말리고 미친 듯이 교복을 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를 향해 달렸다. 흠뻑 젖은 채 온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에도 불구하고 전력질주 하고 있는데 웅이는 같은 속도로 따라오면서 여유 있게 유튜브를 보면서 달렸다. 엄청난 체력 차이였다. 이를 악물고 막판 스퍼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시계를 보니 8시 59분! 이 코너만 돌면 교문이 보인다.


"할 수 있다!"


코너를 돌자 보이는 교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나는 괴성을 질렀다.


"안 돼요~~~~~~~!"


깜짝 놀란 학교보안관 선생님은 우리를 보더니 혀를 차며 기다려 주웠다. 꾸벅 인사를 하고 뛰어 들어가자 첫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헉! 헉!"


턱 끝까지 차오른 거친 숨과 풀려 버린 다리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젠장!"


저 멀리 1학년 7반 교실이 보였다. 마지막 혼 힘을 쥐어짜서 발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내 다리는 풀린 상태였다. 다리가 풀린 나는 산사태처럼 복도 위에 쓰러져 굴렀다.


"쿵~!"


복도 바닥에 만취한 사람처럼 널브러진 나는 괴로운 얼굴로 거친 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때 웅이가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 힘껏 당겨 일으키더니 내 팔을 어깨에 두르고 부축해 주었다.


"하... 하.... 하...."


절뚝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치는 나는 전투에서 낙오한 패잔병 같았다. 그래도 내 옆에 이런 든든한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처음 느껴보는 어떤 안정감을 느꼈다. 웅이가 나를 부축하고 교실 뒷 문을 열자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일제히 우리를 돌아봤다. 선생님은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고 내가 넘어져서 웅이가 부축해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양호실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봤지만 괜찮다고 했다. 사실 양호실 갈 힘도 없었다. 웅이가 자리까지 부축해서 나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니 깊은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땀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젖은 강아지 같은 나와는 달리 웅이는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나도 살짝 미소 지으며 웅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고마워."


웅이는 오전 내내 잠을 잤다. 이해가 갔다. 오후시간에 유도부에서 훈련을 받고 또 집에 가서 특수부대원 같은 훈련을 받아야 하니 잠도 부족할뿐더러 에너지를 잘 비축해두어야 했다. 점심시간에는 언제나처럼 닭가슴살과 토마토, 고구마였다. 감사하게도 그날은 내 도시락도 챙겨 주셨다. 웅이와 똑같은 메뉴로.


닭가슴살 비닐을 뜯으니 찐덕찐덕한 포장 액체가 묻어 나왔다. 물로 씻어 먹고 싶었다. 웅이는 진돗개처럼 고개를 숙이고 우걱우걱 먹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한입 베어 먹었다. 맛종류별로 싸주셨는데, 탄두리치킨맛, 갈릭맛, 양념치킨맛, 데리야끼맛이었다. 닭가슴살이 맛이 없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맛있었다. 웅이는 밥 먹을 때는 정말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를 처박고 씹어 먹는다. 진돗개처럼. 솔직히 말하면 며칠 굶은 미친개처럼. 나는 언제나 주위를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며 밥을 먹는다. 사막의 미어캣처럼. 누군가 나를 괴롭히지는 않을지. 나의 반찬을 빼앗아 먹지는 않을지. 계속 경계하고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밥을 먹는다.


나와는 반대로 자신의 밥그릇에 집중하며 게걸스럽게 먹는 웅이가 부럽기까지 했다. 누구든 자기 밥그릇을 건들면 물어뜯어 죽여버리겠다는 살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밥 먹을 때는 웅이를 안 건든다. 내가 닭가슴살을 먹고 있던 모습이 아니꼬웠는지 그놈이 나의 뒤통수를 조준하며 슬리퍼를 던졌다. 슬리퍼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교실을 가로질러 나를 향해 비행했다.


'쉿~쉭~'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 내게 날아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나는 고개를 살짝 피했다.


'따악!'


소리와 함께 슬리퍼는 웅이의 오른쪽 따귀를 정확히 가격했다. 웅이가 고개를 천천히 들고 눈이 돌아간 상태로 슬리퍼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놈은 투구 자세를 한 채 식은땀을 흘리며 얼어붙어 있었다. 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웅이는 범인을 정확히 포착하고 풀린 눈으로 놈을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교실 안은 적막이 흐르고 창 밖 너머 까마귀가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까악, 까악'


반 아이들 모두 들고 있던 숟가락을 잡고 멈춰 있었다. 다들 침만 꿀꺽 삼켰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듯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한 명 빼고, 궁이 빼고 궁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궁이의 집중력은 정말이지 세계최고다. 괜히 금메달리스트가 아니었다. 월클은 달랐다.


그런데 웅이가 의외로 다시 서서히 고개를 돌려 닭가슴살을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놈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시 교실을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이 되었다. 웅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진돗개가 되어서 고구마, 토마토, 닭가슴살을 해치웠다. 밥을 다 먹고 웅이는 대포 같은 트림을 했다. 언제부터 인가 놈은 웅이가 있을 때는 트림을 제대로 못했다. 교실에서 트림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웅이는 배가 불렀는지 교복의 벨트를 풀었다. 나는 웅이가 배가 많이 부른 가 보네 생각하며 내 닭가슴살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 그런데 웅이의 눈동자가 평소로 돌아와 있지 않았다. 여전히 눈이 돌아가 있었다.


반애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밥을 먹고 있는데, 웅이가 저벅저벅 뒤로 걸어 나갔다. 화장실에 가나 싶었다. 놈과 반아이들 모두 밥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로지 나만 미어캣처럼 웅이를 주시했다. 웅이가 걸어가며 자신의 두 손으로 벨트를 강하게 휘감았다. 그리고 놈 뒤로 가서 밥을 먹고 있는 놈의 목을 벨트로 두른 뒤 조르기 시작했다.


놈은 깜짝 놀라 컥컥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 놈이 씹고 있던 음식물들이 수류탄의 파편처럼 튀어나왔다. 웅이는 이성을 찾아볼 수 없는 눈동자를 하고 놈을 죽일 기세였다. 놀란 패거리들이 웅이를 떼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웅이의 힘을 이겨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최도철은 바둥거리다가 점점 눈알이 위쪽으로 올라가며 흰자만 보이더니 얼굴이 새 빨게 지다가 자줏빛에서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다. 얼굴과 목에 핏줄이 터질 것 같았다. 놈이 벨트를 풀어 보려 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며 팔이 힘없이 떨어지자 그제야 웅이가 벨트를 풀어주었다.


벨트가 풀리자 놈은 한참 동안 자신의 손으로 목을 감싸고 헛구역질을 했다. 놈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한때 중학교 싸움짱도 왕처럼 굴던 고등학생도 죽음의 문턱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 같았다. 놈은 울면서 교실밖을 뛰쳐나갔다. 놈이 교무실로 담임선생님을 찾으러 간 사이 웅이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괴성을 질렀다.


“어떤 존갔나 새끼든 지 말이디! 내래 밥 먹는데 건드리면 죽여 버릴 거라우! 알갖나?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는 말이 있어? 동무들. 지금 이북에서는 수백만이 굶어 죽고 있단 말이디 안칸!"


웅이는 눈이 돌아갈 때마다 북한 사람 말투를 했다. 북한 사투리는 언제 배웠나 싶었다.


최도철은 웅이가 자기를 죽이려 했다며 담임선생님을 데려왔다. 반아이들에게 자신이 살해위협을 당하는 장면을 보지 않았냐고 소리쳤다. 하지만 애들은 놈의 눈을 피하며 가만히 있었다. 놈이 참다못해 중간에 앉은 애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하라고 했지만 그 아이도 웅이와 놈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난처한 얼굴로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담임선생님도 답답했는지 최도철을 야단쳤다.


“야! 최도철! 친구끼리 장난친 것 같고 왜 그래! 여자애같이! 에이! 밥 먹고 있는데 불러서 뭐 급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네. 빨리 자리에 가서 앉기나 해! 선생님도 밥 좀 먹고 쉬자!”


선생님은 신경질을 부리며 교실을 나갔다. 놈은 눈에 보이는 애들의 멱살을 잡고 분노에 고함쳤다.


“왜! 말을 안 해! 저 새끼 때문에 나 죽을 뻔했다고! 봤잖아!”


놈이 난동을 피우는데 평소 말 한마디도 안 하던 양궁이 가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났다. 놈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교실에서 조용히 해주면 좋겠어.”


뒤에 앉아 있던 도수리가 한마디 거들었다.


"찌질이. 찐따 같은 병X새끼. 나가 뒈져라. 그렇게 쳐 울 거면. 병X쪼X씨X새끼야."


놈이 어이없어 주위를 둘러보자 반아이들이 무시와 두려움이 섞인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놈은 허탈한 웃음을 하며 자기 옷을 툭툭 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놈은 자신의 왕좌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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