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내 이름은 야옹이 7화

학교폭력 전성시대 : 게임중독자의 갱생

by 태리우스

우리 반에는 게임중독에 걸린 노무진이란 아이가 있었다. 그 애는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학교도 자주 빠졌다. 학교 상담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청소년정신치료센터의 정신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무진이는 초등학교 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결국 중독이 되었다고 들었다. 무진이가 일주일정도 학교에 나오지 않자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 치료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진이가 저녁 유도 훈련장에 나타났다. 교장선생님과 함께. 교장선생님이 무진이의 치료를 위해 운동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고 했다. 나보다는 키가 훨씬 크지만 삐쩍 마른 무진이가 유도복을 입고 내 앞에 서있었다. 무진이가 우리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부터 같이 훈련할 노무진이다. 같은 반이니까 알지? 앞으로 잘해봐라!”


교장선생님이 말했다. 그렇게 특수훈련 유도 회원이 3명이 되었다. 한참 무진이랑 기초체력 훈련을 하는데, 갑자기 여자목소리가 큰소리로 들렸다.


"오빠!"


누군가 지하체육관 계단을 내려왔다. 나와 무진이는 깜짝 놀라서 여자애를 쳐다보았다. 여자애는 우리 쪽을 한번 보더니 바로 고개를 돌리고는 투견처럼 훈련하고 있는 웅이에게 달려갔다. 슬로비디오처럼 여자애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우수에 찬 눈빛, 살며시 머금은 미소, 핑크색 입술, 하얀 피부 가녀리고 긴 팔다리, 짧은 미니스커트 교복 치마, 날씬한 몸매로 달려가는 그 애를 보며 우린 넋을 잃었다.


“오빠!! 내 도넛 먹었지!?? 그거 홍대에서 2시간이나 줄 서서 사 온 거 란 말이야! 아껴 먹으려고 숨겨놨는데! 어떻게 찾았어! 그걸 다 먹으면 어떻게! 20개를 다 먹은 거야?”


웅이에게 화를 냈다. 웅이는 미안하다며 계속 사과했다. 나는 도넛 20개를 개 눈 감추듯 먹은 웅이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여자애가 우리 쪽을 쳐다봤다.


“아. 내 친구들”

"안녕하세요~! 웅이 오빠 여동생 구예요.”

"구?? 이름이 구?? 그럼 영구…?"


우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자신의 이름 때문에 웃는걸 눈치챈 영구는 우리를 째려보고는 웅이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아빠! 이것 봐! 내 이름 듣고 웃잖아…! 나 이름 바꿔줘!"


그러면서 주저앉아 울었다.


“영구가 뭐야? 영구가! 영구 없다도 아니고! 오빠는 멋있게 짓고 나는 이게 뭐야?"


영구가 태어났을 때 너무 예뻐서 미인은 단명한다는 속설을 믿고 이름을 이상하게 지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 오래 살라는 의미로 개똥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처럼 말이다. 영구나 영감으로 지면 15년을 더 산다는 말도 안 되는 작명가의 말을 믿고 영감보다는 영구가 낫다고 생각하여 영구로 정했다고 한다. 후에 웅이가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아버지는 크리스천이 되었지만 이미 출생신고와 호적, 족보에 영구로 등록되어 있어서 바꾸려면 법원에 가서 신청을 해야 하니 20살 성인이 되면 그때 바꾸기로 약속을 했다. 웅이 아버지는 웅이 동생을 토닥이며 달래줬다.


“우리 딸 20살 될 때까지만 참자!”


영구는 벌떡 일어나더니 아빠 미워하고 투덜거리며 1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를 한번 째려보고, 하지만 그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 둘 다 침을 흘리며 영구를 쳐다봤다.


“딸 어서 유도복 입고 내려와!”

“싫어!”


큰 소리를 대꾸했다. 우리는 웅이에게 가서 동생이냐고 되게 예쁘다고 했다. 웅이는 예쁜데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며 화나면 자기보다 더하다고 했다.


“어우! 앙칼진 것!”


화나면 웅이보다 더하다는 말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웅이가 영구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영구가 유도복을 입고 내려왔다. 영구의 늘씬한 몸에 커다란 유도복 사이로 비치는 영구의 살결이 보였다. 나와 무진이는 가슴이 쿵쾅댔다. 웅이 아버지가 영구를 소개했다. 우리 영구는 일본에서 유도유학을 하고 2주 전에 한국에 왔고 자가격리를 하느라고 소개가 늦었다고 했다. 이제 함께 훈련을 할 것이라고 한다. 영구는 일본 국적으로 현재 일본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이다.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한다고 했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중학교를 조기 졸업하여 우리와 같이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했다. 영구가 고개를 숙이며 퉁명스럽게 인사를 했다. 옆에 있던 웅이가 영구의 귀에 무언가 속삭였다. 영구는 깜짝 놀라며 눈이 동그래지더니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진짜?? 정말!!! 와! 전설의 문어발! 꺄~~~~~~!”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더니 나를 태클로 가볍게 자빠트리고 내 발을 막무가내로 비비기 시작했다.


“어머 이발이 그 전설의 문어발이라고! 너무 신기하다…!! 어쩜 좋아! 어쩜 좋아! 문어발 기술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유도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오빠 여자친구 있어요?”


영구는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발바닥이 간지러워 자지러지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행복했다. 예쁜 영구가 내 발을 만지니 미칠 듯이 간지러우면서 기분이 좋았다. 웅이 아버지가 민망해하며 영구를 말렸다.


“영구야, 웅이 오빠 간지러워 죽을 라고 그런다”


영구를 떼어놓는데 웅이를 보는 영구의 눈빛이 갑자기 하트 눈빛으로 변했다.


“난 이 오빠랑 훈련할래!”


영구가 내게 팔짱을 끼고 딱 붙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전설의 문어발 오빵~”


나에게 윙크를 하는 예쁜 영구의 얼굴을 보니 얼굴이 벌게져서 안절부절못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들 나를 벌레처럼 혐오스러운 피해야 대상이라도 되는 듯 나를 쳐다봤는데 이렇게 예쁜 영구가 나의 팔짱을 잡고 있다니 꿈만 같았다. 웅이 아버지가 영구에게 웅이는 아직 기초체력훈련 단계라서 너와 훈련을 못한다고 말했다.


“웅이?? 웅이는 우리 오빠 이름인데..?”

“오빠도 이름이 웅이예요?”

“내 이름은 양웅이야… 양웅”

“하하하~ 양웅이요? 우리 오빠 이름이랑 비슷하다! 오빠 야옹이로 많이 놀림받았죠? 하하하! 하긴 전설의 문어발을 누가 놀렸겠어요~ 다들 기겁하고 도망쳤겠죠~~~ 야옹이오빵~~~"


또 팔짱을 끼고 내게 딱 붙어 애교를 부렸다. 영구가 야옹이라고 부르는데 행복했다. 최도철이 부를 때는 놈을 죽이고 싶었는데.... 별명은 누가 부르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좋은 사람이 부르면 무슨 말을 하든 좋은 것이구나 생각했다.


웅이 아버지가 못마땅한 듯 민망한 얼굴로 영구를 떼어내고 박수를 치며 훈련하자고 외쳤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훈련을 시작했다. 웅이는 두툼한 고무밴드를 갖고 업어치기를 연습했고 영구는 할아버지와 훈련을 했다. 나와 무진이는 트랙을 돌고 우리 몸무게 만한 타이어를 들고 낑낑거리며 웨이트 훈련을 했다.


“지금 너희는 무조건 근육과 지방을 키워야 한다. 유도는 헬스나 다른 운동처럼 근육의 선명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나 유연하고 탄력적인지, 낙법과 착지 시에 신체의 중요 부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텐션 있는 근육이 필요해! 강하고 유연하고 탄력 있는 근육이 유도에 가장 적합한 근육이다!”


웅이 아버지가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유산소 3시간 웨이트 3시간을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훈련이 끝나면 영양 보충 시간이었다. 닭가슴살, 연어, 브로콜리, 토마토, 마늘, 부추 등 각자에게 주어지는 음식을 모두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나와 무진이는 안간힘을 다해야 겨우 다 먹을 수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엄마에게 몇 달 동안 나를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주말에는 집에 가서 가족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와 무진이는 웅이와 같이 살았다. 웅이와 나는 침대에서 자고 무진이는 바닥에 잤다. 웅이와 웅이아버지, 교장선생님은 포기하려는 나와 무진이를 매번 일으켜 세우며 우리를 훈련시켰다. 훈련이 계속될수록 아침에 느끼던 고통스러운 근육통도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갑자기 여자애 비명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보니 무진이가 없었다. 설마! 나와 웅이는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영구방으로 달려갔다. 영구는 방 앞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그 앞에 무진이가 바닥에 엎어져 기절해 있었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는 게임화면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웅이 아버지가 달려와서 물었다.


“아니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갔는데 갑자기 등 뒤에 커다란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난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업어치기를 했지. 불을 켜보니까 무진이 오빠였어... 어쩌지...?”


“아....”


무진이 새벽에 화장실에 몰래 가서 게임을 하려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정신치료를 받고 있지만 무의식의 세계까지 치료하기는 쉽지 않았다. 혹시라도 무진이가 밤에 게임을 할지 몰라 무진이 손목에 방울을 달았다. 한밤 중에 방울이 딸랑딸랑 울리면 나와 웅이는 일어나 무진이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럴 때면 무진이는 도저히 게임을 참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한 사람의 중독적인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린 무진이의 팔과 다리를 밧줄로 묶고 잠을 잤다. 그렇게 하기를 두 달이 지나니 우리의 노력으로 무진이는 자신을 지배했던 게임 중독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었다. 몸도 부쩍 좋아져 키 큰 멋진 남자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도 한 달 뒤 샤워를 하며 내 모습을 보는데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살이 제법 붙었고 근육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늘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패배자 같은 얼굴로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나였다. 이제 나는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남자가 미소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웅이, 무진이는 같이 다녔다. 웅이가 오후에 없으면 무진이가 웅이 옆자리로 와 같이 수업을 들었다. 우리 셋이 함께 다니고 나서부터는 반아이들이 나를 함부로 못 대했다. 나는 강한 남자로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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