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전성시대 : 부딪혀보자! 죽기 살기로!
최도철은 여전히 나를 야옹이로 생각하고 심부름을 시켰다. 하지만 예전의 나를 무시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내 태도와 몸을 보고 가끔 멈칫했다. 나는 강해지고 있었지만 놈 앞에서만 서면 힘이 빠지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얌전한 야옹이로 그놈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1학기 마지막 날이 종례시간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만큼은 놀아도 된다! 대신 사고만 치지 마라! 제발! 방학 잘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네!"
드디어 방학이다! 놈으로부터 자유를 생각하니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때 놈이 내게 소리쳤다.
"야옹아. 얌전히 잘 있다가 방학 끝나고 보자. 이 고양이새끼야!"
내가 예전과 같지 않은 눈빛으로 쳐다보니 어디서 눈을 부라리냐며 팔을 들어 나를 때리려는 폼을 잡았다. 나는 웃으며 '야옹, 야옹' 머리를 숙여 복종을 표시했다.
"그럼 그래야지. 그래야 우리 착한 야옹이지."
내 머리를 툭툭 치며 지갑에서 2만 원을 빼앗아 갔다.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쥐고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방학 기념으로 웅이, 무진이와 함께 떡볶이를 사 먹으려고 아껴놓은 용돈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놈의 애완묘니까. 빈털터리가 되자 패잔병처럼 기운이 빠져 교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있었다. 내 뒷자리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무진이를 흔들어 깨웠다.
"무진아. 일어나! 수업 끝났어! 집에 가자!"
무진이가 눈을 부스스 비비며 일어났다.
"너 설마 어젯밤에 밤새도록 게임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절대 아니야!"
"그런데 왜 하루종일 잠만 자!? 진짜 게임 끊은 거 맞아?"
"비밀인데.... 영구를 본 날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영구처럼 예쁘고 운동 잘하고 그렇게 활력 있게 사는 애도 있는데 나는 하루 종일 게임만 생각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더라. 그래서 정말 이를 악물고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지.”
'아. 무진이도 영구를 좋아하는구나.'
무진이는 나보다 키도 크고 잘 생겼다. 영구랑 있으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럼 뭐 하냐, 영구는 너만 좋아하는데 너는 전설의 문어발 유도왕이잖아.”
무진이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한 명 빼고, 한 명은 궁이었다. 궁이는 여전히 무서운 집중력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말을 걸어보지 않은 궁이에게 가봤다.
“궁아….”
궁이는 듣지 못했다.
“궁아!”
몇 번을 불렀는데도. 무언가 집중하는 궁이는 다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용기를 내서 궁이를 흔들었다.
그제야 궁이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야?”
“오늘 종례 끝났어. 내일부터 방학이야. 이제 학교 안 와도 돼!”
“진짜?? 고마워! 공부하느라 못 들었어. 다행이다. 내일 학교 나올 뻔했네!”
“다행이다. 그런데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해?”
나는 궁이가 보는 책을 잠깐 봤다. 예쁜 그림이 있는 수학책이었다. 수학책이라기보다는 산수책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수학책이 이렇게 귀여운가 생각이 들었다. 책을 들어보니 초등학교 6학년 수학책이었다.
“너 초등수학 공부해?”
“아. 응. 사실 난 6살 때부터 오로지 양궁만 했어. 그래서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 올해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초등학교 과정은 거의 다 공부했어.”
이렇게 잘생기고 세련되고 능력 있는 금메달리스트 친구가 아직 초등수학을 모른다니 학기 중에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궁이가 보는 책이 초등학생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지금은 궁이가 초등학생 수학을 풀지만 고3이 돼서는 분명 서울대에 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힘내. 궁아. 어려운 거 있으면 물어봐.”
“고맙다 친구야!”
벌떡 일어나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친구' 나를 친구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궁에 떡볶이 먹고 갈래? 내가 살게.”
책가방을 싸는 궁이에게 물었다.
"떡볶이? 좋아!"
나와 궁이, 무진이는 무진이가 되찾아 준 2만 원으로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떡볶이 집으로 가는 골목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 골목 안을 들여다보니 어떤 여학생이 불량해 보이는 남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덩치가 크고 험상궂게 생긴 남학생을 보니 겁이 났다. 그래도 마음은 그 여자애를 도와주고 싶었다.
"어떻게 할까? 신고할까?"
나와 무진이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궁이가 침착하게 가방에서 작은 활과 화살이 든 화살통을 꺼냈다. 굉장히 작고 단단해 보이는 활이었다. 갑자기 궁이가 국가대표 포스로 양궁 자세를 잡으며 우뚝 섰다. 화살통에서 팔뚝길이 만한 화살을 하나 꺼내서 활시위를 힘껏 당겨 입에 갖다 댔다. 조준을 마치고 궁이는 잡고 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날렵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정확히 불량학생의 머리 위 벽에 꽂혔다. 깜짝 놀란 그 학생은 우리 쪽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너네 뭐야? 죽고 싶어?"
궁이가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라! 그럼 진짜 죽는다!"
"뭐? 뭐라는 거야? 저 새끼가 진짜 죽고...."
그놈은 욕을 지껄이며 무슨 헛소리냐며 재킷을 벗어던지고 우리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그 순간 궁이는 전광석화처럼 화살 한 발을 더 쐈다. 화살은 그놈의 얼굴로 날아와 정확히 귀에서 1cm 떨어진 벽에 박혔다. 총알 같은 바람소리가 들리며 귀 바로 옆에 박힌 기다란 화살이 보였다.
"뭐.... 야......"
그놈은 상황파악이 됐는지 부들부들 떨며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곧장 궁이는 눈을 아래로 내려 불량배의 사타구니를 조준했다. 불량배는 궁이의 조준위치를 파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궁이는 다시 한번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진짜 죽는다!"
그놈은 궁이의 말대로 소돔의 멸망을 돌아봐 소금 기둥이 된 룻의 아내처럼 꼼짝하지 않고 신음소리를 냈다. 궁이가 힘을 다해 화살을 쐈다. 화살은 정확히 남자의 가랑이 밑으로 날아가 박혔다. 돌하르방같이 움직이지 않고 있던 놈은 자신의 사타구니 밑으로 화살이 박히자 바지에서 노란 물줄기가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셨다.
'쉬이.....'
겁에 질려 오줌을 싼 것이다.
궁이는 화살 하나를 더 꺼내서 활에 장전을 하면서 그놈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주세요...."
궁이는 놈 바로 앞에 서서 얼굴을 조준하며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놈은 울면서 오줌을 싼 채로 벽에 박힌 화살들에서 엉거주춤 빠져나와 줄행랑을 쳤다.
"한심한 놈"
궁이는 혼잣말을 하고 화살을 뽑았다. 그 여학생은 궁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궁이는 매너 있게 살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궁이를 바라보는 여학생의 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나왔다. 궁이가 인사를 하려고 가는데, 그 여학생이 말했다.
"잠시만요."
여학생이 궁이를 불러 세운 뒤 이름표를 봤다.
“야... 양궁? 양궁!? 우리 학교에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있다고 그랬는데 그 양궁선수 맞나요.?”
“아 네.”
궁이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서로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영구가 서있었다. 그 여자애는 영구를 보고 소리쳤다.
“야!!! 너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떻게 해! 나쁜 놈이 나한테 집적거리는 거 이분들이 살려 줬단 말이야….”
영구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미안하다며 우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어?? 오빠들 왜 여기 있어??”
영구가 나와 무진이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 순간 궁이가 영구를 보자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늘 위로 폭죽이 터지고 온 세상이 꽃밭이 되면서 찬란했다. 냉정하고 감정기복이 없는 차가운 무표정의 궁이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폈다. 우린 다른 사람이 서 있는 줄 알았다. 궁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비비 꼬며 좋아했다. 갑자기 영구 앞에 무릎을 꿇더니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오~나의 연인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난 당신에게 사랑에 빠졌어요."
영구의 손에 입을 맞추려는 순간. 영구는 당황하여 궁이의 팔을 감아 잡고 업어치기를 하려고 했다. 궁이는 영구의 등에 자신의 몸이 닿자 눈을 감으며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한 표정을 했다.
"워~워~"
내가 서둘러 영구를 막았다.
“구야. 내 친구야. 내 친구.”
“오빠 친구야?”
"응, 내 친구야."
"그런데, 왜 이래? 이 사람?"
영구는 바닥에 내다 꽂으려는 궁이를 다시 얌전히 내려놓고는 궁이를 째려봤다. 궁이는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해서 영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상황이 이상해진 나는 영구와 그 여학생에게 말했다.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떡볶이? 좋아!”
영구가 내 팔짱을 끼고 찰싹 붙었다.
"예는 내 친구 봄이야. 인사해 봄아."
"아.... 안녕하세요. 이봄이라고 합니다. 아까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아이 이름은 봄이었고 영구처럼 예쁜 아이였다. 궁이는 영구를 , 봄이는 궁이를 하트의 눈길로 쉴세 없이 바라봤다.
“오빠! 봄이도 오늘부터 우리 집에 유도할 거야! 봄이 공부 완전 잘해! 나는 공부 배우고! 봄이는 유도 배우고! 상부상조하는 거지!”
“우리 오빠들도 우리 집에서 밤마다 같이 훈련해!"
궁이가 영구의 말을 집중해서 듣다가 '잠깐 밤마다 훈련?' 그리고 바로 소리쳤다.
"저도 같이 유도 훈련 해도 되겠습니까?!"
궁이의 큰 소리에 떡볶이집에 있는 사람 모두가 깜짝 놀랐다. 화들짝 놀라 내 옆에 더 찰싹 붙은 영구가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궁이를 보면서 말했다.
“오빠는 원래 양궁 선수 라면서요?”
“제가 원래 양궁보다 유도를 좋아합니다. 하하하. 별명이 양유도입니다. 하하하”
“그래요?”
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 여섯은 유도를 함께 했다. 나, 웅이, 무진, 궁이, 영구, 봄이 방학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같이 지옥 같은 훈련이 진행되었다. 훈련이 끝나면 땀이 소금결정이 되어 말라 붙어 온몸에 보석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번쩍였다. 나와 웅이는 특별히 더 혹독한 훈련시간을 보냈다. 기초체력을 쌓고 실전 유도를 했다. 웅이에게 상대는 안되지만 유도 천재 웅이와 대련을 하며 실력이 빠르게 성장했다. 봄이는 일주일에 한 번만 유도를 배우러 왔다. 궁이는 며칠 함께 유도를 하다가 몇 번 토를 하고는 결국 공부를 하러 떠났다. 정적인 양궁을 하다가 투견을 만드는 특수훈련이 궁이에게는 힘들었던 것이다. 궁이는 대학에 가서 영구에게 청혼을 하겠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영구는 나만 좋아했다.
나는 방학이 지나자 유도 2단의 실력이 되어 있었다. 몸무게도 15킬로그램 불고 키도 8센티가 커서 177cm에 77kg이 되었다. 모두가 나의 유도 습득력에 놀라워했다. 체력 회복력도 좋아져 자고 일어나면 곧바로 회복되어 날마다 힘이 넘쳤다. 나의 문어발 압착기술은 정교하게 완성되고 있었다. 나의 문어발은 유도를 하는 데 있어 최고를 넘어 최강의 무기였다. 가장 위험한 유도기술 중 하나인 업어치기를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으며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어떤 기술로도 나를 넘어뜨릴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나를 쓰러뜨릴 수 없었다. 내 몸의 힘과 스피드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더 재미가 붙었다. 유도 3단인 웅이도 나를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아직 나의 기술과 힘이 웅이만큼은 아니지만 언젠가 웅이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린 킥복싱과 공수도, 태권도를 함께 배웠다. 타격훈련을 시작하자 큰 키와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는 무진이가 흥미를 보였다. 무진이는 특히 킥복싱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진이와 교장선생님이 나와 웅이에게 왔다. 이젠 무진이가 우리 체육관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했다. 무진이는 원래 게임을 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이제 완벽하게 게임을 끊었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생각해 본 무진이는 어릴 적부터 꿈인 건축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무진이는 더 이상 삐쩍 말르고 좀비처럼 퀭한 눈을 한 자위행위 중독자가 아니었다. 빛나는 눈, 큰 키에 다부진 몸, 붉은 혈색의 얼굴로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무진이는 멋진 사나이가 되어 우리 체육관과 작별했다.
2학기 개학을 하고 나와 웅이는 함께 등교했다. 나를 보고 우리 반 애들은 모두 놀랐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마른 장작처럼 허약하고 비실비실한 내가 아니었다. 얼굴의 윤곽선이 잡히고 탄탄한 근육의 체격에 유도 선수 다운 다부진 몸이 되었다. 덩치가 커진 웅이와 나는 앞자리가 너무 좁았다.
나를 보고 제일 놀란 것은 최도철이었다. 놈도 방학 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몸이 성장해 보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싸움 잘하는 햇병아리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나는 특수부대원들이 하는 지옥 훈련을 이겨냈다. 나를 보자 놈은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
“야.. 야옹이…..?”
내 뒤통수를 때리려고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놈 팔을 꽉 잡았다. 손아귀 힘이 너무 붙어서 사과도 박살 낼 정도였다. 내가 꽉 잡은 팔이 아픈지 놈은 살짝 신음을 하며 얼굴을 일그러렸다. 나도 깜짝 놀랐다.
“어쭈. 안 놔?”
최도철은 반대손으로 내 따귀를 때렸다. 따귀를 맞은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리고 놈은 따귀를 세 번 더 때렸다. 따귀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내가 놈의 팔을 놓으니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갈기기 시작했다. 개학 첫날부터. 그렇게 훈련을 했는데도 솔직히 난 그놈이 무서웠다.
“이 새끼가 돌았나? 요즘 운동 조금 했다고 뵈는 게 없나 보지?”
놈이 내 명치에 거대한 주먹을 꽂았다. '퍽'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컥컥' 기침을 하며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놈은 쓰러져 있는 내 머리에 발을 올리고 침을 뱉었다.
“야! 야옹아! 내가 만만해 보여? 나 최도철이야! 네 주인! 이 새끼야!! 어디 주인한테 기어올라!! 뒈질라고!”
말하며 신발로 내 머리를 짓눌렀다. 교실바닥과 놈의 신발에 짓눌린 나는 고통보다 스스로가 불쌍했다. 그렇게 땀을 흘렸는데 나는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난 놈에게 당한 학습된 무력감으로 힘이 완전히 빠졌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웅이는 오전에 유도부에 갔었고 무진이가 함께 있었지만 무진이도 나를 도와주진 못했다. 궁이는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놈이 나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울고 있는 나를 보는 놈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얼굴을 가린 체 웅크리고 있는 눈앞에 내 손바닥을 보였다. 물집이 여러 군데 터져서 반찬고가 붙어있었고 굳은 살도 많이 박혀 있었다. 오른팔 손목에는 노란색 스포츠 밴드가 있었다.
'내 친구 전설의 문어발 화이팅! ©유도왕 오빠는 내꺼©'
검은색 네임펜으로 웅이와 영구가 써서 선물해 준 것이었다. 나는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물집과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을 움켜쥐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를 악물고 그놈의 발을 잡고 일어섰다.
“어~어~”
한쪽 발이 들리며 그놈이 엉거주춤했다. 나는 놈의 발을 바닥으로 치웠다.
'부딪혀보자. 죽기 살기로.'
나는 힘을 다해 일어서서 가슴을 피고 놈을 똑똑히 쳐다보고 말했다.
“야! 최도철!”
놈은 눈빛은 예전에 나를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어린양을 보는 사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왕좌에 도전하는 새로운 맹수를 보는 눈이었다. 원래부터 근육질이었던 거대한 최도철이 다비드상 같은 자세로 나를 노려보며 교복마이를 벗었다.
“야?? 주인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면 쓰나.”
놈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말했다. 싸움 꽤나 하는 놈이라고 여유를 부렸다. 최도철은 재킷을 벗고 나는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최대한 힘을 다해 바닥에 압착했다. 발바닥이 교실바닥에 강력하게 압착되자 자신감이 볼케이노처럼 폭발했다.
'그래! 이 느낌이야!'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짜릿함이 온몸을 감쌌다.
'그래! 나는 전설의 유도왕이다.'
입술을 깨물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놈이 다가오는 속도의 리듬을 파악했다. 나는 몸을 숙여 무게 중심을 고정시키고 팔을 벌리고 손가락을 강력하게 세우며 유도 자세를 취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내 동공은 그놈의 움직임을 정확하고 빠르게 좇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뇌보다 몸이 더 빠르게 반응하도록 자동으로 반응할 준비를 했다. 놈은 복싱선수처럼 거대한 주먹을 흔들며 타이밍을 봤다. 놈이 어깨와 허리를 틀면서 오른쪽 스트레이트 펀치를 내 왼쪽 눈을 향해 날렸다. 빠르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눈을 노리는 놈은 역시 싸움꾼이었다. 주먹이 날아오는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리게 느껴졌다. 최도철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날아오는 놈의 주먹을 피하면서 몸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오른쪽 어깨 위로 날아온 놈의 팔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왼발을 압착한 상태에서 오른발로 큰 원을 그리고 돌리면서 놈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무릎을 굽혀 몸을 숙이며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놈의 팔이 나의 가슴팍으로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놈의 몸뚱이가 내 둥에 업혔다. 다시 한번 무릎을 각도를 낮추고 압착된 발에 최대의 압력을 가했다.
발안에 모아져 있던 공기압은 나와 그놈의 무게로 최고조로 올라갔다. 공기의 압력은 힘에 비례한다. 공기가 최대로 압축된 상태에서 무릎을 피면서 뒤꿈치를 들자 자동차 타이어 바퀴가 터지는 하는 굉음이 터졌다.
"펑!"
내 몸은 거대한 피스톤이 되어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등 위에 업혀 있는 놈을 강타했다. 놈이 헹가래를 쳐진 듯 공중으로 튕겨져 올랐다. 놈이 공중에 부웅 떠올랐다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머리와 등을 부딪히며 떨어졌다. 2미터 이상 떠올랐다가 떨어진 최도철은 곧바로 기절했다.